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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制 / 제 / 짓다. 만들다. 자르다 공동번역 성경에는 창세기 1장 1절을 이렇게 번역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공동번역보다 뒤에 나온 천주교회본은 ‘지어냈다’는 우리말을 굳이 “창조”라 했지만 ‘짓다’란 표현이 단순하고 깊었다.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존재의 지음으로 비로소 생겨난 온갖 것들 그리고 인간. 그 역시도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바람 같음이다. 2017-11-28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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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始 / 시 / 처음. 근원. 근본 성경은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1.1)로 시작한다. ‘한처음’은 인간이 기억할 수 없는 일이며, 기념할 수 없는 일이다. ‘한처음’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하느님을 거부한다. 인간은 단지 하느님의 숨결로서 존재한다.하느님의 출석부 하느님은 사람만 부르지 않는다하느님은 사람... 2017-11-2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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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皇 / 황 / 임금 황제가 아닌 사람이 황제로 군림하거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애완동물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별 반 차이가 없다. 하느님은 없이 계신 듯 있는 겸손이시며 사람은 겸손의 숨결로서 존재하니 그것이 스스로에게 진정한 황제이다. 관옥 이현주목사가 들려주는 <몸>이라는 시의 간곡함을 느껴보라. 황제는 밥 먹고 똥 싸는 온전한 ‘내 몸’에서 비롯한다. 2017-11-1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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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官 / 관 / 벼슬. 벼슬아치 의회민주주의의 꽃은 국정감사를 통해 피어난다. 국민이 뽑은 관官이 정권이 뽑은 관官을 대상으로 길고 짧음과, 높고 낮음의 잣대를 들이대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한번 꽃 피우는 귀한 시간을 꽃이 아니라 불을 지르는 방화범들이 도처에 보인다. 벼슬이란 잠시 지나가는 바람보다도 더 덧없는 것임을 방화범들은 모른다. 2017-11-08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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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人 / 인 / 사람. 인간. 인품 '인간'이란 말이 서로의 관계 속에 스며들은 말이라면, '사람'이란 말은 어떤 소임-미션-앞에 마주한 말이기도 하다. 하물며 ‘인품’이란 말 앞에서는 더욱 더 옷깃을 여미며 지난 1년을 뒤돌아본다. 우리는 마침내 스스로 촛불이 되어 해냈지만 여전히 그 촛불은 길 위에 있다. 2017-10-3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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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鳥 / 조 / 새. 봉황. 별이름 ‘진리의 힘’을 의미하는 진리파지(眞理把持)라는 말이 있다. 굳이 푼다면 진리를 손에 쥐고 놓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한 둘이랴? 정녕 우리 마음속에 무엇을 붙잡고 사는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라. 2017-10-2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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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火 / 화 / 불 . 타다. 태우다 한반도 면적의 70%를 잿더미로 만들었다는 캘리포니아의 산불. 한번 붙으면 불은 불 자체가 아니라 바람을 타고 그렇게 모든 것을 태우는 것을 여실히 전해준다. 불을 잠재우는 것은 물이 아니라 평화다. 그 평화를 위해 왔다는 나자렛의 젊은이가 오늘도 탄다. 생나무가 탄다. 2017-10-17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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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帝 / 제 / 임금 영화 <남한산성>이 화제다. 김훈 소설가의 원작에 실린 글의 힘을 영화는 버거워했다. 마치 청나라 태종의 군사를 눈앞에 마주한 조선 임금 인조의 숨소리 마냥 영화는 내내 낮고 깊었다. 몇몇 정치인들이 영화를 보고 나와 제 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오줌이 떨어진 발이 언 발인지, 저린 발인지는 그들 스스로 알겠지만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380년전 이 땅에 펼쳐진 팩트였다. 2017-10-1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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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師 / 사 / 스승. 스승으로 삼다 오래도록 스승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이른바 무림의 도사급으로 이름이 들리면 기어이 찾아가 그가 신발끈을 어떻게 매는지 보려했다. 세상에는 반면교사도 많지만 정면교사가 더 많은 법이다. 제 자신이 배우려 한다면 말이다. 2017-10-0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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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龍 / 용 / 용. 임금 옛 사람 노자가 이르기를 임금이 평화의 길을 안다면 군대의 말이 농사짓는 말로 바뀌고, 세상에 평화의 길이 없으면 말이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고 했으니 지금 여기는 어떠한가? 노자가 말하는 임금이란 대권을 진 사람이 아니라 천하를 품은 이를 일컬으니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2017-09-26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