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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으로 뒤덮인 서울광장
  • 지유석 기자
  • 등록 2015-06-29 09:51:08
  • 수정 2015-06-29 2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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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의 축제인 제15회 퀴어문화축제(이하 축제) 마지막 날 행사가 6월28일(일) 오전부터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광장은 축제를 즐기러 온 인파로 북적였다. 이날 광장은 동성애 문화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깔로 뒤덮였다.


▲ 28일(일)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합동한성총회는 시청 앞 경찰 펜스 앞에서 부채춤, 난타, 발레 공연을 펼치며 반동성애 집회를 벌였다. ⓒ 지유석 기자


▲ 28일(일)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합동한성총회는 시청 앞 경찰 펜스 앞에서 부채춤, 난타, 발레 공연을 펼치며 반동성애 집회를 벌였다. ⓒ 지유석 기자



사실 이날 축제를 앞두고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했다. 더구나 이날은 서울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 22개 교단 연합으로 ‘동성애 조장 중단 촉구 교단 연합 예배 및 국민대회’(이하 국민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국민대회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건너편 서울광장으로 넘어와 ‘동성애 OUT’, ‘동성애 에이즈 전파 위험행동’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광장에 펜스를 설치하고 기독교인들의 광장 출입을 봉쇄했다. 또 경찰 병력 1천 여 명을 동원해 맞불 집회 참가 기독교인들과 축제 참가자가 서로 부딪히지 못하게 막았다.


그럼에도 동성애를 극력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행동은 계속됐다. 특히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 쾌유 퍼포먼스를 벌였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는 이번에도 시청 앞 경찰 펜스 앞에서 부채춤, 난타, 발레 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또 펜스 너머 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국민의 96%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격문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몇몇 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을 찾은 외국인들을 향해 “왜 나쁜 관습을 이 나라에 들여오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 28일(일)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114개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와 1,1797명은 ‘평화의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기독교인들의 서울광장 진입을 막았다. ⓒ 지유석 기자


▲ 28일(일)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114개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와 1,1797명은 ‘평화의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기독교인들의 서울광장 진입을 막았다. ⓒ 지유석 기자



그러나 이들은 끝내 경찰의 봉쇄를 뚫지 못했다. 또 이날 114개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와 1,1797명이 벌인 ‘평화의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도 불상사를 막는데 기여했다. 퍼포먼스 참가자들은 무지개 빛깔의 끈을 손에 쥐고 혹시 불거질지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이끈 대한성공회 김종훈 신부(길찾는 교회)는 “이전부터 축제 조직위 측과 협의해 가면서 잘 준비해왔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해 고무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떤 종류의 차별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펜스 밖 분위기와는 달리 광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광장에 마련된 부스는 인파로 북적였고, 축제 참가자들은 갖가지 의상으로 개성을 뽐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노르웨이, 벨기에 등 13개국 대사관과 국제 앰네스티, 구글 코리아, 각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정의당 등도 부스를 열고 축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분위기는 퍼레이드가 시작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시청 광장을 출발해 롯데 백화점, 을지로 일대를 행진했다. 주최 측은 이날 퍼레이드에 3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성애 둘러싼 논란 첨예....‘소통’ 필요성 제기


기독교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대회에 참석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동성애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긴다. 그들이 속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오늘 이 집회를 통해 우리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도 “기독교인들이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끝까지 구해야 한다. 오늘 뿐만 아니라 언제든 다시 모여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어가자”고 외쳤다.


▲ 퀴어 문화축제에 맞서 기독교계는 28일(일) 오후 서울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 22개 교단 연합으로 ‘동성애 조장 중단 촉구 교단 연합 예배 및 국민대회’를 벌였다. ⓒ 지유석 기자


이런 정서는 비단 목회자들 선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자신을 경기도 수지의 S교회에서 왔다고 소개한 김 모 씨(59세)는 “도심 한 복판에서 동성애 집회가 버젓이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이곳에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도덕 윤리가 살아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동성애 집회가 대규모로 열리고 언론은 이를 보여주면서 동성애가 정상적인 것처럼 보도한다. 이걸 보고 우리의 아이들이 동성애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 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 28일(일) 오후 퀴어 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날 퍼레이드엔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동성애 문화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등 갖가지 상징물을 들고 시청, 을지로 일대를 행진했다. ⓒ 지유석 기자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축제를 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서울광장을 찾은 한 시민은 “기독교계가 세월호 참사 때엔 침묵하다가 동성애에만 목소리를 높인다”고 비판했다. 외국인 목회자들 역시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진행된 ‘평화의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엔 열린문 메트로폴리탄 공동체 교회의 대니얼 페인 목사와 데이빗 킴 크랙 캐나다 연합교회 선교사가 눈에 띠었다. 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먼저 대니얼 페인 목사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예수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광장에 나왔다. 기독교인들의 맞불 집회는 잘못된 것이다. 물론 저 사람들은 날더러 잘못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예수는 사랑이다. 예수는 게이, 레즈비언, 이성애자, 양성애자 모두를 사랑한다. 만약 예수께서 한국에 오신다면 바로 이곳에 오셔서 축제 참가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킴 크랙 선교사도 “성경은 하나님을 공경하라고 하는 동시에 인간관계에서는 상호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독교인들의 반동성애는 성경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동성결혼 역시 성경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성애를 둘러싼 견해차는 극명하다. 이에 대해 김종훈 신부는 ‘소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신부는 “이번 평화의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는 반대편의 맹목적인 신앙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쪽 편’이든 ‘저쪽 편’이든 적극적으로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해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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