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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나’ 밖에 없는 세상에선 ‘우리’를 위한 공간이 있을 수 없다” - 교황청 외교단 신년인사서 ‘한 인류로서의 정체성’ 강조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2-01-18 16:00:36
  • 수정 2022-01-18 1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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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주 교황청 외교단과의 신년인사에서 외교의 본질이 대립이 아닌 ‘일치’를 되찾는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새해에도 백신 접종 확대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는데 강대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주문했다.

 

교황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모든 사람의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개인과 집단 차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과 우리 건강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는 우리 이웃의 건강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온갖 음모론이 현실과 유리된 이념적 행위임을 지적하고, “백신은 마법 같은 치료도구는 아닐지라도 분명 코로나19 예방에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러한 음모론을 두고 “불행히도 우리는 강렬한 이념적 대립으로 물든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있다”며 “사람은 종종 당대의 이념에 영향을 받지만, 근거 없는 정보나 출처가 불분명한 사실에 의해 구축된다. 모든 이념적 주장은 인간 이성이 객관적 현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단절시킨다”고 경고했다.

 

특히 개발도상국 등과 같이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위해 국제사회가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원칙으로 “사심 없는 나눔의 정치”를 제안했다. 국제무역기구(WTO),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이 관련 법적 수단을 이용하여 “독점 규칙이 의약품 생산과 전 세계적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일관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에 새로운 방해물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음으로 교황은 이민 현상에 관해 국제사회가 협의와 협력의 정신을 되찾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자신과 일치하지 않거나 자기 이익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를 배척하는 방식으로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캔슬 컬쳐’(취소문화)를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인이든 정부든 이민자 환대와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들의 인간적 증진과 수용국에의 통합을 책임져온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며 “상당한 인구 유입에 일부 국가들이 겪고 있는 온갖 어려움들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도 불가능한 일을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한정적으로나마 환대하는 것과 완전히 거부하는 것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무관심을 극복하고 이민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라는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접근법의 결과는 범죄와 인신매매범들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마는 ‘핫스팟’에 수용된 이민자들의 비인간화 그 자체에서 드러난다. 불행히도 이민자들 자체가 정치적 위협의 무기로, 이들의 존엄을 앗아가고 마는 일종의 ‘협상 물품’으로 변모한다는 사실도 지적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대국들이 일부 유럽 국가들에게 이민자 유입을 떠맡기고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비판하며 “유럽연합은 이민자 관리에 있어 내부적으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 협상 능력과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능력은 유럽연합의 강점 중 하나요, 다가올 전 세계의 과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민 문제와 같은 전 세계적 문제에 있어 “그 해결책들이 점차 파편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우려스럽다”며 “한 인류로서 공동의 정체성이라는 감각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모든 대안은 더 심각한 고립에 불과할 것이며, 이는 서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문을 닫음으로써 다자주의를 더욱 무너트리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국제기구가 세운 목표가 아닌 이민 문제와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났을 때 자기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과정에서 국가 간 분열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인류의 자연적 토대와 수많은 민족들의 정체성을 이루는 문화적 뿌리를 부정하는 사고체계를 따라 온갖 아젠다들이 생겨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이념적 식민화라고 생각하며, 이는 오늘날 점차 수많은 분야와 공공 체계를 덮치고 있는 ‘캔슬 컬쳐’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들에 대해 외교관들에게 각국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그 시급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얀마에 관해 교황은 “미얀마의 위기를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형제애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며 “미얀마의 길거리는 한때 만남의 장소였으나 이제는 기도하는 곳마저 피해가지 못하는 분쟁의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외에도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과 노동을 통해 대화와 형제애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는 ‘우리’를 위한 공간이 거의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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