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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어떻게 사는가’가 ‘어떤 기억을 남기고 죽는가’를 보여준다 2018년 8월 17일 금요일, 맑음. 올해는 날씨만 이상한 게 아니고 꽃들이 피는 시간도 예전과 전혀 다르다. 울타리의 능소화가 아직도 꽃을 피워 회춘한 할머니가 남부끄러워 얼굴에 홍조를 띠우며 배시시 웃는 듯하다. 2018-08-2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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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친구야, 비 좀 내려도! 산사람은 먹고 살아야 할 게 아이가?” 내가 호박을 따러 가면 있던 자리에 알맞은 크기로 자라 오른 호박을 제 때에 적발해 따오는데 왜 딴 사람들은 못 찾아낼까? 그 2018-08-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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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우리 외할머니가 사약을 받아들고서…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맑음. 늙으면 피부로 느끼는 온도 감각이 둔해질까? 엄마는 문이란 문은 다 닫고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안 틀고 주무신다. 2018-08-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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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문익환 목사님댁 ‘통일의 집’ 2018년 8월 11일 토요일, 맑음. 지리산에서 잘라온 부추. 너무 곱고 너무 부드러워 볼 적마다 우선 베고 본다. 자주 베지 않으면 굵어지고 뻗셔지므로 안 먹더라도 베내야 한다. 부추가 크는 속도가 우리의 먹는 속도를 늘 추월한다. 휴천재 텃밭의 거의 모든 채소가 우리 두 식구가 소비할 양을 넘기에 재배하는 많은 채소가 그냥 버려진다. 2018-08-1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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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죽을 뻔 해서는 아무것도 못 배워요’ 2018년 8월 9일 목요일, 맑음. 보스코가 공부하는 서재는 28도로 온대, 그 옆방 침실은 30도로 아열대, 그래도 서재 문을 열어 놓아 그 덕을 조금 보는 중인데 화장실로 들어서면 35도 열대! 몇 달만에 유심히 살펴본 화장실은 더럽고, 주변이 더러우면 더 덥다. 화장실의 모든 걸 복도에 꺼내 놓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청소를 하고 나니 힘은 들었어도 개운하다. 2018-08-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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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그건 당신이 내 차 타고 다니는 값이야’ 2018년 8월 7일 화요일, 맑음. 새벽부터 일어나 마당의 풀을 뽑고 잔디를 깎고 정원 손질을 다했다. 손바닥만한 넓이고 아침 일찍인데도 무지 덥다. 오늘이 입추라는데 가을의 기미는 커녕 더위가 한풀 꺾이는 기미도 없다. 2018-08-0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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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그래도 갈비가 나가고 머린 안 다친 게 고맙고로’ 2018년 8월 1일, 맑음 해 뜨는 시각 오렌지색 너울을 쓴 산청 왕산, 점잖게 비스듬히 돌아앉은 지리산이 ‘8월이라니 몸 좀 쉴까?’ 하는 본새로 아직은 약간 선선한 아침 공기에 묵념을 하고 있다. 지리산의 삶을 늘 풍요롭게 만드는 풍경이다.*담 주 월요일에 외교부와 회의가 있다고 일시 귀국하는 큰아들 빵기에게 여름이면 내가 해 주던 음... 2018-08-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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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프란치스코 학교에서 잘 배우고 오셨구나…’ 2018년 7월 31일 화요일, 맑음. 해 뜨기 전 바구니를 들고 텃밭에 내려갔다. 붉게 익은 고추를 따고 보스코가 ‘고추무름’을 해달래서 풋고추도 한줌 땄다. 전년에는 노린재가 여린 가지들을 모조리 점령해 즙액을 빨아 먹어 8월을 못 넘기고 고춧대는 누렇게 생을 마감했다. 2018-08-0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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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구두닦이 교황님’ 2018년 7월 27일 금요일, 한없이 맑음. 수녀님들과 새벽미사를 드리노라면 참 편안하다. 대주교님이 한국에 오신지 두 달밖에 안 되어 엽렵한 빵고가 이탈리아말 미사경본을 준비했는데 한국말로, 완벽한 발음으로, 미사통상문 부분을 집전하셔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8-07-3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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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참 의리 없는 ‘남초 성인’ 2018년 7월 24일 화요일, 맑음. 하지(夏至) 바로 전에는 4시 반쯤 일어나 밖에 나가도 세상이 대충 보였는데 이제는 5시 5분쯤 되어야 작물과 풀의 분간이 간다. 2018-07-27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