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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회 평신도 활동가 최태이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7-28 10:46:08
  • 수정 2015-07-29 1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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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수 편집장) 가톨릭프레스는 평신도 인터뷰 중 처음으로 최태이(글라라) 자매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가톨릭 신자가 된 지 얼마나 되셨어요?


▶ 2007년도에 세례 받았습니다. 신자로 산 지 긴 시간은 아니죠. 견진도 받았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쁜 것을 먼저 말하고 고칠 것을 나중에 말하는 순서가 좋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 순서를 따르려 합니다. 신자로서 보람된 일은 무엇인지요.


▶ 저는 20대부터 사회 문제에 대해 늘 민감하게 행동하고 살았는데, 가톨릭 신자가 되고 나서 사회 문제와 교회 내 문제 사이의 괴리가 커서 교회에 열중하지 않고 냉담자로 지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미사를 드리고, 그것이 이어져 쌍용차 문제 등 어려운 현장에 있었습니다. 신자로서 저를 울렸던 일은 제가 희망버스를 두 번 탔었을 때에요,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삶이 저렇게 고통스러우면 안 되는데 하고 잔인함을 느끼면서 살아갔어요. 그때 희망버스로 연대하면서 서영섭 신부님이 매일 미사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신자의 자세와 신앙인의 모습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거리 미사를 드리면서 보람을 참 많이 느껴요.


영하 20도일 때 대한문 앞에서 손발 녹이며 미사 드리면서, 신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으로 현장에 갔어요. 쌍용차 현장 미사가 절정에 이르면서, 정부는 미사를 못하게 막고, 텐트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꽃밭으로 메우고. 정말 그때 참담한 심정이었어요.


신자로서 쌍용차 현장을 함께 하면서, 쌍용차 형제님들에게서 우리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저는 뿌듯했어요. 쌍용차 형제님들이 사실 우리를 이 자리에 초대한 셈이라는 신부님 말씀대로, 제가 그분들을 초대한 것으로 알았는데, 실은 그분들이 저를 초대한 것임을 깨달았죠. 그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았고, 기쁨을 느끼고, 신자로서 자세를 다시 가다듬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지금도 세월호 현장에서 아픔을 함께 하고 있어요. 교회를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 저를 비롯한 다른 형제자매님들의 행동을 독려하지 않나 싶어요. 천주교 신자로서 지금 기쁘게 살고 있습니다.


- 보통 천주교 신자와 같지 않게, 자매님은 현장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에 자주 계셨습니다. 이른바 길거리교구 신자로서, 현장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길거리 미사에서 어떤 신앙적 감동을 느꼈습니까?


▶ 사람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하기 대개 싫어하는데요. 현장에 가면 발언의 공감대가 같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요. 교황님이 말씀하신 ‘우리를 통하여 우리를 도우소서’ 라는 기도의 일치는 아직도 제 안에서 뜨겁게 살아 움직이는 감동이에요.


- 길거리 미사와 기도에서 신앙인으로 깊은 감동을 느끼셨군요. 미사하실 때 현장에 오시는 신부님들이 많나요?


▶꽤 많은 신부님들이 함께 한다고 느껴요.


- 길거리로 나오는 신부님들을 보고 어떤 감동을 느끼셨어요?


▶ 그분들도 그 자리에 나오시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함께 하기 위해 당신들의 일상을 접고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느껴요.


작년 세월호 미사가 한참일 때 폭우가 내리는 날이 많았어요. 그곳에 비닐하우스로 천막을 짓고 미사드릴 때 전라도, 광주, 안동 등 거리에 상관없이 달려오는 신부님들을 보았어요. 여기까지 오시는 게 어렵고 눈치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커다란 감동으로 제게 다가왔어요.


- 신부님들이 길거리 미사에 나오는 게 눈치 보이고 어렵다고 흔히 말하잖아요? 그런데 눈치 보이고 어렵다고 하는 게 정상이 아니죠. 오히려 미사 나오는 신부님들을 더 격려하고 지원하는 게 마땅한 일이죠. 이런 현실이 많이 아쉽습니다. 현장에서 수녀님들도 많이 보시죠? 수녀님들께 어떤 점을 느끼셨어요?


▶ 수녀님들은 그야말로 한국교회의 빛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빛으로 걸어가시는 수녀님들의 당당함이 늘 느껴져요. 여름에 우리가 세월호 미사를 열심히 드릴 때 평신도보다 수녀님들이 늘 그 자리를 많이 채우시는 것을 지금도 보고 있어요.


신자 아닌 분들은 베일을 쓴 수녀님들의 뒷모습이 가슴에 깊이 남으시나 봐요. 어떤 분이 페이스북에 수녀님들의 베일이 한 여름의 매미를 생각하게 된다고 글을 남기셨어요. 여름의 시작과 끝을 매미와 함께 하듯, 아픔을 끝까지 함께 하는 수녀님들의 모습에 감동했다는 의미 같았어요. 수녀님들의 그런 모습에서 한국교회의 빛을 느껴요.


- 올해가 축성생활자의 해 아닙니까. 그래서 수녀님들도 올해 특별히 더 감동으로 지내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지금 자매님은 주로 천주교 신도 중에서도 예외적인 곳에서 예수님을 많이 만나시는 것 같아요. 그렇죠? 현장에서 만나는 예수님은 자매님에게 어떤 분으로 다가옵니까?


▶ 제가 거리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예수님은 제게 관념적인 분으로 남았을 거예요. 제가 거리로 나와 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 예수님은 제게 찾아오시는 은혜라고 할까요? 함께 했다는 뿌듯함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와요.

예수님이 과연 성전 안에 계셨을까요? 한 번도 성전 안에 계시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신부님이 세월호 미사를 드릴 때 사람들이 예수님이 어디 계시냐는 물음에, 예수님은 304명의 아이들과 함께 가라앉은 배 속에서 돌아가셨다고 하는 말씀에, 저는 집에서도 눈물이 흘렀어요.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돌아가시고, 살아나시고, 우리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저는 체험했습니다.


-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많은 느낌이 있으셨죠? 벌써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는데요,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난 일도 있으시죠?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어떤 점을 많이 느끼셨는지요.


▶ 한두 가지로 말할 수 없죠. 팽목항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성호 어머님이 교회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을 유가족 어머니로서 발언하실 때, 그 찢어지는 목소리는 지금까지도 가슴에 남아 저를 괴롭게 해요. 성호의 유가족들을 많이 보았어요. 교황님께 세례 받은 이호진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대한문에서 미사를 시작할 때 처음으로 오셔서 찢어지는 목소리로 발언할 때, 정말, 텔레비전에서 접하지 못하는 유가족의 생생한 말씀이었어요.


얼마 전 민호 아버님, 영석이 아버님과 몇몇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 매트 하나 깔고, 비닐 하나로 천막 치고 그 안에서, 정부를 향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진실에 대한 마음을, 시위한다고 해야 하나요? 그럴 때 느낌은, 이 분들은 이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데 우리는...


유가족 중 한 분이 올리신 글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바다 속에서 수습되지 못한 희생자들이 있는데, 주말이 되면 텔레비전을 켜놓고 무엇을 먹을까, 어디로 갈까.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속상해하는 유가족들을 볼 때, 저는 많이 죄송했어요.


- 성당 밖, 길거리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느낌에 대해 많이 질문하였습니다. 이제성당 안으로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본당 생활을 하면서 기쁨도 많았지만 아쉬움도 있으셨죠? 성당에서 본 사제들은 어땠습니까? 사제들의 삶이나 강론이나 신도들과의 관계 등 말씀해주세요.


▶ 신앙생활이 길지 않다보니, 사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제가 다니는 본당 사제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데, 많이 조심스럽네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같은 안산 대리구 소속인데도 신부님이 세월호 사건을 아픔보다 통상적 사고로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라고 아쉬웠습니다. 세월호 현장에서 멀리 있는 교구에서 오신 사제는 세월호의 아픔 때문에 4월 16일 이후로 저녁 식사도 줄이고 술도 줄이고 살이 빠져 홀쭉해진 몸으로 광화문에 오신 걸 봤어요.


식사를 줄이진 않더라도, 사제라면 이웃의 고통에 아파해야 되는데... 같은 대리구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는 저희 본당사제를 보면서 실망했어요. 세월호에 대해 신자들에게 얘기 하면, 못 들었을 뿐이다라고 얘기해요. 도대체 그 가끔이 어느 정도를 얘기 하는 건지, 가끔에 대해 저는 동의하지도 못하고요. 그렇게 말하는 신자들을 보면, 함께 분개하고 아파해야 하는 일에 대해 둔감하게 구는 건지, 그들에게 신앙적 고민은 어느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어요.


본당에 갇혀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워요. 신자로서의 삶도 사제의 삶 못지않게 부족하다고 느껴요. 사제가 못 할 땐 신자가 건의해야 되는데, 사제도 안 하고, 신자도 건의할 줄 모르고, 서로가 잘 안 되고 있어요. 사제가 세월호 미사에 가면 오히려 사제가 사람들에게 미움 받게 되는 것이 제가 겪은 일이에요.


-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제들 사이에, 신자들 사이에 의견 차이나 갈등이 많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또 겪으셨죠? 본당 신자들 중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파하는 분이 많았습니까, 무관심한 분이 많았습니까?


▶ 일일이 물어보진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우리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 정도로 취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 그런 모습을 보시면서 우리 평신도가 성서나 교리, 사회교리에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셨어요?


▶ 정말 절실하죠. 인천교구 어디에서는 예비자 교리에 사회교리를 포함한다고 들었어요. 꼭 필요하고 시급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자 재교육은 지금 곧 시작해야 한다고 느껴요.


- 세례 받으실 때 사회교리를 받으셨나요?


▶ 받지 않았어요. 받지 않았지만 제가 궁금한 것도 많았고, 현장에서 미사를 드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찾다보니까, 사회교리를 알게 됐죠.


우리 본당 신자 네 명을 강제로 끌고 가서 서울대교구에서 행하는 사회교리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교회가 가톨릭 교리서에만 머물게 되는 부분을 빨리 개선해서 사회교리로 신자들을 재교육해야 된다고 절실하게 느꼈어요. 사회적 인식이 바로 설 때 바른 신앙이 선다고 지인과 늘 얘기해요.


- 본당 운영에서 신도들의 성서, 교리, 사회교리같은 교육 분야가 비중이 큽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강론에 반드시 사회교리를 포함하라고 하셨습니다. 본당에서 잘 지켜졌습니까?


▶ 교육 분야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 본당 경우는 제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론에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어요. 사회교리를 모르는 신자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에요.


- 예외적인 일은 많지만, 대부분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신앙생활을 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죠. 교황님을 좋아하시죠? 교황님 싫어하는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교황님의 어떤 모습이 좋으신지요.


▶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로 좋은 점이 많아요. 광화문에 가진 못하고 시복식을 영상으로 지켜봤는데, 교황님이 김영호 선생 손을 잡으러 내려오시고, 그분이 전해주는 편지를 비서에게 전해주지 않고 당신이 직접 보관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우리보다 우리 현실을 더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졌어요.


정교회와 일치를 위해 부활절 날짜를 이동시키려고 고민하시는 것, 가톨릭교회의 잘못에 대해 망설임 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실천적인 모습을 보면, 신뢰감이 느껴져요. 교황님은 복음을 사시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전하시려고 노력하는데, 정작 우리 교회는 교황님을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늘 느끼죠.


- 교황님이 교회쇄신을 위해,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많이 애쓰시잖아요. 그렇다면 한국 주교님들은 어떻습니까? 교황님을 따라 살려고 하는 것 같습니까, 아니면 그런 노력이 잘 보이지 않습니까?


▶ 물론 주교님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교회를 바꾸고자 실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진 못한 것 같아요.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 가톨릭교회에는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가 강하고 전통적입니다. 본당에서 여성 차별을 느낀 적이 많으신가요?


▶ 많아요. 봉사자들의 자리를 귀히 여기고 교회에 대한 헌신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지만, 총회장이 꼭 남자여야만 하는지요. 끝도 없이 드는 의문 중 하나입니다. 신자 중 70% 이상이 여자로 알고 있는데, 교회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은 남자라는 게 견고한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남녀 차별의 두드러진 사례라고 생각해요.


- 성당에서도 남자 평신도보다 여자 평신도들이 궂은일을 더 많이 하죠? 혹시 사제들이 남녀차별 의식에 젖은 행동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 제가 봉사를 전면적으로 나서서 하지 않아서 직접 목격한 건 없지만요. 우리 교회에 남녀평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예언자적 입장에서 말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되는데요. 그에 대한 감각이 없으니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봐요. 본당에서 궂은일은 여자 평신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데도,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교회 문화가 많이 답답해요.


- 교황이 ‘성직자 중심주의는 바리사이의 위선’이라고 비판하신 일이 있고, 지난 3월에 한국 주교단이 로마교황청을 방문했을 때 어느 추기경께 ‘한국의 성직자중심주의가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성직자중심주의는 유교와 관계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러니까 성직자중심주의는 우리 복음과 관계없다는 것입니다. 성직자중심주의를 교회에서 많이 느끼시나요?


▶ 신자들도 성직자중심주의를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사제들도 교황님 말씀에서 도전을 못 받아들이고, 신자와 사제의 평등에 대해서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본당에서 임기를 마치고 가신 신부님만 보더라도 너무 권위적이었는데, 그 권위로 교회 공동체를 상처 내는 일을 5년 내내 목격했어요. 사제에게 피해 받았다는 것이 교회 언어와 멀지는 몰라도, 피해자들이 많았음에도 항의조차 못하고 뒤에서 얘기하는 걸로 그친다는 것은, 성직자 중심주의에 신자와 사제 둘 다 물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 교황님이 성직자 중심주의가 잘못됐다고 말했으니, 한국 사제들이 신도들에게 성직자 중심주의가 틀렸다고 알려줘야 돼요. 성직자들도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고, 신도들에게 사제들이 고치도록 도와달라고 해야 되는데, 그런 움직임을 보신 적 있습니까?


▶ 안타깝지만 전혀 없어요.


- 본당에서 청소년들이 자주 나옵니까?


▶ 나오기는 하지만 어른 신자들에 비해서 적습니다. 참 안타깝죠.


- 교회에 청년이 없으면 교회에 미래가 없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주교님이나 신부님들에게 건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요. 사실 주교님에게 건의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문제를 주교님이나 교회의 장상들이 가정의 어머님들에게 건의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머님들이 자신의 신앙은 굳건히 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신앙이 아니라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라고 말해요. 교회로 가야할 아이들의 발걸음을 학원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은 주교님이 어머님들에게, 가정에 부탁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사제들의 미사 강론에 대해 아쉽게 느끼거나 건의하고 싶은 게 있나요?


▶ 많아요. 강론을 들어보면 사제가 묵상을 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짜깁기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 신자들은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사제들이 신자들의 그런 노력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요. 강론을 짜깁기했다는 느낌을 매번 느끼고, 매일 미사를 계속 나가다보면, 작년에 했던 강론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반복하는 것도 느끼고요. 이런걸 보면서 사제 생활이 고백성사와 강론만 없으면 할 만 하다는 말이 헛웃음 나올 만큼 현실이구나 하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사제들에게 제대로 건의하지 못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에요.


- 평신도들도 고칠 점이 많지요. 뭐부터 고쳐야 할까요?


▶ 우선 공부해야죠. 저희 본당은 사제의 개인적 성향일 수 있겠지만, 밖으로 공부하러 다니는 신자들을 미워했어요. 본당에서 공부와 피정이 다 되는데 어딜 돌아 다니느냐는 식으로 비난할 정도였어요. 그런 것조차도 자기중심적인 신앙이 되어야 하는데, 성직자 중심적인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그런 눈치에 연연하는 모습을 주변 평신도들에게 많이 느꼈어요.


공부하지 않는 건 같은 평신도 입장에서 많이 안타깝죠. 조금만 노력하면 견고한 교리 안에 갇혀 사는 신앙을 일깨울 좋은 책들을 알 수 있는데요. 그런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그야말로 발바닥 신자죠. 성당에 와서 미사 드리고, 미사 끝나면 차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고, 어떠한 연대의식 없이 자각하지 않고 사는 모습을 정말 많이 봤어요.


- 지금 우리 신도들이 옛날보다 헌금을 많이 내잖아요. 교황님은 우리에게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라고 부탁하셨어요. 지금 헌금액을 보면 우리 교회가 가난한 교회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 이제 우리 가톨릭교회가 중산층을 위한 교회가 됐다는 글들도 자주 접하고요, 현실을 봐도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에 발붙이기 힘든 분위기가 만연한 걸 느끼죠. 얼마 전 가톨릭프레스에서 본 글(http://goo.gl/7YfW1f)에서도 느꼈지만, 사제가 헌금에 대해 거론하지 않아도 신자 스스로, 하다못해 미사예물로 미사를 산다는 의미로 하는 걸 많이 봤어요.


가계 치유, 내 가족에만 머무는 미사는 돈 있는 사람만 미사를 살 수 있다는 특권 같은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에, 그런 신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회가 중산층화 되는 것도 신자 재교육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봐요. 미사를 산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고요. 미사를 통해 가계치유가 된다고 믿게 만드는 교리도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해요.


- 가계치유는 신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고, 그런 얘기가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미에선 가난한 사람들은 미사 예물을 바치지 않아도 되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구에서 발행하는 주보에 사회교리 부분이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까?


▶ 아니요, 전혀요. 가끔 신부님들의 가톨릭 교리를 투고 형식으로 실린 적은 있지만, 사회교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는 주보에 실어도 주보를 미사 때 잠깐 보고 가방에 넣어두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요, 주보에 싣기보다 미사 전이나 후에 한 꼭지씩이라도 사회교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강론에 사회교리를 반드시 포함시키라는 말만 사제들이 지킨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거예요. 한국 사제들의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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