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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나는 성체성사 거부해 본 일 없다…신학적 문제 아닌 사목적 문제”
  • 끌로셰
  • 등록 2021-09-16 16: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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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가톨릭 교리를 따르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일부 고위성직자들의 행위를 비판했다. 


지난 15일 헝가리·슬로베니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에서 낙태에 찬성하는 정치인들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누군가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해본 적이 있나?’라는 미국 예수회 주간지 < America >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교황은 “사제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성체성사를 거부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 주교회의는 지난 6월 춘계총회 당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하여 낙태에 찬성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가톨릭 교리에 반하는 가톨릭 정치인들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하는 방안과 관련된 문건을 작성하는 것에 과반 찬성으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일부 주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교리에 있어 누구보다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교황청 신앙교리성 역시 미국 주교들에게 이러한 정치적인 움직임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개방적’이라 평가를 받는 블레이스 수피치(Blase Cupich) 추기경 등은 이 결정 이후 깊은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는 신학적 문제가 아닌 사목적 문제다.


교황은 “성체성사란 완벽한 사람을 위한 보상이 아니다”라고 성사의 본질을 요약했다. 그러면서 “영성체란 은총이자, 선물이며 주님께서 교회와 공동체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것이 바로 (정통) 신학”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교황은 자신이 한 유대인 여성에게 실수로 영성체를 준 일화를 들어 “주님께서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들이 공동체에 속하지 않거나, 어떤 이유들로 인해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낙태를 두고 기존과 마찬가지로 “태아는 그냥 사람이 아닌 인간 생명”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책에도 나오지만 태아는 인간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이 문제에 이토록 강경한 것은 이를 인정하게 되면 일상 가운데 살인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찬성하는 신자들에게 성사를 거부하는 문제를 두고 교황은 “이는 신학적 문제가 아닌 사목적 문제”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 역사를 보면, 매번 주교들은 사목자로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관심을 기울였다”면서 “문제에 제대로 직면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이들이 정치판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가 어떤 원칙을 고수하는데 있어 사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정치판에 들어서게 된다. 이는 언제나 그래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목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목자가 된다는 것은 단죄하거나 단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파문 당한 이의 사목자가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방식으로 사목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서 “하느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할 줄 모르는 사목자는 사목자와 아무 상관 없는 일로 빠져들게 된다. 나는 자세한 것을 모르기에 미국에 관해 자세히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사목자는 언제나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교회의 사목적 측면을 벗어나면 곧바로 정치가 되는 것이다. 이는 교회가 행하는 모든 사목적이지 못한 불평과 단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교황은 가정 시노드 이후 발표한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에서 가톨릭 교리를 어긴 이혼 가정을 비롯한 ‘비정규적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도 성체성사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뒤로 보수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교황을 교정해야 한다’는 식의 논쟁이 일어났던 사실을 언급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제발 파문 논쟁을 멈추기를 바란다. 이들이 지금은 교회 밖에 있으나 여전히 하느님의 자녀다.


이외에도 교황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두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교황께서는 백신을 맞는 것이 사랑의 행위라고 하셨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추기경단 내에서의 분열을 언급했다.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에게는 백신과 친하게 지내온 역사가 있다”며 “어릴 때 홍역, 소아마비 백신을 맞았고, 아무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것은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교황은, 백신의 효능을 두고 “불안이 격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백신 안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 때문에 이러한 분열이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추기경단에도 일명 ‘백신 부정론자’들이 있다고 지적하며 “그 중 한 명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입원하게 됐다. 인생의 아이러니인 셈”이라고 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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