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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태 신부의 오늘 미사 (15.07.19)
  • 이균태 신부
  • 등록 2015-07-19 09: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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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관심을 집중하고,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실천하자고 다짐하는 농민 주일을 1995년 추계 주교회의 정기 총회는 제정하였다. 그래서 매년 7월 셋째 주일은 농민 주일이며, 오늘은 제정 20주년을 맞이하는 농민 주일이다.


오늘 농민주일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의 질서 보전과 도시- 농촌 연대 공동체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빈다. 특별히 귀농귀촌 운동, 도시 농업 운동, 로컬 푸드 운동, 생활 협동 조합 운동, 슬로우 푸드 운동, 식량 주권 운동, 식생활 교육 운동, 그리고 무상 급식 운동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명을 살리고, 함께 연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들, 거룩함을 위해 애쓰는 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빈다.


1990년대 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농업 구조 조정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지금 이 나라의 농촌은 극심한 농촌 인구의 감소, 농업 후계 인력의 태부족, 농가 소득의 하락과 더불어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격차의 끊임없는 확대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올 해부터는 쌀마저도 완전히 개방되는 바람에 식량의 해외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 


또 유전자 조작 식품이 우리네 밥상에 버젓이 올라오고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류를 비롯해서, 수입 옥수수와 수입 콩으로 만든 식용유, 카놀라로 만든 식용유에도 유전자가 조작된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다.


더군다나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2년에서 3년 가량 실패를 겪어야 하고, 일손이 더더욱 필요한 일이라서,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농약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지만, 여전히 농약으로 말미암는 환경 파괴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환경 파괴의 영향으로 암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아토피와 같은 피붓병이 창궐하고 있다. 그 덕분에 황 모씨는 군 면제도 받고, 대한민국 2인자도 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이제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파견 받아 떠났던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이 다시 예수님께로 돌아온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파견을 받아서 떠나갔던 제자들이 예수님께 돌아와서 보고하던 장면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제자들은 마귀도 물리치고, 병든 이들을 낫게 하고, 복음을 선포하면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음에 기뻐했을 것이고, 들떠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대견하기도 했을 것이다. 파견 받은 제자들을 뒤따라 «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고», 예수님과 제자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 곳으로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는 말들로 유추해볼 때, 파견은 대성공이었다.


대성공을 이룬 덕분에 허기가 지고, 피곤을 느끼게 된 제자들을 위해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외딴 곳으로 데리고 가신다. 그러나 그 외딴 곳의 쉼도 잠시, 사람들은 또다시 모여들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아서, 그들을 본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셨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바로 이 외딴 곳에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신다. 이러한 예수님의 마음에서, 예수님의 따스한 눈길과 손길에서 우리는 참 목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의 백성, 특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없고 돈 없는 백성, 일자리를 빼앗긴 백성, 반생명의 문화에 ‘그건 아니잖아’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백성, 생태계 파괴, 생명 위협과 같은 문제에 직면해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백성, « 너무 살기 힘들다 »고 한숨을 푹푹 내어 쉬는 백성을 보시며, 예수께서는 참 목자가 가지고 있는 « 가엾은 마음 »을 품으실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 «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정책이나, 보여주기 식의 행정은 이제 그만 접어라. FTA 한답시고 힘 센 이웃나라, 먼 나라 눈치, 코치 보면서, 오히려 그들에게 더 자발적으로 갖다 바치려고 하고, 힘 없는 백성 등쳐 먹고, 그들의 피눈물을 빨려는 작태 stop해라. 유통 구조 개선하고, 우리농 살리기 운동, 식량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들에 대대적인 지지를 보내라. 그리고 더 이상 현실에 마지못해 복종하거나, 자발적으로 복종하거나 간에, 그런 복종하지 말아라. »


이 나라 이 땅의 백성은 지금 이런 말을 해주고, 그 말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목자를 갈망하고 있다. 그 목자는 언제 올까? 백성을 돌보아 줄 목자들, 오늘 제 1독서에서 예레미아 예언자가 말하는 « 살아 남은 양들이 더 이상 두려워 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목자들, 양들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는 목자들 »(예레 23,3-4 참조)은 언제 올까 ? 예레미아 예언자는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 « 보라, 그 날이 온다 »(예레 23, 5)고 말이다.


그 날이 언제일까? 이 어둡고, 힘든 불통의 시대, 그러나 « 그날 »은 반드시 올 것임을 희망하면서 사는 삶, 지금은 희망이야말로 신앙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에 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기 그지없는 현실은 « 가엾은 마음 »으로 미어지는 가슴들을 부둥켜 안으며 오시는 하느님의 아드님을 보여 주어야 하는 교회에 채찍질로 다가온다. 더욱 더 깨어 있으라고 더욱 더 하느님께 매달리라고, 더욱 더 내어주라고, 더욱 더 그분을 닮으라고 하는 회초리로 다가온다.


연중 제 16주일 농민주일에 들었던 제1독서와 2독서 그리고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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