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교들이 최근 발표된 가톨릭교회 성범죄 보고서를 두고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제도적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난 3일 추계총회 중간 점검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랭 보포르(Eric de Moulins-Beaufort) 대주교는 기자들에게 프랑스 주교단이 “이토록 많은 피해자들이 겪은 폭력에 대한 교회의 제도적 책임”과 더불어 “이 폭력이 개별적 사례가 아니라 전반적 분위기에 의해 가능했다는 의미에서 여기에 체계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소베 보고서’ 발표 이전이었던 지난 춘계총회 당시에도 프랑스 주교회의는 가톨릭교회 성범죄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시인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주교회의는 이러한 제도적 책임에 따라 교회 차원에서 “정의와 배상의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서 6일에는 주교회의 측에서 마련한 ‘기억의 시간’을 통해 주교들의 참회가 이어졌다.
노래하고, 찬양하며, 평화를 느껴야 했을 교회의 기둥에 기대어 울고 있는 아이야, (…) 우리는 너를 바라보는 법과 네 고통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듣는 법을 배우려 한다.
이날 물랭 보포르 대주교는 십자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피해자들을 향해 교회가 제도적으로 막지 못했던 죄를 고백하는 연설을 했다. 연설은 “울고 있는 어린아이야”로 시작됐다.
먼저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은 “자랑스레 미사를 드리러 갔었던 아이야, 용서에 대한 희망을 가득 품고 네 마음을 고백하러 갔던 아이야, 신나게 교목실과 스카우트 캠프로 향했던 아이들아”라고 피해자들을 불렀다.
“누가 감히 그 더러운 손으로 너희들의 몸을 더럽힌 것이냐? 누가 너희들이 알지도 못하는 말을 너희 귀에 속삭인 것이냐? 여러분 몸에 밴 이 냄새는 누가 묻힌 것이더냐? 누가 너희들을 친한 친구랍시고 자기의 소유물로 만들었느냐? 누가 자기 부끄러운 비밀 안에 너희를 끌어들였느냐?”
물랭 보포르 대주교는 “노래하고, 찬양하며, 평화를 느껴야 했을 교회의 기둥에 기대어 울고 있는 아이야, (…) 우리는 너를 바라보는 법과 네 고통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듣는 법을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너희들 눈물을 닦아주기에는 너무 늦었구나. 그렇지만 너희들을 기억하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가 바라보는 너희들의 모습이 우리 영혼에 배어들기를 바란다. 이제는 여러분 모습 속 상처를 품지 않고서는 성당에 들어가 죽음보다 강한 생명과 사랑의 신비를 기릴 수 없게 되었다. 세상 모든 재화로도 한 아이의 눈물을 대신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물랭 보포르 대주교는 1인칭으로 직접 “아이야, 나 에릭은 가톨릭교회의 주교로서 내 형제 주교들과 사제들, 신자들과 함께 우리가 너희들과 형제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시기를 하느님께 간구한단다”고 말했다.
이날 기억의 시간에 함께 참여한 사제, 주교, 평신도들은 모두 무릎을 꿇은 채 가톨릭교회 피해자들을 향해 참회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