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으로 죽은 자
남영동 대공 분실 조사실을 올라가는
철 계단이 둥근나사 형으로 되어
운석 파편이 떨어지듯 빨려 들어가
지옥문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저승사자 고문기술자가 서 있고
비명소리도 새어나가지 못하는
방안에 긴 침묵이 흘렀다
살려달라고 목을 놓아 울면서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불렀건만
이미 죽은 나를 경멸하였고
고문기술자는 욕조 밖으로 나온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지독한 놈이라고 했다
받은 고문의 후유증이 도졌다
고문실 안에 영정사진을 보았지
무의식 속에 영혼이 울고 있다
문 밖에 선 당신의 자유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 한다
별이 죽으면 꽃이 되는 그런 세상은 없어
버짐처럼 번져가는 악마의 화신
고문기술자 그 뻔뻔한 하느님은 알고 계시겠지
저 악마의 자식을 용서치 않으실 거야
믿어도 될까
그놈은 인민을 수백 수천 명을 죽이고도
아주 잘살고 있어 악마의 자식들은 복을 받아서
살인마 대통령도 그 밑에 잡것들도
너무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
절대 눈을 감을 수 없어
이렇게 고문으로 청춘을 끝내야 하다니
그 나라에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악마와 싸워 이길 때까지
내 이름을 부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