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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자선소 담당 추기경, 노숙인 장례 치러주어
  • 끌로셰
  • 등록 2021-01-27 15:17:15
  • 수정 2021-01-27 15: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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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베르토 만토바니 (사진출처=Vatican Media)


지난 25일(현지시간) 로마 비오 10세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으로서 교황청 자선소를 담당하고 있는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이 한 노숙인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64세에 숨을 거둔 로베르토 만토바니(Roberto Mantovani)는 주변 사람들에게 ‘로베르티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교황청 사도궁 근방의 치타 레오니나(Città Leonina) 광장에서 생활을 이어가던 중 자원봉사자들의 제안으로 ‘승강장 95’(Binario 95)라는 임시 거주 시설에 자리를 잡았다. 


장례미사에는 전 사도좌재무원 장관 조지 펠(George Pell) 추기경, 경신성사성 차관 아서 로시(Arthur Roche) 대주교와 더불어 십여 명의 사제와 노숙인·난민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국제 가톨릭공동체 산테지디오(Sant'Egidio) 자원봉사자들과 로베르티노를 알고 지냈던 경찰관들이 참석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루카 복음 가운데 예수께서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든 부분을 묵상했다. 특히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루카 16, 20)라는 구절을 들어 “로베르토 씨는 언제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잠을 잤다”고 말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로베르토와 함께 했던 점심식사를 떠올리며 “유쾌하고 밝은 사람, 모두를 웃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삼종기도 연설에서 46세에 길거리에서 숨을 거둔 나이지리아 출신의 ‘에드윈’이라는 노숙인을 언급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당시 교황은 “에드윈의 이야기는 최근 로마에서 똑같은 상황에 놓인 채 사망한 수많은 노숙자들의 이야기에 더해진다”며 신자들을 향해 “에드윈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걸인이 얼어 죽은 날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성금요일’과 같다고 말했음을 기억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사람들에게 “함께 에드윈을 생각해보자. 이 46세의 남성이 추위 속에서, 우리를 비롯한 모두에게 무시당하고 버림받은 채로 무엇을 느꼈을지를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산테지디오 공동체에서 노숙자 지원을 담당하는 카를로 산토로(Carlo Santoro)는 이에 관해 < Vatican News > 이탈리아판과 인터뷰를 하며, 공동체 차원에서 잠자리를 제공하는 활동과 더불어 지역사회와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산토로는 특히 휴업 또는 폐업 중인 호텔을 활용함으로서 노숙자들에게는 머물 곳이 생기고, 호텔업계는 노숙자들이 머물기 때문에 호텔을 다시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사회와 국가로부터 일정 수입을 확보하고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호텔관리인 고용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산토로는 최근에도 로마 중심가의 폐업 호텔 앞에서 사망한 ‘마리오’ 씨의 예를 들면서 “안에서 머물면서 생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산토로는 이에 덧붙여 최근 자신들이 장례를 치러준 노숙인만 10명이었다며 노숙인들을 위한 거주 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지난 20일 교황청 자선소와 연계하여 노숙인 25명을 위해 백신 일차 접종을 실시했으며 다른 노숙인들도 접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1) 성금요일: 성주간에 포함된 금요일로,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을 가리키며 이날 교회에서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한다. 성금요일은 1년 중 유일하게 미사가 봉헌되지 않는 날로, 제대에서 십자가, 촛대, 제대포를 모두 치워놓는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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