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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대로 모두 갖고 남의 것도 물론 내가 갖는다? - (김웅배) 황금률, ‘차카게 살자’를 좌우명 삼아보리라
  • 김웅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2-01-27 19:40:05
  • 수정 2022-01-27 19: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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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풍자 문화가 그렇듯, 권력자들이나 기득권층에 대한 조롱과 패러디는 일반 민중들의 카타르시스의 절정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탈춤 문화는 그 대표적 사례다. 기층민들의 억눌린 욕망과 욕구 불만을 해소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볼꺼리가 있을 수 없다. 또한, 제대로 된 사회에선 이러한 풍자나 조롱을 익살로 여유롭게 포용하기도 했고 판을 일부러 깔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 독재나 어설픈 수구 세력들은 이런 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풍자 대상은 항상 정치적 권력자나 재산이 많은 자들 혹은 스스로 학식이 높다고 으스대는 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꼭 집어서 정치인을 조롱과 패러디의 대상으로 많이 삼는 것은 그들이 남달리 권력이란 세속적 명예를 누리면서 백성 위에 군림하고 특권 또한 남보다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철에 맞추어 코린토 1서 13장을 통해 정치인들에 대한 패러디를 시전해 보려 한다.


“그들은 참지 못합니다. 그들은 카메라가 안보이면 불친절합니다. 그들은 시기하고 뽐내고 교만합니다. 그들은 무례하고 사익을 추구하며 성을 내고 앙심을 품습니다. 그들은 대개 불의를 저지르고 진실이 밝혀지길 두려워합니다. 그들은 모든 잘못을 남에게 덮어 씌우고 모든 사람을 불신으로 대합니다. 그들은 모든 명예와 권세와 재물을 가지려 하고 모든 법을 무시합니다. 그들에게는 불신과 절망과 증오만 있습니다. 그중에 제일은 증오입니다.”


코린토 1서 13장, 사랑의 장을 거꾸로 읽어보면 요즘 우리 정치모리배들의 작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랑의 장을 이렇게 패러디를 하려니 사도 바오로에게 송구하다. 그러나 어쩌랴! 사랑의 반대말이 악덕 정치모리배들을 표현하는 말이 될 수가 있을 줄이야! 하긴 이 지구상에서 정치모리배들에게 사랑을 구하는 일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이다.


사실 그렇다. 그리스도교의 최고 지고의 덕목이 사랑이다. 황금률이나 사랑의 이중계명 역시 사랑이라는 개념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것은 우리나라 말에선 남녀간의 사랑이 우선한다. 그래서 함부로 사용하기가 겸연쩍은 건 사실이다. 친구간의 우정도 사랑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형제간에는 우애라는 말을 많이 쓴다. 예수님은 벗을 위하여 죽을 수 있는 것이 참된 사랑이라 하셨다. 전제는 물론 예수님은 우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으니 우리도 예수님을 위해 죽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수님은 벗으로 치환된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당시, 한 유대인 가족 대신에 가스실로 간 막시밀리언 콜베 신부님이 아마도 대표적 예일 것이다. 몰로카이 섬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다 본인도 그 병에 걸려 돌아가신 다미안 신부 또한 최고봉의 사랑을 베푸신 것이다.


사랑은 희생을 전제로 한다. 희생없는 사랑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헬라어에서는 우리가 아는 사랑을 대 여섯 가지로 분류를 해 놓았다. 우리말에서는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사용해서 그때마다 의미만 달리할 뿐 그것을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사랑때문에 나를 희생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을 위하여 죽지 않을 뿐만아니라 더구나 친구를 위하여 죽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보편적 인간에게는 이타주의보다 이기주의가 앞서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이 천년전 바오로 사도가 이미 훌륭한 해결책을 만들어 놓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큰 희생 없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 몸같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가? 혹시 자기 자식이나 부모를 내 몸처럼 사랑은 할 수 있겠다. 때에 따라 죽음도 불사하는 예도 물론 많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바로 다음의 단락이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코린토 1서 13, 4-7, 13)


사랑을 하려면 친절해야 한다가 아니라 친절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이다. 교만하지 않은 것이 사랑이고 무례하지 않고 누구처럼 사익을 도모치 않는 것이 사랑이란다. 성내지 않고 앙심만 품지 않아도 사랑이고, 불의를 행치 않고 남의 잘못을 용서하고 인내를 갖는 것도 사랑이다. 이런 사랑이 믿음이나 희망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소위 그리스도인들이 입이 닳도록 외치는 믿음만이 구원에 이룰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태산을 옮길 믿음이 있다 해도 이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다. 


이 단락 어디에도 사랑에 대해 강권하거나 무리한 요구가 없다! 이 사랑이 전술한 바와 같이 이렇게 쉬울 수 있다니? 왜 이걸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모를 일이다. 감정을 추슬러 바오로 사도의 권고대로 정말로 이렇게 살기로 작정하면 사랑 때문에 목숨 바칠 일은 ‘죽어도’ 없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황금률도 이럴 때는 정말 황금과 같다. 황금률은 사랑이라는 기초가 좀 허약해도 의도적으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 남을 대접하기 싫으면 남이 너에게 대접하는 것도 바라지 마라.

- 네가 하기 싫은 일 남에게 시키지도 말라.

- 내가 듣기 싫은 말 남에게 하지 마라.

- 내가 갖기 원하는 것은 남도 갖기를 원한다.


원수를 사랑하라거나 생판 모르는 사람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보다 얼마나 인간적(?)이고 이해가 가능한가(?) 말이다. ‘사랑의 장’에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도 여기에 비추어 보면 딱 들어맞지 아니한가? 다시 정치인들의 세계로 가본다. 또 다시 패러디가 나온다.


-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만 바라라!

- 네가 하기 싫은 일은 모두 남에게 시켜라!

- 내가 듣기 싫은 말은 꼭 남에게 두 배로 해주어라!

- 내가 원하는 대로 모두 갖고 남의 것도 물론 내가 갖는다!


정치인들도 패러디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바오로 사도의 ‘사랑의 권고’와 함께 ‘황금률’도 숙고해보기 바란다. 괜히 사랑의 흉내를 억지로 내려다 ‘위선’의 굴레에 머리를 디밀지 말고 ‘황금률’에 온몸을 맡기기 바란다. 만약에 이도 저도 어렵다면 아예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말고 차라리 ‘장삼이사’가 되라.


이 글을 쓰면서 위선과 증오로 무장한 채 해괴한 정치생활을 하는 모리배들의, 떠올리고 싶지않은, 면면이 새삼 떠오른다.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드니 세상의 치열한 생존경쟁도 덜 할 뿐만 아니라 특별히 더 재미있게 놀고 싶은 일도 없고 자연스럽게 개인적 욕망에서도 초연해 진다. 


따라서 위의 황금률을 지킬 수도 있겠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과거에는 남의 일같이 여겼지만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로 늙으면서 착해지려나 보다! 온 집안이 놀랄 일이다. 남은 여생을, ‘황금률’을 황금처럼 여기고 바오로 사도의 ‘사랑의 권고’를 되새기면서, 늦게나마 ‘차카게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보리라!



[필진정보]
김웅배 :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금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에디슨 한인 가톨릭 성당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4 복음서를 컬러만화로 만들고 있다. 만화는 ‘미주가톨릭 다이제스트’에 연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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