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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지구적인 변화체험 못할 것”
  • 끌로셰
  • 등록 2020-12-31 13:10:36
  • 수정 2020-12-31 13: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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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코로나19 위원회(Vatican COVID-19 Commission)’를 설치한 바 있다. 이 코로나19위원회가 교황청 생명학술원과 함께 ‘공평한 백신 공급’이 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며 20가지 제안 사항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위원회는 < 모든 이를 위한 백신. 더 공평하고 건강한 세상을 위한 20가지 제안 >(Vaccine for all. 20 points for a fairer and healthier world) 문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상호 연결되어 있어 한꺼번에 일어나며 불균형하게 가난한 이와 약자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보건·경제·사회 생태적 위기의 삼중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코로나19 위원회는 “정의로운 회복으로 가는 여정 가운데 우리는 포용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일련의 체계를 통해 즉각적으로 이 위기를 치유하는 것이 더욱 정의로운 사회로 올라서는 디딤돌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전 세계의 재생적 ‘회복’을 위해서는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고, 그러한 행동의 장기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원인을 재검토하지 않은 채 오로지 체제와 전략의 차원에 한정되면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사회적, 전 지구적인 변화를 절대로 체험하지 못할 것


이번 문서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백신의 공평한 공급’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강대국의 백신 독점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일간지 < The New York Times >에는 ‘강대국들이 자국 몫의 백신을 먼저 확보하면서, 타국 몫의 백신을 ‘싹쓸이’했다’(With First Dibs on Vaccines, Rich Countries Have 'Cleared the Shelves')는 제목의 탐사 기사가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최소 10억 개, 유럽은 최소 13억 개를 확보했다. 결국, 실제 생산 및 공급이 이뤄지기 전부터 강대국의 공격적인 투자와 계약으로 백신이 소수 선진국으로 몰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국가들은 백신 생산량의 한계로 인해 계약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백신이 실제로 “공공재”가 되려면


코로나19 위원회 문서는 이에 앞서 먼저 백신 개발에 관련된 문제로 1960년대부터 여러 질병의 백신 개발을 위해 사용되어온 태아 신장 세포주를 활용한 백신 사용 문제를 거론했다.


최근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일부 코로나19 백신 사용의 도덕성에 관한 문서>(Note on the morality of using some anti-Covid-19 vaccines)와 2008년 훈령 <인간의 존엄>(Dignitas Personae)과 더불어 교황청 생명학술원 문건들을 인용하여 재차 “우리는 의학적으로 권장되는 모든 백신은 양심에 따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백신의 사용이 의도적 낙태에 동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신임 추기경도 같은 내용의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약품 접근권 소외 문제도 언급되어야 한다. 윤리적인 차원에서 약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의가 생겨나는 것이다 (약품 지원 비정부기구 '반코 파르마체우티코' 설립 20주년 연설, 2020월 9월 19일)


코로나19 위원회는 자본력을 이용해 선진국들이 백신 개발 단계부터 백신을 독점하는 일을 경계하고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 강복 때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를 “백신 민족주의”(Vaccine Nationalism)라고 비판했다.


교황청은 백신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고려하여 기업이 감수해온 연구 비용과 위험을 보전할 수 있게 해주나 백신의 기능을 고려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재화의 보편적 사용이라는 원칙에 따라 백신을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재화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백신을 오로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은 의학·보건 분야에서 윤리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며 “의학 분야 투자는 인류의 연대 안에서 가장 깊은 의미를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우리는 적대와 경쟁보다는 투명성과 협동을 우선시하는데 적절한 체계를 찾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황청은 “결국 ‘백신 민족주의’라는 논리를 극복하는데 생사가 달려있다”며 “(백신 민족주의란) 여러 국가들이 우월과 특권의 상징으로서 더욱 빠른 시간 내에 백신을 구매하고 자기 국민들에데 필요한 분량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교황청은 이러한 백신 민족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적 합의를 이뤄내고 “백신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돕고, 특히 추후에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교황청은 국가, 제약회사 및 기타 단체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백신이 생산될 수 있도록 협업할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위원회는 백신 접종 우선 대상자로 ▲의료 인력 ▲학교 및 치안 유지 인력 ▲노인·지병 환자 등 취약 계층을 꼽았다. 교황청은 “같은 위험 계층 안에서도 백신 우선접종 대상을 결정하는데 회색 지대가 남아있다”면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백신을 접종할 경우 그 이득이 더욱 커지는 것처럼 더욱 세심한 인구 분류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백신 배포를 위해서는, 보편적인 사용 기준과 관련해 합의된 목표들을 성취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요구된다”며 ‘제약 산업, 정부와 국제단체들은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윤리적으로 용인 가능한 백신을 최빈국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지적한 신앙교리성의 문건을 인용했다. 


특히, 교황청은 WHO 등의 단체들이 백신 조달에 필요한 초저온 냉동고 등 특수 수송체계를 최빈국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신 맞는 것은 ‘도덕적 책임


마지막으로 교황청은 백신을 맞는 것이 “도덕적 책임”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은 “이 문제는 개인 보건과 공공 보건 간의 관계를 포함한다.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위험이 된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책임 있는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전례 없는 상황에서 가톨릭교회 교리를 내세워 태아 세포를 활용한 백신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식의 논리는 여러 교황청 문건들이 반증했듯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강조하고 “이러한 백신 거부는 심각하게 공공 보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청은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백신 배포 빛 접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특히 교황청이 백신 개발 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교회에 백신 공급·접종과 관련한 여러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사람의 존엄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교회의 사명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치유 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한편, 최근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 국제보건연구소(Institute of Global Health) 소장 앙투안 플라오(Antoine Flahault)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전문가들은 유럽만큼 임상실험에 신중함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백신 부작용을 파악하는데 시간과 많은 접종자들이 필요한 만큼 “10만 명이 접종을 받은 후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영국의 대량 접종을 통해 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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