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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현지 활동가, “도와주세요. 연대해주세요”
  • 강재선
  • 등록 2021-03-18 10:15:56
  • 수정 2021-03-18 19: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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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에 참여한 현지 활동가는 신변을 우려하여 모자이크 처리한다(사진출처=줌회의 갈무리)


‘미얀마 군부쿠데타와 민중항쟁, 한국천주교회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17일 저녁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한국 시민사회와 가톨릭교회가 어떤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 앞서 미얀마 현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얀마의 현재 상황을 요약했다.


미얀마 2008년 헌법부터 개정해야


와이안 틴 마웅 윈 미얀마 양곤 인권단체 < Share Mercy > 사무총장은 현재 미얀마 쿠데타 상황을 설명하면서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 운동의 핵심은 ‘반독재’, 노골적으로 군부의 정치개입을 정당화한 2008년 헌법의 재개정, 모든 정치사범 석방과 더불어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쿠데타의 근간으로 지목되는 것은 2008년 개정 헌법이다. 군부는 200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선거 없이 미얀마 연방의회 상·하원의 25%씩을 지명할 수 있게 되었고, 의회가 선출하는 대통령 후보 1명 추천권을 갖게 되었다. 이외에도 군 관련 정부부처(국방부, 국경개발부, 내무부) 장관 임명권을 갖고 국유기업을 군부 산하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군부는 2008년 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헌법 개정요건을 상·하원 의석의 75% 이상으로 규정하여 군부가 지명한 전체 의석수의 25%의 의원들에 더해 친군부 정당 출신의 의원이 한 명만 더 반대해도 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국인 배우자를 두고 있는 아웅산 수치를 겨냥하여 ‘직계가족이나 배우자 중 외국인이 있으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기까지 했다. 이를 볼 때 사실상 군부는 행정부, 사법부를 비롯해 국가의 돈줄까지 꽉 잡고 있는 셈이다.


와이안 사무총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군부 최고사령관이 2010년부터 임기를 연장해가며 군통수권자로 군림해왔고, 친군부 정당들과 만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당(NLD)이 2015년에 이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흘라잉의 위기감이 고조되었다고 와이안 사무총장은 전했다.


군부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11월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검표를 요구했으나 미얀마 연방정부는 이를 터무니없는 문제제기로 여기고 군부의 요청을 받지 않았다. 군부는 국회 새 회기를 며칠 앞두고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협박까지 했으나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이것이 쿠데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시위진압과 관련해 “2월 20일부터 실탄으로 진압이 시작됐다”며 “다양한 종교단체에서 많이 나와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는) 내전 시에 파견하는 부대를 이용해서 시위대를 진압했다”고 그 실상을 폭로했다. 


와이안 사무총장은 “군부가 범죄자들을 풀어주고 (그들에게) 무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동네에 불을 지르고, 수돗물에 독을 타라고 시켰다”며 “1988년 당시(미얀마 8888 혁명)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 밤에 파업하는 공무원들의 집에 와서 체포도 많이 했다. 이에 국민들은 냄비를 두드리면서 파업하는 공무원들에게 많이 도움을 주었다”고 군부의 잔혹한 실상을 전했다.


와이안 사무총장은 한국 국민들에게 NLD 의원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임시정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데 도움을 달라고 청했다.


“그들의 선언들은 쿠데타를 규탄할 만큼 예언적이지 못하다”


마웅 존 미얀마 평신도 선교교육원(LAMIN) 원장은 미얀마 종교계의 민주주의 운동 현황을 소개하면서 “불자, 무슬림, 그리스도인들은 군부 쿠데타에 함께 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마웅 존 원장은 군부가 마을에 진입하여 감시 중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어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한국 국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마웅 존 원장은 “제도로서 미얀마 그리스도교계의 목소리는 약하다. 목사, 사제, 주교와 같은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이 현재 정치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며 개신교,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미얀마 그리스도교계 지도층 다수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미얀마 주교회의(CBCM), 미얀마 개신교를 대표하는 미얀마 교회협의회(MCC)이 “사회정치적으로 활발하지 않다”며 “그들의 선언들은 쿠데타를 규탄할 만큼 예언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마웅 존 원장은 최근 본지가 보도한 대로, 미얀마 주교회의가 지난 8일 사제, 수도자, 평신도에게 가톨릭교회를 대표해서 시위에 참여하거나, 가톨릭교회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지 말라는 지침을 발표했다고 짚었다.


현재 주교로서는 만달레이 대교구장 틴 윈(Marco Tin Win) 대주교와 미치나 명예주교 다우 탕(Francis Daw Tang) 주교만이 시민 불복종 운동에 공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면 “미얀마 그리스도교인들은 거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수도자, 평신도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가운데서도 미얀마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매일 밤 8시 묵주기도로 함께하고 있다.


마웅 존 원장은 미얀마 주교회의의 지침과 반대로 “평신도들이 가톨릭 깃발과 묵주, 성경, 가톨릭 사진과 같은 종교적 상징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평신도들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만족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마웅 존 원장은 미얀마 임시정부의 역할을 수행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가 국제적 인정을 받는 일을 지원하고 국제사회 차원에서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일을 저지하고 UN으로 하여금 군부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웅 존 원장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더 많은 연대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며 미얀마 평신도 선교교육원 차원에서는 시위 참여자들의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알렸다.


“이름만 대면 아는” 종교지도자들의 소극적 태도 아쉬워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대훈 (사)저스피스 상임이사는 “평신도들과 수도자들이 앞장서고 있고, 사제, 주교단이 이와 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대훈 상임이사는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극적인 미얀마 가톨릭 지도부를 움직이고 민주주의 인권에 관심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야겠다”며 “미얀마에서 새로 만들어진 임시정부와 한국 정부, 국제사회, 시민사회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조속히 고민해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천주교회에서도 민주주의 의식이 높은 구성원들이 많은 만큼 제도종교 차원의 교류 외에 “평범한 종교인들이 미얀마 종교지도자들을 움직이기 위한 노력, 분명하게 초점을 맞춘 노력이 필요하다”며 “종교지도자들이 본연의 역할을 해달라고, 같은 종교인으로서 한국에서 강력한 촉구와 압력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의장 상지종 신부는 먼저 세 손가락을 펴 보이며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상지종 신부는 “발제를 들으면서 천주교 사제 한 명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 시간”이라며 “이웃나라 미얀마 형제들과 함께 하기 위한 크고 작은 연대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상지종 신부는 비록 그 수위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주교회의 차원에서 단일한 목소리로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한미얀마청년연대 강선우(웨노에) 씨는 현지에서 시민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의 목소리와 함께 “이름만 대면 아는” 불교 종교지도자들의 소극적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강선우 씨는 “미얀마 종교 단체 중에서는 불교가 가장 크다. 그 중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불교 종교지도자들의 소극적 입장이 아주 실망스럽다”며 “어느 사찰, 어느 지역에서는 100-200명의 젊은 스님들이 시위대에 참여한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종교지도자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 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 Z세대에게는 큰 충격이고 배신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특히, 미얀마 불교 종교지도자들이 ‘피의 일요일’인 2월 28일이 한참 지나서인 3월 8일에 발표한 입장마저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도 강하게 질타했다. 강선우 씨는 “스님들이 대략 40만 명이라고 알고 있다. 군부보다도 많은 숫자다. 그분들의 잘반만이라도 나와서 시민군과함께 한다면 큰 힘이 될텐데 (아쉽다) 저를 포함한 Z세대에게는 유혈 사태가 생겼음에도 (종교지도자들이) 소극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강선우 씨는 “희생당하는 사람도, 싸우는 사람도 평민”이라며 “배부른 사람들은 나오지 않는다. 미얀마 종교 지도자들은 배부른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무슬림인 와이안 사무총장은 토론회에서 “소수자는 미얀마 군부에 의해 더 심하게 탄압받는다”며 이러한 탄압을 하루 빨리 멈추는데 도움을 달라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미얀마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 저희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고, 대한민국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구나 하는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 끊임없이 응원과 지지를 해주신다면 감사하겠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참석자들은 강선우 씨의 요청에 따라 세 손가락을 들고 미얀마어로 '힘내세요 미얀마'라는 구호를 외치며 토론회를 마쳤다.


이날 열린 긴급토론회는 화상회의 줌(Zoom)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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