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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한 생활뿐 아니라, 그 회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죄 까지도
  • 이기우
  • 등록 2020-03-13 14:26:22
  • 수정 2020-03-13 16: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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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토요일(2020.3.14.) : 미카 7,14-15.18-20; 루카 15,1-3.11ㄴ-32


오늘 독서에 전해지는 미카의 예언서는 하느님께서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분임을 아주 잘 알고 절절이 동족의 죄를 뉘우쳐 통회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미카는 심판을 선포하는 사명을 띠고 온(3,8) 유대 출신의 예언자로서 예루살렘의 지도자들과 사제들과 직업 예언자들의 부정을 비난하였으며, 사회적·경제적 불의를 신랄하게 고발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아모스의 정의와 호세아의 사랑을 지닌 예언자였습니다. 


그가 활동했던 1세기 후에 유대의 원로들은 “모레셋 출신 미카가 유대 임금 히즈키야 시대에 예언하였다”(예레 26,18)라고 증언하였고 그의 활동을 들어 예레미야를 변호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컸으며, 히즈키야의 종교 개혁도 미카의 예언을 통하여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직업 예언자들과는 달리 세련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한 미카는 사회 정의를 선포한 예언자일 뿐만 아니라 지배 계층에 대하여 소농(小農)들의 권리를 주장한 농촌 예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독서는 미카가 쓴 예언서의 마지막 부분인데, 이는 메시아께서 다윗의 고을 베들레헴에서 나시리라는 그 유명한 예언의 결론 기능을 수행합니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미카 5,1) 


그러니까 오늘 독서로 배치된 미카 예언서의 결론은 동족이 저지른 죄악을 절절히 뉘우치면서 하느님의 크신 자비에 기대어 메시아께서 오시기를 염원하는 메시아 대망 신앙의 근거가 되는 셈입니다. 


이 메시아 대망 신앙에 부응하여 하느님께서 보내신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는 미카 예언자가 일찍이 표명했던 신앙과 참회의 마음을 지닌 이들을 만나셨지만, 이런 사람들을 죄인들로 낙인찍은 자들과도 맞닥뜨리셔야 했습니다. 너무나도 완고한 그들의 종교적 편견을 도무지 깨뜨릴 수 없어서 예수님께서는 두 아들의 비유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Ossip Zadkine <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


두 아들 중 큰 아들은 착실하지만 장차 돌아올 자기 몫에 대한 기대감과 자기 성실성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나가 방탕하게 살다가 돌아온 동생을 맞이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동생의 가출이나 방탕한 생활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고 도리어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 그저 다시 돌아와 준 그 통회의 행동이 고마웠을 따름입니다. 


이 두 아들의 비유는 ‘탕자의 비유’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초점은 돌아온 아들이 아니라 돌아온 아들을 기다리다가 기뻐하며 맞이하는 아버지의 자비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종교적으로 완고하기 짝이 없었던 바리사이들에게 이 비유를 굳이 말씀하셔야 했던 예수님의 마음을 짐작케 해 주는 대목입니다. 세리와 죄인들로 낙인찍힌 가난한 이들이 그러했듯이,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작은 아들은 아들 자격도 없으니 품꾼으로라도 써 달라고 청하면서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반면에, 아버지 곁에서 성실하게 일했다고 자부하는 큰 아들은 동생을 자비로이 용서하시는 아버지마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 비유에 드러나 있듯이,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실 때 만나신 사람들은 크게 보아 두 부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우선적으로 선택하셨던 첫째 부류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뉘우치고 돌아온 작은 아들처럼, 당시 율법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이스라엘 사회에서 율법을 잘 알지도 제대로 지킬 수도 없었던 까닭에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실제로도 죄 속에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소외되었던 사람들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세리들도 있었고 창녀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온갖 질병이나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었거나 마귀 들려서 고통을 받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로 돌아오려는 이들을 기쁘게 맞이하셨고 기꺼이 용서하시는 자비를 베풀어주셨습니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맞닥뜨렸던 무리들로서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슬기롭다거나 경건하다고 자부하던 바리사이들이나 사두가이들이었습니다. 이 자들은 예수님께서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을 자신들처럼 멀리하지 않고 가까이 하시는 데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불편하게 느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 그동안 당신이 받아들여주셨던 이들이 죄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선언하시며 복권시키시는 한편, 회개하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종교적 불관용을 에둘러 비판하고자 하셨습니다. 흔히 예나 지금이나 방탕한 생활은 쉽게 죄악으로 인정하는 반면에, 종교적 불관용에 대해서는 그리 쉽게 죄악이라고 인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사순시기에 우리는 종교적 불관용의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큰 아들의 처지에서도, 방탕한 생활의 죄악을 저지른 작은 아들의 처지에서도 회개할 필요가 있는 묵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가피하게 성사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영성체에 참여하고자 할 때 불편한 마음을 느낀다면, 또한 비록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해도 갖은 핑계와 이유를 동원하여 자기합리화를 시켜가면서 성사생활을 멀리하고 있다면,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하느님의 자비하신 마음을 본받아야 하는 회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주님, 당신께서 저희의 모든 죄악을,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 주십시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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