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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爲 / 위 / 하다. 만들다. 베풀다 ‘무위’ 無爲. 노자라는 옛 사람의 말이 똑똑하다고 나서는 이들의 종아리를 친다. 가장 귀한 것-먹지 않으면 죽는 ‘쌀’-을 가장 싼 값으로 흥정하는 자본주의 족속들 엉덩이에 치도곤을 친다. 무언가 만들고, 베풀고, 꾸미고, 간주하고, 조작하며, 정치를 한다는 것들이 결국 하느님 목숨 빼앗음에 哭한다. ... 2016-09-27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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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結 / 결 / 맺다. 맺히다. 마음에 뭉쳐있다. 다지다 여름이 ‘훅’ 갔습니다. 너무 더워서 작열하던 태양이 밉기만 하셨나요? 혹여 열 받아 맺힌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제는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을 만큼 2016 여름편은 사라졌습니다. 맺고, 맺힌 일 모두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계절이 ‘훅’ 가며 알려 줍니다.압... 2016-09-2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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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露 / 로 / 이슬. 적시다. 젖다. 은혜를 베풀다 ‘비의 길’, ‘비가 가는 길’. 어느 시인이 그렇게 풀어놓을까 싶게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글자 중의 하나가 ‘露’란 글자다. 봄비가 소리 없다 하지만 이슬은 아예 소리의 대상이 아니다. 소리, 그 너머의 젖어듦으로 베품을 주고받는 경지를 그려본다. 이승에서 단 한번이라도.수도원 아침동트... 2016-09-1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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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雨 / 우 / 비. 흩어지는 모양 雨 / 우 / 비. 흩어지는 모양썩어가는, 물고기가 사라진, 흐르지 않는 낙동강에 대한 시를 몇 편 썼지만 잘난 서울에는 들리지 않았다. ‘녹조라떼’라는 말이 ‘녹차라떼’로 한가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낙동강에 세워진 8개의 보(洑)는 흐르는 강을 멈춰 세워 “동작그만!”이라고 외치는 불신검문 용도였다. 비가 온다고 씻기질 않을 우리... 2016-09-0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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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致 / 치 / 도달하다. 보내다. 전하다 가을이 도달했다. ‘이번 더위가’ ‘유달리’ ‘맹위를 떨치던’, 푸념과 아우성과 소란의 틈새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태연히 가을이 맨 얼굴로 도착했다. 누가 보낸 것일까? 가.을. 이란 푸르고 붉은 단어 속에 임은 무엇을 전하려는 것일까?구월에새 살은 돋아날 것인가스스로에게 묻는 구월 첫 아침하... 2016-08-3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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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騰 / 등 / 오르다. 높은 곳으로 가다. (말, 수레) 타다 한반도 3대 폭포라 함은 금강산 구룡폭포와 설악산 대승폭포 그리고 개성 천마산 박연폭포다. 언젠가 한겨울 박연폭포를 마주한 일이 있었다. 폭포는 그 큰 물줄기를 꽁꽁 얼린 채 남인南人을 맞았다. 여름이라고 흐를 물이 아니라 총칼을 내려놔야 흐를 물로 보였다. 거슬러 오르는 물을 보고 싶다... 2016-08-2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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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雲 / 운 / 구름. 습기. 높음 雲 / 운 / 구름. 습기. 높음구름은 저 멀리 있는 듯 했지만 높게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늘 구름은 아래에 있었다. 하기는 미륵산에만 올라가도 구름은 발아래에서 흰 몸을 뒹굴려 검게 만들기도 했다. 구름은 참 개구졌지만 안개를 만나는 날이 오면 사색가가 되기도 했다.운무雲霧미륵산에서 바라본 세... 2016-08-1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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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陽 / 양 / 볕. 양지. 밝다 陽 / 양 / 볕. 양지. 밝다세계의 허파라고 일컫는 아마존의 밀림이 잘려나가는 -어쩌면 진부한- 뉴스를 듣는다. 밀림이 잘리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쩌면 진부한- 인간이 먹기 위해서! 인간이 밀림의 숲을 먹는다는 말이 아니라 숲을 밀어낸 풀밭이 -어쩌면 진부한- 인간의 먹거리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관계’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 2016-08-0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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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調 / 조 / 고르다. 어울리다. 균형 잡히다. 調 / 조 / 고르다. 어울리다. 균형 잡히다.그들은 그 일을 고르는 일이라 여겼다. 권력자들은 강줄기를 역사役事한다고 떠벌렸다. 그들은 강바닥을 파고, 강 옆구리를 파고, 강 아랫도리를 파댔다. 그들은 그 일을 국토의 균형 잡는 일이라 여겼지만 어긋난 균형은 결국 강을 퍼렇게 멍든 채 멈춰 세웠다.예수 낙동강 5문수스님소신공양 연기 ... 2016-08-02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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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呂 / 려 / 음률. 등뼈. 땅 이름 呂 / 려 / 음률. 등뼈. 땅 이름땅에서도, 강물에서도, 머물다 흐르는 바람에서도 소리가 새어 나온다. 하물며 살아있는 사람들에서야 말할 것 무엇이겠는가? 그 소리를 듣는 귀가 있는가하며 매몰차게 덮어버린 귀도 있겠지만 등의 뼈를 파고드는, 등의 뼈에서 나오는 그 음률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예수 낙동강 1적신赤身걸린 십자가 바라보... 2016-07-26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