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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눔] 삶을 예술로 만드는 연구소 지난해 시집 을 펴냈던 한국작가회의 김유철 시인이 1일 ‘삶 예술연구소’를 출범했다. 김 시인은 신앙인들에게 종교 창시자들의 삶을 전해 일상의 회복을 전하기 위해 연구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삶 예술연구소’는 ‘삶이 곧 예술’이란 의미이며, ‘삶을 예술로 만드는 연구소’란 뜻이다. 연구소는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 2016-03-04 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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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日 / 일 / 해. 햇볕. 햇살. 햇빛 햇볕은 따사롭고 햇살은 감미로웠다. 햇빛은 바람에 실려 변방을 굴러다녔고 이내 꽃망울은 입을 열었다. 오늘도 해는 어김없이 공평하고 다감했다. 아침볕은 있는 그대로 아침을 열었고, 저녁볕은 있는 그대로의 저녁을 등에 지고 내일로 들어갔다. 무엇을 더 구할 것인가?... 2016-03-0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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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荒 / 황 / 거칠다. 묵은 땅. 어둡다 荒 / 황 / 거칠다. 묵은 땅. 어둡다발길이 닿지 않는 황무지는 이젠 거의 없는 듯했다. 육지의 땅은 더 이상 거칠지 않았지만 거친 바다의 파도는 항구 안에서도 길들어지지 않았다. 일렁임의 파도를 붙박이의 땅은 당해내지 못했다. 묵은 땅은 순했고 갓 태어난 파도는 그 묵은 땅을 쉴 새 없이 밀었다. 어둡고 거친 바다는 인간이 걸어 다니길... 2016-02-2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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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洪 / 홍 / 넓다. 크다. 많다. 洪 / 홍 / 넓다. 크다. 많다.지리산을 올랐다. 삼도 15개 읍면에 걸친 지리산의 품은 넓고 컸다. 지리산의 으뜸 천왕봉은 한겨울 추위에도 그침 없는 용맹정진의 기운을 좌절 많은 세상 속으로 전했다. 선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등줄기를 품어 안은 청청하늘은 그저 깊은 바다였다. 그 하늘에서 한 마리 새가 뒹굴었다. 넓고, 크고, 많은 것을 느... 2016-02-1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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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宙 / 주 / 집. 하늘. 대들보 엎드려 자는 것도 아니고 허구한 날 누워서 자는데 천장의 벽지가 새삼스레 보일 때가 있다. “우리 집 천장이 이렇게 생겼었나?”하고 혼자 멋쩍은 날도 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숱한 밤을 지구별에서 지냈으면서도 우주의 천장에 무슨 별이 박혔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고 살았다. 붉고 푸르고 노란 별별별들.... 2016-02-0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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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宇 / 우 / 집. 지붕. 처마 宇 / 우 / 집. 지붕. 처마부엌달린 방 한 칸, 사글세가 제법 많은 집. 그곳에 신혼살림을 펼쳤다. 삼십년을 지내는 동안 열 평짜리 아파트를 거쳐 열일곱 평으로 옮기고 지금은 스물여섯 평 에 터무니를 새기면서 머물고 있다. 우주 전체를 집이라 불렀던 사람들은 내가 머물다 떠나는 터무니를 어떻게 볼까? 사과꽃과 골분骨粉사과꽃은벚꽃보... 2016-02-02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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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黃 / 황 / 누런 빛. 누레지다 黃 / 황 / 누런 빛. 누레지다‘더없이 징그러운 것’을 시인 박철은 시詩라고 불렀다. 밤새 써놓은 그 징그러운 것을 새벽이 오기 전 더없이 징그러운 것으로 갈아엎었다. 시작과 끝을 분간할 수 없는 평온한 강물 같던 마음이 한 순간 용광로 쇳물 쏟아지듯 뒤집히는 것이 시인의 손끝이다. ‘더없이 징그러운 것’을 누런 종이 위에 쓴다. 황... 2016-01-2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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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玄 / 현 / 검다. 멀다. 그윽하다. 玄 / 현 / 검다. 멀다. 그윽하다.스승은 어느 날 나를 지현至玄이라 불렀다. “무슨 뜻인지요?” 라고 여쭙지 않았고, 스승도 별 말씀 없었다. 그저 ‘툭’ 소리 내며 발밑으로 다가온 불림이었다. 그 불림을 안고 가야하는 그림자가 낯설고 멀었다. 옛사람들은 하늘을 왜 검게 보았으며, 그윽하고도 먼 길로 보았을까? 난 이미 지현至玄이되 아... 2016-01-1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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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地 / 지 / 땅에서 만나는 사람들 젖은 땅이 생명을 갈무리한다. 땅위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생명들이 얼키설키 서로를 애무하며, 땅속으로는 눈으로 볼 수 없고 닿을 길 없는 생명의 기운들이 애면글면 숨어있다. 넘어진 이가 다시 짚고 일어서는 곳. 그곳은 시시하지만 거룩한 땅이다.땅에서 만나는 사람들문정현프란치스코나자렛 사람 예... 2016-01-12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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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天 / 천 / 하늘 天 / 천 / 하늘수도자로 산 적이 있었다. 수도자로 살아가고자 한 적이 있었다. 보이는 하늘을 보이지 않는 하느님처럼 여기며 오늘과 내일 그리고 그 다음날을 곁눈질 없이 걸어가기로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하늘은 때로 더운 바람이었고 길고 멀리 흐르는 강물이었으며 기어이 소리 내어 부를 수 없는 해질녘으로 다가왔다. 오랜 시간이 지... 2016-01-05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