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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되어
-사도행전 9장
파리 떼 앉은 밥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런두런 낯선 목소리를 뒤로 하고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을 그는 되새김질 했다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이 생각났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선명한 빛
그의 둘레에 내리쏟던 빛
그리고, 그 목소리
처음 들었지만 낯익은 그 목소리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던 눈동자
칠흑 같은 어둠의 두려움
사흘이었다
고박 사흘이 지나 한 남자가 다가왔다
두려웠다
배고픔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빛 속에서 울리던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서 울렸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에게
남자는 보낸 이의 말을 전했다
“내가 선택한 그릇”이란 말이 발밑에 떨어졌다
온 몸이 저릿저릿했다
천둥번개가 등을 후려치는 듯 했다
파리 떼 앉은 밥그릇을
눈물 흐르는 얼굴에 비볐다
사울은 바오로가 되어 울부짖었다
“예수님은,
예수님은,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