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꿈
정말 개처럼 끌려와 억울하게
푸른 골짜기 아래 일제 때 앞잡이였던 그놈에게
총살을 당할 이유가 없는데 죽어야 하는구나
눈앞에서 당당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억울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구덩이에 묻히네
살구쟁이 꽃이 푸르르 지네
아니 이 사나이는 독립운동 하던 김 씨 아들
저 친구는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사람의 둘째 아들
줄줄이 잡혀와 있어 눈인사만 나눌 뿐
곧 죽을 것인데 벌써 피를 흘리며
수백 명이 먼저 총살당하여 떨리는 아픔
비명소리, 신음소리 그렇게 죽어가네
양지 마을 착한 아저씨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흰 구름 유유히 떠가고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맑은 날이다
우금치마루 할아버지가 살아 전한 말씀이
사람이 하늘이라고 그렇게 귀한 존재라고
그런데 악한 무리들이 학살을 자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것들이 순경이고 일본의 앞잡이가 분명하지
헌데 어떻게 선량한 사람들을 마음대로 죽어야하나
생명이 붙어 있는 것들
이유 없이 벌레나 지렁이도 함부로 밟아죽일 수 없지
하물며 사람을 죽이는 저건 사악한 친일파야
앞줄에 묶인 흰 옷이 총소리에 피를 뿜었다
다음 죽을 차례가 다가왔네
신께 매달렸어 필사적으로 기도했지
꿈은 허무하게 사라졌어
다시 태어난다면 누님을 위안부로 붙들어 갔고
징병 징용으로 끌고 간 저것들을 살려두지 않겠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살구꽃이 올 봄에도 피었건만
억울하게 아버지와 오빠는 천국에 가지 못했다
한라산 피눈물을 감추고
세상 떠날 날이 멀지 않은 지금
민중해방 그날이 오길
백두산을 오르며 꿈꾸어 보네
아, 그날이 오면 원수를 갚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