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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의 백조는 ‘구교’와 ‘신교’를 가릴 줄 모른다
  • 전순란
  • 등록 2015-06-28 11: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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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3일 월요일, 맑음


어젯밤 먼 길을 온 사람이 라인폭포를 가까이서 보겠다고 내려간 길에다 소나기를 두 차례나 퍼붓던 날씨가 오늘은 말쑥한 얼굴을 내민다. 폭포에서 관광객에게 쏟아 부을 비가 있으면 가믐에 타는 한국땅에나 갖다 쏟아놓을 것이지...


(메르스에 가뭄에 인심이 흉흉하자, 논바닥 갈라져 속 타는 농민들 사정은 아랑곳없고, “비 좀 왔으면 좋겠다. 박근혜 불쌍해서 죽겠다.”는 강남 여편네들 소갈머리에 맞추어 ‘불쌍해 죽을 여자’가 마른 논에 호스로 물 뿌리는 사진이나 찍어 올리는 한국의 매춘언론을 꼬집는 외신보도를 현지에서 눈요기해야 하는 지리산 아낙의 속도 그만큼 타들어가는데...)


그래도 스위스치고는 모처럼 얼굴을 내미는 태양 아래 라인폭포는 장관을 이루고 그 많은 수량이 굽이를 이루는 라인강이 노이하우센을 돌면서 널따랗게 급류를 이루어 쏟아지는 물보라와 물소리는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저 강이 굽이굽이 흘러 북해로 빠져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나라와 골짜기와 마을을 지나 흐를까?





남편 베아트씨는 의사와의 약속을 이유로 아침을 거르고 일찍 출근하고, 소피아씨와 우리 둘은 성대한 아침상을 놓고 환담하다 9시 반 미사에 갔다. 778년에 설립되었다니 천년이 넘는 ‘라이나우(Reinau) 수도원’ 곁의 소성당에서 리히텐슈타인에서 왔다는 총대리 신부의 미사에 여섯 명의 수녀들과 노인들 예닐곱 명이 참석하였다. 곧이어 30여분 성체를 현시하고서 로사리오를 바치는 신심 행사가 이어졌다.


라인강이 굽이굽이 돌면서 이룬 섬 속에 핀탄이라는 아일랜드 수도자가 은수하며 살았고 후일에는 거대한 베네딕토회 수도원이 세워졌다가 30년 종교전쟁으로 폐쇄된 곳인데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성당을 소피아씨의 안면으로 제의실의 박물관까지 구경하였다. 성당에 모셔진 성모자상에게 입히는 한복을 소피아씨가 그 동안 두 벌이나 성당에 봉헌하여 제의실에 간수되어 있었다. 






강가에는 ‘구교’와 ‘신교’를 가릴 줄 모르는 천진한 백조들과 청둥오리들이 한가로이 떠다니고 머리 허연 방문객들이 관광 삼아 드나드는 웅장한 성당... 유럽 그리스도신자 3%가 주일미사에 나오며 성직자 수도자 평균연령이 70세를 넘어섰다는 통계는 사람들이 하느님 없이도 잘 산다는 말인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유럽사회의 삶의 철학이지만 제도로서의 그리스도교는 근현대 유럽의 탄생에 기여한바 없다는 서구지성인들의 판단을 드러내는지 잘 모르겠다.



아름다운 구릉을 돌고 돌아 폭포건너편 마을로 가서 소피아씨네가 20년 넘게 산 4층짜리 목조건물을 둘러보고, 성당 뒤 묘지에 누워있는, 소피아씨 작은아들 보람이의 무덤을 찾아보았다. 소피아씨 부부가 가꾸는 널따란 텃밭도 둘러보며 잘 익은 복분자를 실컷 따먹기도 했다.


소피아씨는 샤우프하우센을 지나서 자기가 즐겨 기도하러 간다는 라인강 상류의 자그마한 섬에 있는 프란치스칸 경당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호수에 오리들이 알을 낳아 키운 집은 볼품없이 허물어졌지만 어미를 따라 부지런히 헤엄을 배우는 새끼오리들의 보송보송한 털이며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팔뚝만한 송어떼가 스위스의 평화를 이루고 있었다.


소피아씨는 산꼭대기의 성채(城砦)에 있는 식당으로 우리를 데려가 멋진 점심을 대접해 주고 아랫마을 2, 3 백년이 된 집집마다 벽화를 그려놓은 동네를 돌면서 가게들을 구경하고 말구유 작품들도 한가로이 보게 해 주었다.






그니가 챙겨준 김치와 밑반찬을 들고 노이하우센을 떠나 스.선생부부가 기다리는 스위스 동남쪽의 플룸스라는 곳을 향해 150여 킬로를 달려 7시 30분에 산장에 도착하였다. 카레라이스를 만들어놓고 우리를 기다리던 스.선생 부부와 일행 두 사람 은희씨와 영란씨의 환영을 받으며 저녁을 먹고 한담하는 사이에 집안 벽난로에는 장작불이 활활 타고 밖에는 시원하다 못해 추운(영상 10도) 알프스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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