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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菜 / 채 / 나풀. 푸성귀. 반찬 ‘먹이는 간단하게’라고 자신의 공양간에 적어두었던 비구 법정. 그는 입을 위해서 먹지 않았다. ‘먹이’는 단지 ‘먹이’로서의 역할만으로 그쳤고 그의 뱃속으로 들어간 ‘먹이’는 맑은 정신이 되어 그를 살렸다. 도처에 입을 위해 먹는 자여. 배부름을 위해 먹는 자여. 먹는 것이 아니라 먹히고 있는 중을 기억하라. 2017-07-0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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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奈 / 내 / 어찌. 어찌할꼬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루카6.46)어찌할꼬 MAN에게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지어라 그 집은 홍수가 나서 큰물이 집으로 들이닥쳐도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할꼬, 어찌할꼬, 어찌할꼬망설이면, 머뭇거리면, 의심하면... 2017-06-27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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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李 / 이(리) / 자두. 자두나무. 다스리는 벼슬아치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업무 지시를 했다고 믿는다” “공직자로서 사심 없이 직무 수행해 왔다” “잘못된 언론보도로 한순간에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됐다”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의 나날 속에 왜 이 자리에 섰는지 반추했다” 2017-06-2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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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珍 / 진 / 보배. 진귀하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1.3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처음 하느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들이 있었다 하늘과 땅, 낮과 밤, 땅과 바다 씨를 맺는 풀과 씨 있는 과일나무 물짐승, 날짐승과 집짐승, 들짐승 그리고 사람까지 다이아몬드나 진주 따위 돈이나 증권이나 카드 따위 학벌이나 스펙이나 미모 따위 더욱이 알파고 마저도 보배는 아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7-06-1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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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果 / 과 / 열매. 해내다. 이루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창세2.16b-17) 창조주 하느님이 에덴동산에서 첫 사람에게 했다는 말이다. 오래지않아 사람은 그 열매를 따 먹었다. 그리고 많은 일이 다가... 2017-06-0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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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光 / 광 / 빛. 빛나다 볕의 기운이 퍼지자 세상은 제 몸을 드러냈다. 하느님이 ‘낮’이라 불렀다는 하늘세상이 땅에 만들어졌다. 빛이 있는 동안 온 세상은 밝았다. 그 빛이 인간과 공간과 시간의 사이를 깊고 낮게 비추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필요한 거리는 영원이며 동시에 지금이었다. 2017-05-3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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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稱 / 칭 / 일컫다. 부르다. 칭찬하다 ‘명가명비상명 名可名非常名’ 노자 1장에 나오는 말이다. “이름을 붙이면 이름이 곧 이름의 주인이 아니다”라는 헤아리기 어려운 말이기는 하나 세상 이치가 그러하다. 알맹이는 사라지고 이름값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유전되는 탓일까? 세상 모든 것은 가명 속에 살 뿐이다. 바닷물을 컵에 담으면 바닷물은 분명하지만 바다는 아니다. 그저 앞에 다가온 것을 온전히 품을 뿐이다. 2017-05-2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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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珠 / 주 / 구슬. 진주. 아름다운 것 그대에게는 무엇이 구슬인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는데 이미 나에게 넘치도록 있다는 구슬은 무엇이란 말인가? 창조주께서 귀한 것은 흔하게, 천한 것은 드물게 만들어 놓았는데 나의 구슬이 창조주의 천한 것이었다면, 아뿔사! 흔한 것을 귀하게 여겨라. 그것이 구슬이라. 2017-05-1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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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闕 / 궐 / 대궐. 문. 모자라다. 틈 어리석은 박모가 자기 살던 곳을 대궐로 착각하고 난리를 피우다가 쫓겨났는데, 그 쫓겨난 틈을 다시 대궐이라 여기며 그곳을 차지하려고 열다섯 명이 줄달음을 쳤다. 결국 사람들은 그곳을 대궐로 여기지 않는 자를 하나 뽑아 입장시켰는데 두고 볼 일이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면 그곳은 ... 2017-05-0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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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巨 / 거 / 크다. 많다. 거칠다. 거대한 음모의 시작. 그들이 하는 일은 노상 그랬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일’이라는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왼손의 마음과 오른손의 마음은 달랐다. 도와주러 온다는 말은 점령하러 온다는 말처럼 들렸고, 무기 지원한다는 말은 무기 강매와 다르지 않았다. ‘크다’는 말... 2017-05-02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