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호

10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참사 1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됐다.

이날 강론을 맡은 김영식 신부는 “작년 오늘 사제단은 희생자들을 위해 연도를 바치며 한분 한분의 영원한 안식을 빌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자) 경찰은 명단 공개가 범법이라고 하고 언론과 정치계가 패륜으로 몰고 갔다”며 “하지만 하느님 아들딸들의 영혼을 아버지께 맡겨드리고 유가족을 위로해주시기를 기도하는 일은 사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날 아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조차 패륜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가던 분위기였기 때문에 죄인처런 숨어서 추모미사에 참석했던 아버님 한분은 신자는 아니지만 미사를 봉헌해주셔서 고맙다고,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주셔서 큰 위로가 되었다고 우리 아이를 밝은 세상으로 꺼내주셔서 고맙다고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데 우리 편이 되어주셔서 큰 위로가 되었다고 죽은 우리 아이를 엄마아빠 품으로 되돌려주셔서 고맙다고 말하며 우셨다.

김영식 신부는 10.29 이태원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 CRUSH >를 언급하면서 “다큐 제작진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잦은 시위로 인해 대규모 군중을 다루는데 매우 잘 준비되어있고 경험도 많은 나라인데 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때는 예외였는지 물어야 한다. 두 참사의 공통점은 참석자와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세대였다는 점’이라고 짚으며 참사의 원인을 정치에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정작 이 다큐를 참사가 벌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예고편조차 볼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드러나서는 안 될 진상이 드러나고 책임자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며, 특별법 제정이 왜 꼭 이뤄져야 하는지를 말해줄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이라며, “감추고 숨기는 자가 바로 처벌받아야 할 책임자요 범인”이라고 지적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이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잊혀지게 하기 위해 끝없이 외면하고 무시했다. 그리고 우리 유가족들이 지쳐서 모두 흩어질 때까지 압박을 가해왔다”면서 “그러나 어제 분명히 이 자리에서 많은 국민들이 우리와 연대하고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젊은 청춘들이 희생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기 위해 29일 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초등학교때 다니던 교회에 가서 추도사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젊은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을 했다고 말했다”면서 “불의의 사고라니, 천만의 말씀이다. 저희가 이렇게 정부에 진상규명을 외치는 이유는 정부의 대처가 제대로 되었다면 단 한 명의 희생자도 그 아픈 죽음을 겪지 않아도 됐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라고 왜곡하며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끝까지 이태원 참사 규명과 그 원인을 찾을 것”이라면서, “여러분들의 가족과 이웃이 두 번 다시 유가족이란 이름을 달지 않고 두 번 다시 우리 같이 길거리에서 피눈물 흘리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사제단은 매주 월요일마다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오는 6일에는 수원교구 주교좌 정자동성당에서 오후 7시 30분에 시국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