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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들의 모범을 이제 우리가 따라갈 차례 - [이신부의 세·빛] 리더십과 팔로우십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2-09-08 22:51:39
  • 수정 2022-09-08 22: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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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간 금요일(2022.9.9.) : 1코린 9,16-27; 루카 6,39-42


리더십의 기본은 솔선수범하여 행함으로써 아랫사람들로 하여금 배우게 하는 방식이고, 따라서 팔로우십의 기본은 리더가 보여주는 바를 보고 그대로 행하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눈뜬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리더십과 팔로우십은 스승의 길과 제자의 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몸소 사시던 양식 그대로 행하라고 일러주시며 여러 고을로 파견하시며 말씀하신 대목에 이 두 길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마태 10,5-15). 


첫째, 우선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고 이르셨습니다. ‘길 잃은 양들’이란 소외되어 가난한 이들을 일컫는데,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까닭은 이 탁월한 징표가 이스라엘 안에서 먼저 행해져서 세상의 빛이 된 다음 퍼져나가서 온 인류가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하셨듯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 즉 앓는 이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며 마귀를 쫓아내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회악을 몰아내고 공동선을 증진시켜서 하느님 사랑을 체험시킨 연후에 종교적 깨달음을 주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체험을 주고 나서 종교적 깨달음으로 인도하라는 뜻입니다.


셋째, “돈을 지니지 말고 믿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러하셨듯이 철저하게 하느님께 의지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파견사에는 당신 자신이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살고 일하던 방식을 그대로 본받도록 요구하시는 제자수칙(弟子守則)이 담겨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이 수칙을 철두철미하게 행하면서 사도로 양성되어 갔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로부터 개인교습 받듯이 이를 뒤늦게  터득한 사도 바오로도 자기 나름대로 다섯 가지의 원칙으로 응용해서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첫째, 그는 이방인의 사도로 자처하였습니다. 그 이방인들이란 권세 있는 로마 이방인이 아니요 로마인들로부터 대접받던 교양 있는 그리스인들도 아니며 가난한 이방인들이었기에 이들이야말로 ‘길 잃은 양 떼’였습니다.


둘째, 그는 로마제국의 그 넓은 영토를 20년 동안이나 걸어 다니는 찾아가는 선교를 했습니다. 오라는 데는 물론 반겨주는 데도 없었지만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이방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를 선포하라고 파견하신 사도임을 자처하며 살았습니다.


셋째, 가난한 이방인 신자들에게 신세를 질 수 없어서 바오로는 천막 만드는 노동을 하며 경제적 자립을 하고자 했고, 대가를 받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 일이 사도로서의 명예라고 자부하며 살았습니다.


넷째,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바오로는 도덕적 생활을 함으로써 신자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 힘으로 신자들을 감화시켜서 불러 모으고 신앙 안에 일치시켜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하늘 나라‘의 삶을 보여준 것이지요.


다섯째, 가는 곳마다 공동체를 세웠지만, 공동체가 세워지면 좀 부족하다 싶어도 현지인들 중에서 지도자를 세우고 자신은 익숙해진 그곳에 눌러 앉지 않고 낯설고 험한 곳으로 떠나가서 개척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통솔에 어려움을 느낀 신생 지도자들이 문의를 해 오면 답장 편지를 써 주고 공동체 모임에서 읽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공동체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이렇게 해야 박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요컨대, 제자로서의 파견수칙을 지키고자 사도 바오로는 이방인의 사도가 되어, 찾아가는 선교, 노동하는 선교, 공동체를 건설하는 선교,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선교를 철저하게 실천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도들은 눈먼 신자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철저하게 본받아야만 했습니다. 선교지에서 만나는 이들이 그 어떤 조건에 처해 있든지 간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복음을 전함으로써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겠다는 각오로 그렇게 했습니다. 


여기서 방점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가난한 생활양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하향개방성에 있습니다. 부유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고 핑계 김에 청빈을 멀리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죄인들을 회개시키겠다고 같이 죄를 지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부유한 생활로 복음선포자의 눈에 들보가 생기면 자기 눈이 가려지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눈에 있는 티끌을 빼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복음선포자의 자발적 가난이야말로 그가 예수님의 제자라는 정체성과 도덕성을 입증해 주는 표지이며, 복음선포의 권위도 여기서 나옵니다. 


교우 여러분!


사도들처럼 우리 신앙 선조들도 박해를 받아가면서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기도생활과 애덕 실천 활동을 통하여 하느님을 잊은 겨레에게 하느님을 섬기는 길을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였습니다. 진리에 눈을 떴던 그분들의 모범을 이제 우리가 따라갈 차례입니다. 그리고 혹시 여러분 주변에 길잡이를 찾아 헤매는 교우를 발견하시면 그의 손을 잡아 이끌어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하시기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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