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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律 / 률 / 법. 정도. 지위. 가락 “해도 해도 너무한다” 라는 말은 어쩔 때 하는 말일까? 일정한 분수를 나타내는 정도(定度)와 사람이 행해야 할 정도(正道)는 다른 말일 수 없다. 그래서 정도는 정도다. 한 지위할수록, 한 자리할수록 잘 살펴야 한다. 가락을 놓치는 순간이 모든 것이 어그러지는 순간이며 모든 것을 잃는 순간이다. 사람들이 ... 2016-07-1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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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歲 / 세 / 해. 세월. 신념 歲 / 세 / 해. 세월. 신념유월 말일 한 해가 폴더전화기 허리를 접듯 ‘탁’소리 내며 반으로 접히던 그날, 세월을 생각했다. 물처럼, 어쩌면 물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시간의 모임인 세월은 날과 날 사이를 집착하지 않고 흘렀다. 뒷물이 앞물을 추월하는 법 없이 그렇게 세월은 한 해의 끝인 세모歲暮를 향해 흐르고 있다.세모歲暮에는 달도 ... 2016-07-12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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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시편 : 成 / 성 / 이루다. 이루어지다. 정하여지다 ‘예수’라고 불리던 그 분이 오래전 유대아 땅 골고타 언덕 나무십자가에서 숨을 몰아쉬며 했다는 몇 마디 말들. 젊은 그의 숨이 꺾이기 전 내놓은 한마디, “다 이루었다”는 토막말. 그 말은 ‘예수쟁이’라고 불리는 지금여기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정해진 토막말이기도 하다.이제 다 이루었다... 2016-07-05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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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餘 / 여 / 남다. 넉넉하다. 여유가 있다. 그 이상 세존께서 누웠던 자리나 청년 예수가 머물던 자리를 생각하면 할수록 그 넉넉함에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강퍅한 사람으로 세상이 몰아붙여도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갈뿐이었다. 그 자리의 여유로움, 그 이상을 생각하며 이승의 6월을 또 한 번 보낸다.바람이 누웠던 자리그 바람 그 바람 그 바람... 2016-06-28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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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閏 / 윤 / 윤달. 윤년. 정통이 아닌 임금의 자리 윤일, 윤달, 윤년. 늘 그런 보이지 않는 시간의 개념들이 낯설었다. 왜 그런 사잇길 같은 시간이 있어야 하는지 과학적 설명 앞에서도 헷갈렸다. 그래도 그런 윤閏의 도움이 -당연히- 있어야 시간은 ‘정통이 아닌 임금의 자리’ 마저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시간은 늘 공간을 드나들었지만 두 정... 2016-06-2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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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藏 / 장 / 감추다. 간직하다. 품다. 저장하다 Adam is naked. 한 처음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던 존재가 인간을 감추임 없는 나신裸身으로 만들었다. 그의 아내까지. 벗고도 부끄러움 없었다는 그들이 처음으로 감추려고 했던 것은 놀랍게도 그들의 벗은 몸이었다. 나신裸身이 나신裸身을 감추었다.뭉게구름하늘도 마음 감출 일 있나보다그냥 넓고 푸... 2016-06-1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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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冬 / 동 / 겨울 오래 전 노무현을 비롯한 몇 사람이 어딘가에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음식점을 열었었다. 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란 의미였다. 그 말의 의미를 철에 맞지 않아 쓸모없는 사물, 즉 무용지물로 볼 것인지 때가 되면 긴요하게 쓸 물건으로 볼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래 세상사 그저 생각하기 나름인 게다.한여름 겨울... 2016-06-07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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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收 / 수 / 거두다. 쉬다 거두는 일 중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일은 듣는 일. 즉, 말하는-말하고자 하는-이를 거두어 주는 일이다. 오늘이라 부르는 하루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거두지 못한 사람과 그 사람이 하려는 말이 수두룩-빽빽-했다. 하루가 그렇게 모호하게 지나간다.모호함의 부피붉은색 볼펜으로 한 번그 위에 검은색 볼펜으로 다시 한 ... 2016-05-3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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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秋 / 추 / 가을. 결실. 성숙한 때 秋 / 추 / 가을. 결실. 성숙한 때그 어른은 치악산을 모월산이라 부르며 지학순주교와 함께 원주를 결실의 땅으로 만들었다. 어른은 스스로 ‘조 한알’이라 자신을 불렀지만 그 분은 있는 그대로 행함이 없는 가을그림자였다. 우리 곁에 잠시 머물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신 무위당 장일순 22주기를 맞는다. 우리는 과연 가을처럼 성숙한... 2016-05-2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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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往 / 왕 / 가다. 옛. 이따금 往 / 왕 / 가다. 옛. 이따금오월에 우리는 금남로와 망월동을 피할 길이 없다. 오월에 우리는 이 땅에서 사라진 붉은 생명들을 잊을 길이 없다. 그 해 오월은 단 한 번 지나갔지만 옛 이야기가 아니다. 이따금 그곳과 그들이 떠오르는 것은 살아있게 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과 그곳의 마음을 지금여기에서.다시 망월동 언덕에 서서거기 계... 2016-05-17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