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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해본다?” 2018년 3월 22일, 목요일 맑음, 해는 밝게 빛나는데 지붕에서는 눈녹은 물이 줄기차게 비가 되어 내린다. 종일 내리고 또 내려 마당이 빗물로 진창인데다 진이네 트럭이 갈고 간 잔디밭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2018-03-2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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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잠들지 못하는 섬’ 제주를 이젠 잠들게 하라 2018년 3월 20일 월요일, 종일 비바람, 내가 저를 좋아하는 줄 알고 봄비가 나랑 매우 친한 척한다. 지리산에서야 업어달라든 무등을 태워달라든 농사에 귀하신 몸이니 늘 고마워하겠지만 모처럼 맘먹고 꽃놀이 온 제주에까지 따라와 차디찬 강풍을 데리고 개갠다면 안 되지… 2018-03-2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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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망자에게 할 만한 마지막 이바지는 기도뿐 2018년 3월 15일, 목요일 비,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앞산도 짙은 물안개에 싸여 골짜기와 능선을 감춘다, 죽음 그 뒤를 아무도 못 보게 가리듯이… 준이서방님이 심장마비로 짧은 고통 속에 죽은 것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급작스러워 가슴 아프지만, 본인은 늘 그렇게 쉽게, 간결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떠올린다. 2018-03-1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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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가훈을 ‘정직(正直)’이라고 적은 이명박 2018년 3월 13일 화요일, 맑음, ‘여보, 감자 주말에 원주 갔다 와서 심으면 안 돼, 꼭 오늘 심지 않고?’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면 왜 안 될까요, 난 그게 알고 싶은데요, 서방님?’ 그는 미룰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한 미루고 나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빨리 해 놓아야 맘이 편하다. 2018-03-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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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죄지을 시간이 없는데…’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맑음, 공소엘 가는데, 평소에는 집을 나와 함께 내려가던 카밀라 아줌마가 집 뒤꼍에서 부산하게 움직인다. 성당 가자니까 ‘아들 친구들이 와 옻닭을 해 먹이려니 밥하느라 못 간다’는 답변. 2018-03-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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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봄눈 녹듯’ 2018년 3월 8일 목요일, 밤새 내린 함박눈, 언제부턴가 보스코는 11시에 자러가고 나는 1시가 넘어서 잔다. 그 시각까지 깨어 있으려고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신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무슨 일인가 하고, 일기를 쓰고 나면 11시가 넘는데 그때부터는 바람만 집 뒤꼍에 매단 풍경을 간혹 흔들어댈 뿐 완전한 고요가 이 산골짜기를 채운다. 2018-03-0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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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평양 다녀온 특사단에 갈채를 보내며 2018년 3월 6일 화요일, 맑음, 어젯밤엔 잠을 이를 수 없었다. 주변에 여러 ‘갱년기 여인들’이 호르몬 불균형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면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긴 터널을 지나서야 깜박 잠들었다 깨는 걸 반복하는데, 나는 그 반대로 생각에 생각을 쌓다가 와르르 무너지면 거기서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느라 가물가물한 잠마저도 싹 달아났다. 2018-03-0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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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성조기가 나부끼고 일장기까지 등장한 3·1절! 2018년 3월 1일 목요일, 맑음, 3·1만세 운동을 하러 나가기에 딱 좋은 청명한 날씨다. 바람이 불어서 정신이 좀 사나워서 그렇지 뛰어 나가면 그리 추울 것 같지도 않다. 2018-03-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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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무리 늙고 힘들어도 현역이 좋아!’ 2018년 2월 26일 월요일, 맑음, 오늘은 내가 저기 저 전등으로 하루 종일 힘을 빼려고 새벽부터 2층 천정에 고장 난 전등이 눈에 띄었나보다. 한번 생각하면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전순란. 빵고는 친구 만나러 나간다 하고 나는 어제 산 보스코 와이셔츠 소매를 줄이려 나갔다. 2018-02-2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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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주어진 삶이 아무리 힘겨워도 살아내는 그 아름다움 자고자도 졸립다는 빵고를 깨워 함께 아침기도를 하고 밥상에 앉았는데도 하품을 계속하는 걸 보니 시차적응이 쉽지 않은 듯하다. 우리도 유럽으로 갈 때는 시차적응에 어려움이 적지만 유럽에서 돌아와서는 여러 날 고생을 한다.그걸 극복하는 방식도 각기 다르다. 보스코는 생체 리듬이 시키는 대로, 눈이 떠지... 2018-02-26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