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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장’사회, 성장의 껍질을 깨고 ‘탈출’해야 - 종교계·시민사회, ‘우리가 그리는 탈성장 사회’ 포럼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11-25 12:09:17
  • 수정 2020-11-25 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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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만능주의에 대항하여 등장한 ‘탈성장’이란 무엇이며 이러한 탈성장의 흐름에 종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포럼이 24일 하자센터 999홀에서 열렸다.


국제기후종교시민(ICE) 네트워크에서 주관하고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한 ‘우리가 그리는 탈성장 사회’ 포럼에는 탈성장 개념의 소개와 더불어 각 종교에서 받아들이는 탈성장의 핵심과 실천과제를 소개했다.


제도의 180도 변화


기조발제를 맡은 이정배 ICE 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탈성장, 탈인간, 탈서구, 탈종교를 외쳤다.이정배 대표는 “금번 코로나 사태는 근대이후 인류가 만든 문명을 졸지에 허물었다”며 특히 탈종교에 관해 “여기서의 ‘탈’은 제도로서의 종교와 결별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대면 종교예식이 중단되고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예배가 무엇인지 심각한 물음이 제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60~70% 성도들이 성전 안에서의 주일 예배를 거부했고 온라인 예배를 선호했으나 실시간 접속자 수로 판단할 때 예배 참여자 수는 급감했다”면서 “이로서 예배를 과거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게 되었다. 예배, 나아가 제도로서의 종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시작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 종교들이 “제도를 앞세워 그 틀에서 종교성을 유지, 존속시켰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시적이나마 물리적 장소에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교회는 이 점을 새로운 정상으로 수용해야 옳다고강조했다. 주일 위주의 신앙생활이 아닌 일상에서의 생활신앙을 갖도록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독일 뮌헨공대 박사과정 강이현 씨는 탈성장이란 예상치 못한 재앙이 아닌, 계획에 따라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강이현 씨는 탈성장의 예시로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제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를 자가격리하고, 취약 계층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전달하는 등 스스로 이웃과 연대하는 사례를 들었다. 


특히, 탈성장을 위한 개혁 과제로 성장 없는 그린뉴딜,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 공유물 확보 정책, 노동시간 단축 및 이를 위한 공공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마찬가지로 탈성장 핵심 의제에 관해 발표한 김현우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탈성장’의 전면화 또는 경제의 질서 있는 후퇴와 축소를 통한 관리된 탈성장이 분명하게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생산과 소비의 총량 자체도 줄어들어야 하는만큼 “GDP 증가로 표현되는 경제성장이 갖는 의미를 상대화하고 다른 질적 지표들을 주류화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 안녕과 번영을 개념화하고, 연대와 돌봄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 물질적 풍요에 대한 집착서 벗어나야


원불교 사직교당 박명은 교무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주제로 “인류의 진정한 행복과 항구적 평화는 의식주의 경제생활이 풍족한 데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요, 그 생활을 지배해 나가는 인류의 정신과 도덕에 바탕해야만 원만한 생활, 참 문명 세계가 건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를 연구한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윤리학과 교수는 ‘탈성장을 위한 불교윤리의 지혜’에서 맹목적인 성장과 그로 인한 불평등. 그리고 소비에 기반한 쾌락을 추구하여 모든 가치체계가 몰락한 개인의 실존적 위기 문제를 지적했다. 박병기 교수는 “우리가 처한 위기의 핵심은 그 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서도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말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자본주의적 성장의 종말을 눈앞에 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 등으로 이미 우리 몸과 마음속으로 다가와 있지만 여전히 그것이 나와 우리 일상과 소비의 결과물 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교에서 말하듯 ‘나’의 존재가 ‘무수한 타자’의 삶을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무수한 의존”을 깨달아 “자비는 곧 나 자신과 그 타자들을 구분하지 않는 눈길과 손길로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성영 기독교대한감리회 사랑교회 담임목사는 “성장주의의 손길을 거치면서 복음은 ‘경쟁’으로 둔갑했다”며 “그런 탓에 고난의 자리에 있어야할 교회는 슬그머니 멀어졌고 신학은 성장신학에 점령당해 경각심을 울리는 예언자의 소리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성영 목사는 “새 길을 염원한다고 그 길이 열리지는 않는다”며 “과거의 방식과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교회는 성장주의에 대한 죄책고백, 교회중심주의 탈피, 물질에서 영혼으로 옮겨가기, 배타성에서 포용으로 자세를 바꾸는 등 중대한 전환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현철 예수회 사제 겸 서강대 교수는 ‘탈성장과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예언자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철 신부는 성장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한계를 두고 벽을 향해 내달리는 버스의 비유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고 서든 벽에 박아 서든 버스는 멈추겠지만 “승객의 안전에 관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성장으로는 좋은 삶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탈성장 담론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탈성장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또 다른 성장이 되고 마는 악순환과 이에 따라 성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이라는 주술, 성장 이데올로기의 강력한 힘”이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다른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게 하는 이 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상상력의 탈식민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상상력에 관해 조 신부는 상상한 일이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상을 할 자유”가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철 신부는 성경의 이집트 왕국, 로마 제국에도 성장 이데올로기와 같이 사람들을 통제, 억압, 착취하는 “억누르는 질서”가 존재했다며 “현실을 비판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 고뇌하고 애통해하는 것,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는 것, 대안 의식을 제시하는 것, 희망을 주는 것이 예언자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탈성장을 위해서는 안식일, 희년과 같은 개념이 보여주듯 무언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음으로서 “자기 비움의 하느님” 모습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발제자를 제외한 60여명의 참석자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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