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토지 주거정책의 진수를 보여주는 맨하탄 배터리파크시티 ⓒ 이원영우리는 지금까지 '주택공급'을 외쳐왔지만, 정작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주거'였다. 주택은 사고파는 자산이고, 주거는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물량만 늘려온 결과가 지금의 청년 주거난이고 저출생이다.
혼동의 뿌리는 국가 스스로의 땅장사에 있다. 1980년대 군사정권 이래 국가는 논밭과 임야를 반강제로 수용해 택지로 개발한 뒤, 재정 여력이 있는 이에게 되파는 방식을 반세기 가까이 이어왔다.
헌법 제23조가 말하는 '공공 필요'에 의한 수용은 도로나 학교 및 공원처럼 모두가 함께 쓰는 시설을 전제한 것이지, 국가가 땅을 되팔아 차익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공공이 수용한 땅에서 나온 개발이익은 분양받은 소수에게 돌아가고, 그 비용은 분양받지 못한 이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가 떠안는다. 임차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이 3.6년에 그치는 지금, 아이가 한 동네에서 초등학교를 마치는 일은 행운이 되어버렸다.
이 구조가 지속되는 이유는 국가의 재정이 이미 이 순환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땅과 집을 담보로 신용을 창조하고, 그렇게 풀린 돈이 다시 집값을 밀어올린다. 집값이 오르면 담보가치가 오르고, 담보가치가 오르면 대출이 늘어난다.
이 중독 속에서는 집값 하락이 곧 신용경색의 신호가 됨에도, 국가는 이런 금융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뿌리를 그대로 둔 채 공급량만 늘리는 정책이 매번 공염불에 그치는 이유다.
바로잡을 길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택지를 되파는 관행을 멈추고 임대로 전환해, 아이를 기르는 가구가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졸업까지 퇴거 걱정 없이 한 동네에 머물게 해야 한다. 여기에 조봉암의 농지개혁이 실증했던 원리ㅡ공동체가 만든 땅의 가치는 공동체가 나눈다는 원리를 되살려, 보유세를 '기본지대'로 개편하고 그 세수를 토지배당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상위 1%가 개인 토지가액의 27%를, 상위 10% 법인이 전체 법인 소유 토지의 92%를 쥐고 있는 지금의 편중을, 걷어서 나누는 명예로운 제도로 풀어야 한다.
봉이 김선달식 금융폭리를 이젠 바꿔야 한다. 이재명대통령도 당대표시절 '횡재세'라는 개념을 장착하지 않았던가. 금융개혁이야말로 진짜개혁이다.
그런데 이 개혁론은 좀처럼 공론장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 부동산 자산을 가진 계층과 그 자산을 담보로 굴러가는 금융자본, 그 광고에 기대어 사는 언론이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뉴스타파 조사에서 서울 거주 언론사 임원의 43.6%가 강남 3구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경기의 심판이 실은 선수로 함께 뛰고 있다는 증거다. 집값 하락이 서민경제를 위협한다는 익숙한 프레임은 크게 보도되지만, 국가의 땅장사와 신용창조 중독을 짚는 목소리는 지면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먼저다. 언론은 전파와 신뢰라는 공공재를 바탕으로 시민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할 공유부이지, 소수 매체와 그 뒤의 자본이 독점할 사유물이 아니다. 미디어바우처법은 시민 각자의 몫을 원하는 매체에 배분해, 광고자본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이 언론의 생존을 좌우하게 만드는 실질적 첫걸음이다.
그런데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했던 이 법은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뒤로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쥔 여당이 자당 의원의 법안조차 4년 넘게 토론회 수준에 묶어두고 있으니, 저항하는 야당도 검찰도 없이 오직 스스로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이다.
입으로는 청년 주거를 걱정하면서 그 공론장을 넓힐 법안은 손대지 않는 정당ㅡ청년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정책 방향이 틀려서가 아니라 말과 행동의 거리를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땅을 팔지 않겠다는 결단과 그 결단을 공정하게 비출 언론이 함께 가야 한다. 뿌리를 안 뽑고 가지만 치는 개혁은 봄이 와도 다시 무성해질 뿐이다.
국가의 땅장사를 멈추고 기본지대를 적용하며, 언론이라는 공유부를 시민에게 돌려줄 때, 비로소 '내 집 마련'은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아이가 이웃의 얼굴을 알며 자라는 '우리 마을'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 글은 <울산저널i>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