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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暑 / 서 / 덥다 暑 / 서 / 덥다더위를 느끼는 방법은 가지가지다. 복날이 와야 더위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 겨울에도 더위를 지니고 사는 사람도 있다. 난 후자다. 눈꼴사나운 경우를 보면 단 3초 만에 섭씨100도까지 후끈 달아오른다. 아니 끓는다. 스스로 거룩하거나 도튼 사람을 만나면 뚜껑이 열린다. 난 고혈압이다.도튼 인간 도트지 못한 하느님... 2016-05-1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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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來 / 래 / 오다. 장래. 부르다 5월 들어서자 큰바람이 불어왔다. 불러서 온 것이 아니라 아침 지나 한낮 오듯, 햇빛 다음에 달빛 나오듯 큰바람은 그렇게 불어왔다. 멀리 있는 장래든 머잖은 장래는 다 그런 것이리라. 정해지지 않는 듯 보이지만 약속 해 둔 것처럼, 빚진 것 없이 빚을 갚아야 하듯 그렇게 마주해야 하는 일이 휘~ 지나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큰바람이 지나가면 잠잠해질 건가? 아니 더 큰 태풍. 2016-05-0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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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寒 / 한 / 차다. 얼다. 寒 / 한 / 차다. 얼다.겨울은 계절이 아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화물칸에 실려 오는 것이 겨울이 아니다. “지금은 겨울인가/ 한밤중인가/ 논과 밭이 얼어붙는 겨울 한때를/ 여보게 우리들은 우리들을/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가” (양성우 「겨울공화국」일부) 오월이 올 즈음 시대는 늘 추위를 느낀다. 그 해 오월은 겨울이었다. 한겨울. 오월,... 2016-04-2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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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張 / 장 / 베풀다. 넓히다. 크게 하다 張 / 장 / 베풀다. 넓히다. 크게 하다가야하는 길, 해야 하는 일. 그런 길과 일의 맞닥뜨림 앞에서 ‘없는 속까지 포장해서 드러내는 종種’과 ‘끝까지 도무지 속을 내비치지 않는 종種’이 있다. 그대는 어떠한가?베풀라단지온화함을관대함을과묵함을평온함을 2016-04-1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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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列 / 렬 / 벌이다. 늘어놓다. 행렬. 덧붙이다 두 번째 봄이다. 그럼에도 봄은 또 올 것이고 봄비는 눈물처럼 내릴 것이며 봄꽃은 행렬 짓듯 피고 질 것이다. 줄지어 내리는 사월의 눈물은 산발이다. 가늘어 보이지 않는 봄비는 그 눈물을 덮듯 그저 조용할 뿐. 사월의 눈물과 사월의 봄비는 그 바다위에 길게 눕는다. 납작이, 납작이. 2016-04-12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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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宿 / 숙 / 묵다. 숙박하다. 머무르다 누군가 인생을 ‘여인숙에서 머무는 하룻밤’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과연 그러한가. 그렇다와 아니다의 중간쯤에 우리의 인생이 자리 잡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하룻밤이든 한 시간이든 머무는 것이 아닌 지나가는 것에 방점이 찍히겠지만... 그저 그냥 그렇게.꿈낯선 여인숙에서 하룻... 2016-04-05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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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辰 / 진 / 별. 아침. 3월. 동남동 辰 / 진 / 별. 아침. 3월. 동남동개운하다는 말이 있다. 때로 보면 저녁나절보다는 아침나절에 적당한 말일 것이고, 일로 보면 중간에 쓰기보다는 마무리에 적절히 사용되는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시작에 달려있다. 3월 아침 동남동 방향에서 해와 달과 별이 만나는 그 곳에서 세상 이야기는 시작된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 2016-03-2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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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昃 / 측 / 기울다. 오후 기운다는 것은 한쪽으로 넘어간다거나 때가 지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기운다는 것은 균형을 잡는 일이며 바로가기 위한 시간의 여울목 같은 것이다. 기운다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늘이 하는 일이다. 기우는 것을 무던히 바라보는 일도 결국 자비로운 사랑이다. 2016-03-22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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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盈 / 영 / 차다. 넘치다. 펴지다 盈 / 영 / 차다. 넘치다. 펴지다봄에는 편지를 쓰는 일보다 받는 일이 더 봄스럽다. 벚나무가 보내는 연분홍 편지지, 이팝나무가 보내는 희디 흰 편지지, 생강나무가 보내는 노란 편지지 그 속에 담긴 숱한 점... 점... 점... 점에 기대고 있는 그림자들, 손끝 온기들. 보름달 봄밤에 받는 잔은 차고 넘쳤다.E=mc²완전히 다른 발길이었는데한 사람... 2016-03-15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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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月 / 월 / 달. 달빛 月 / 월 / 달. 달빛독일어를 배우던 첫 시간. 여성형과 남성형 그리고 중성과 복수형의 정관사들이 귀로 스며들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독일어에서 달은 남성형이라고 선생은 말했지만 나쁜 학생인 나는 달은 여성이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반백이 넘은 지금도 독일어 선생에게는 나쁜 학생이겠지만 달을 여인으로, 달빛은 여인의 손길로 가... 2016-03-08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