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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 5 (김창규)
  • 김창규 목사
  • 등록 2015-07-31 09:32:12
  • 수정 2015-08-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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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문으로 죽은 자


남영동 대공 분실 조사실을 올라가는

철 계단이 둥근나사 형으로 되어

운석 파편이 떨어지듯 빨려 들어가

지옥문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저승사자 고문기술자가 서 있고

비명소리도 새어나가지 못하는

방안에 긴 침묵이 흘렀다


살려달라고 목을 놓아 울면서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불렀건만

이미 죽은 나를 경멸하였고

고문기술자는 욕조 밖으로 나온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지독한 놈이라고 했다

받은 고문의 후유증이 도졌다


고문실 안에 영정사진을 보았지

무의식 속에 영혼이 울고 있다

문 밖에 선 당신의 자유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 한다

별이 죽으면 꽃이 되는 그런 세상은 없어

버짐처럼 번져가는 악마의 화신

고문기술자 그 뻔뻔한 하느님은 알고 계시겠지

저 악마의 자식을 용서치 않으실 거야

믿어도 될까


그놈은 인민을 수백 수천 명을 죽이고도

아주 잘살고 있어 악마의 자식들은 복을 받아서

살인마 대통령도 그 밑에 잡것들도

너무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

절대 눈을 감을 수 없어

이렇게 고문으로 청춘을 끝내야 하다니

그 나라에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악마와 싸워 이길 때까지

내 이름을 부르지 마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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