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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은 거들 뿐, 대한민국은 여전히 ‘성착취’ 흥행 중
  • 권경란
  • 등록 2020-06-25 16: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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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는 신학 나눔의 새로운 길을 찾아 ‘사건과 신학’이라는 표제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매달, 이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건 가운데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신학 이야기를 나누는 ‘사건과 신학’. 이번 주제는 ‘성(性), 몸의 언어에 대한 예의’입니다. - 편집자 주


주연 : Off-line 업소

조연 : On-line 플랫폼

작품명 : ‘성착취’의 흥행



온라인을 통한 성착취가 연일 뜨거운 이슈이다. 그저 ‘야동사이트’로만 인식되던 소라넷을 기점으로 다크웹, 웹하드 카르텔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성착취 산업은 이제는 < 텔레그램 n번방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섰다.


디지털 공간 내의 성폭력을 보고 있자면 마치 중국의 전통 가면극 변검을 선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긴 소매로 얼굴을 한 번 가리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팔을 내리고 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면이 등장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탄성과 달리 탄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유사한 형태로 본질을 가린 채 무수한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온라인은 거들 뿐, 대한민국은 여전히 ‘성착취’ 흥행


대한민국의 산업화 된 성착취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몇 세대를 걸쳐 함께 해 온 사회문제이다. 오랜 기간을 걸쳐 문제의식 없이 행해진 착취는 기술적인 발전을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그 기제가 옮아갔을 뿐, 완전히 새로운 형태란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긴밀한 연결이 산업의 전반적인 동향이 되었으며, 성매매도 그러하다.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의 ‘포인트’는 단순히 온라인상의 재화를 넘어 성매매로 직결된다. 회원가입, 성구매 후기 작성, 성구매 후기 댓글 작성 등으로 축적할 수 있으며, 적립된 포인트는 업소 할인권이나 무료이용권을 경매하여 다시 성구매를 반복하도록 촉진하는 기제가 된다. 이러한 사이트는 좀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기 위한 조직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9년 ‘여성청소년성매매근절단’ 단장이 돈을 받은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은 성매매 업소에 경찰 신고를 하겠다 협박한 사건처럼 말이다.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오명이 찍힌 랜덤 채팅 어플을 들여다보면 좀 더 확실해진다. 랜덤채팅 내에서, 남성은 현금을 주고 포인트를 구입해 여성 회원에게 쪽지를 보낼 수 있고 영상채팅을 할 수 있는데, 여성은 남성 회원에게 쪽지를 받거나 영상채팅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남성에게 있어 포인트는 여성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신체와 이미지를 거래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를 온라인 속에 녹여내 개인의 몫으로 포장하고 자신들의 존재는 드러내지 않고 성착취를 유지한다.


여성의 성을 재화화하고, 성구매자-여성의 자율거래인양 ‘성매매 알선행위’는 파악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본질은 변화하지 않지만, 시대에 발맞추어 산업화된 성착취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된 성매매의 구조와 유사하게 n번방, 불법촬영물이 산업화되는 양상을 들여다보면, 여성이라는 재화를 중심으로 연결된 기생적 조직 및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취약한 계층의 여성 몇 명만 있으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니, 여성을 포섭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여성피해 폭력의 구조가 그러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얼룩은 남기는 실천으로


이 암울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몸짓을 불리는 산업화된 성착취에 대응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착취 온라인 플랫폼에 대응하고 있는 인터넷시민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민이 직접 인터넷에서 성매매 알선 광고를 찾아 신고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매년 1,000명의 인터넷시민감시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는데, 시민활동단 < 왓칭유 >라는 활동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업소를 찾아가 신고할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성매매가 우리의 ‘곁’에 존재하는지 시민이 직접 알아내기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성매매구조적 특징에 대응하여 활동가와 시민이 함께 해결한다는 점에서 시민 ‘감시’ 영역은 더 견고해져야 한다.


성매매를 바라보는 우리 인식의 점검


그러나 사회 전반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냐는 물음은 여전히 물음표이다. 우리는 과연 성착취 사건을 인권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소위 n번방 사건은 그 방에 있던 공범자들의 ‘잔혹한 폭력’, ‘섬뜩한 사전모의’를 이유로 주목받았다. 피해자가 얼마나 어린지, 가해자가 얼마나 잔혹한 일을 행했는지를 초점화하여, 시민들의 분노가 더해져 지금 현시점에 왔다. ‘피해의 정도가 강하냐/약하냐’, ‘피해자가 청소년이냐/성인이냐’, ‘자발적으로 일탈계를 운영했는가/아닌가’ 등의 이분법적 사고를 피해자에게 적용해 판별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적이다.


우리는 시선을 돌려 문제의 본질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된 성착취는 그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 여성의 성이 재화가 되고, 거래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가 문제이다. 방식이 어떻게 되었든 성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는 성착취 산업은 누군가에게 ‘장사가 잘 되는’, ‘불황이 없는’ 사업 아이템으로 읽히며 이러한 양상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인식과 구조가 존재하는 한 성매매는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할 것이며, 가장 취약한 환경과 권력을 가진 누군가를 도구로 삼아 또다시 이익 구조를 창출할 것이다. 우리가 이 문제의 본질을 잊는다면, 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고 안주한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n번방은 또 다른 얼굴로 우리의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새로운 가면으로.



권경란(다시함께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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