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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천 개의 바람이 되어…’ 2018년 4월 15일 일요일, 맑음, 빵기랑 9시 미사에 함께 갔다. 가는 길 골목길에 벽에 붙여 만든 ‘동네 한 평 공원’에 돌봐주는 이도 없고 올 겨울은 유난스레 추웠는데도 들국화랑 수국, 찔레가 어렵사리 몸을 추스르고 일으켜 세우는 중이다. 2018-04-1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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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람 명줄은 저 위엣분이 쥐고 계시다 2018년 4월 12일 목요일, 맑음, 부산 ‘달맞이성당’ 성모회 회원들이 엠마오 소풍을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왔고 온 길에 문정공소에서 미사를 하고 보스코의 강의로 성모님 얘기를 들었다. 2018-04-1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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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쓰레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 연작 소설’은 최근에 읽은 다른 책들에 비해 독자들을 빨려들게 만드는 최고의 마력을 갖고 있다. 600페이지를 깨알 같은 글씨로 써서 나처럼 나쁜 눈으로 보려면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지만,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 엘레나의 친구 릴라(주인공)의 매력에 빠져 어젯밤에도 밤잠을 설쳤다. 2018-04-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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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오늘은 종일 죽은 이들을 뵈러 다녔다 어제 꽃이 눈처럼 내린다 했는데, 날씨가 내 말을 엿들었는지 이번엔 눈이 꽃잎처럼 내려쌓였다. 바람도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오늘 아침에도 휴천재 좌우 능선 솔숲이 성난 짐승떼처럼 울부짖었다. 4월 눈보라 속에 휴천재를 나서며 ‘창녕성씨 자사공파 문효공’ 집안의 시제를 지내는 호남땅 장성... 2018-04-0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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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봄비 오는 날의 수채화 2018년 4월 5일 목요일, 비, 그 찬란하던 봄꽃들이 밤새내린 비에 젖어 무거워진 얼굴을 땅에 묻고 있다. 모처럼 다가온 ‘남북한의 봄날’에도 끊임없이 비를 퍼붓는, 오늘 같은 가랑비만 아니라 우박에 천둥 번개를 쏟아 붓는 집단들도 있다. 2018-04-0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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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2일 화요일 흐림, 붉디붉은 동백이 이렇게 서러운 핏빛의 눈물일 줄이야! ‘뚝뚝 떨어져서 피어나는’ 꽃. ‘세월이 지나면 잊히겠지’, ‘새 세상이 열리면 아무도 모르겠지’ 하던, 가해자들의 부끄러운 속마음은 죽음으로 남겨준 그 핏빛 진실 앞에서 사라졌다. 2018-04-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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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제 하나가 ‘일치의 중심’이거나 공동체를 흩어버리거나 2018년 4월 1일 일요일, 흐림, 엊저녁에는 ‘저 자두나무에 꽃이 피었다 져서 저리 푸른 잎이 돋는 걸까?’ 했다. 나날이 조금씩 나빠지는 눈으로는 확인을 못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텃밭을 내려다보니 밤새 자두나무에만 흰 눈이 내려쌓인 듯 눈부시게 만발하여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2018-04-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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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최후만찬 식탁에서 졸던 제자… ‘성목요일’ 누군가 가까운 사람들과 예수님이 하셨든 ‘사랑의 만찬’을 나누고 싶어진다. 수난과 십자가를 지시기 전 사랑하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셨기에 우리도 절박한 상황이 다가오는 예감이 들면 가까운 이들과 밥을 나누며 속내를 나누고 싶어진다.사람은 의외로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입고서 용... 2018-03-3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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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나귀 새끼도 당신 구원사업에 쓰시겠다는데…” 2018년 3월 25일 일요일, 맑고 미세먼지, 도시 사는 친구들이 간혹 물어온다. “50m 앞이 안 보여 답답해 죽겠는데 지리산엔 미세먼지 같은 것 없죠?” 요망사항은 나도 같으나 지리산도 마찬가지다. 지리산 하봉이나 먼 산은 아예 안 보이고 앞산도 뿌예서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내 눈에 백내장 수술을 한 번 더 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2018-03-2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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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바로 가는 정치는 국민의 축제 2018년 3월 23일 금요일, 맑음, 마음이 참 평화롭다. 오랫동안 우리는 불합리한 사회 안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도 참고 견뎌 왔다. 아마 10년 전만 했어도 우리는 속을 끓이면서도 참는 삶이 잡초 같은 민초들의 숙명이려니 하며 받아들였다. 2018-03-26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