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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 4 (김창규)
  • 김창규 목사
  • 등록 2015-07-24 10:23:51
  • 수정 2015-08-19 09: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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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폭격 학살


피난 가는 길 매미소리

뭉게구름이 그림을 수놓고 있는 노근리

온 동네 사람들이 짐을 지고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지나는데

하늘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났다

갑자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


폭격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네

아무나 무조건 학살하는 게

저, 양키나라가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야

개울에 고꾸라지고 철길 밑에 떨어지고

어른도 아이도 수없이 죽어갔다


폭격과 기관총이 난사되었고

죽음의 골짜기로 변한 쌍굴다리

총탄 자욱 선명한 그곳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살아남은 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

비행기 지나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국군이나 양키군대가 무서울 수 없지

그런데 양민을 학살하고 죽이는 것을 보면

한국전쟁은 악마의 전쟁이야

어찌 이렇게 무고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죽게 만들 수 있을까


쌍굴다리 위로 기차가 지나간다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진 사람은 없고

아무도 소리치지 않을 때

노근리 사람들은 전쟁 책임을 물었다

야만의 아메리카합중국 정부에

마침내 악의 축 마침표를 찍었다.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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