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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 (김영문 역)
  • 김영문
  • 등록 2015-06-26 10:21:58
  • 수정 2015-07-16 18: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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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열국지』는 중국에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뒤를 잇는 명성을 날리며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열국지』는 인조(仁祖)(1648년 이전)에 전래되어 선비들의 애독서가 되었다. 조선 중후기 이후 『열국지』는 민간으로 널리 보급되어 영정조 시기 이후 언해 필사본으로 유행했다.


『열국지』 번역은 1964년 김구용에 의해 처음 이루어져, 이후 이 판본이 수정·증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구용 번역본이 『동주열국지』의 거의 유일한 완역본으로 인정되어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이번에 출간하는 『동주열국지』는 반 세기 만에 이루어진 새 번역본이다.


열국지』는 명대(明代) 문인 여소어(余邵魚)에 의해 『열국지전(列國志傳)』이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정본화 되었다. 청 중기 건륭(乾隆) 원년(1736년)을 전후하여 채원방(蔡元放)에 의하여 『동주열국지』란 명칭의 최종 판본으로 완성되었다.『열국지』의 정본화 작업을 수행한 문인은 여소어(余邵魚), 풍몽룡(馮夢龍), 채원방(蔡元放) 세 사람이다.


『동주열국지』는 2500여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550년의 역사를 다룬 대하 연의소설이다. 천하의 종주국으로 자처하던 주(周) 왕실이 약화되면서 각 지역의 제후국이 군웅할거하던 시기였다. 많은 제후국에서는 다양한 인재를 초빙하여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문화의 역량을 키우며 약육강식을 일삼았다.


온갖 학파가 다투어 자기 학설을 내세웠으며 다양한 학문과 뛰어난 인재가 일제히 꽃피던 시기이기도 했다. 여러 인간 군상이 자신의 욕망, 권력, 이익, 명예, 출세를 위해 권모술수와 하극상을 일삼던 시대이기도 했다.


이후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형상의 특성이 춘추전국시대에 집대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시대 역사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늘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되어 왔다.

새 번역본은 번역 정본화를 생각하여 꼼꼼하게 작업했다. 기존 번역본을 보지 않고 번역한 뒤 나중에 기존 번역본과 대조하였다. 기존 번역본의 오류와 이번 번역본의 오류를 비교하여 정확하게 바로잡아 오류는 훨씬 줄었다.


「등장인물 사전」, 「고사성어 사전」, 「춘추전국시대 연표」, 「열국지 독법」 등이 포함된 『동주열국지 사전』을 함께 간행하여 편의를 제공했다. 새 번역본은 청말 이래 가장 널리 보급된 『동주열국지』 점석재본(點石齋本)(1888)을 번역 저본으로 삼고, 점석재본에 삽입된 인물 삽화 49폭과 내용 삽화 116폭을 권별, 장회별 내용에 맞게 배치했다.


기존 번역본의 누락 부분과 오류 부분을 대부분 바로잡았다.『동주열국지』 자체 오류도 60여곳 밝혀내어 각주로 달았다. 기존 번역본에서 구어(口語)인 백화체 어휘를 한자어처럼 뜻으로 해석하여 고유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통상적인 한자 발음과 달리 읽히는 인명과 지명의 근거를 밝혔다.


21세기 들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의 각축이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입지와 대처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동주열국지』는 제후국 간의 교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떠오르는 시대를 맞아 중국과 중국인의 기본적인 행동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주열국지』를 읽지 않을 수 없다. 춘추오패와 전국칠웅이라는 강국의 정치와 외교, 전쟁의 양태들은 중국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동주열국지』는 인문학 열풍에도 다양한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 인간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기 위해서 인문학과 관련된 동서 고전을 정독하고 다시 번역하는 일이 필요하다. 건조한 역사책 읽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존 사서(史書)와 제자서(諸子書)는 독서물로서 재미가 부족하여 완독하기 어렵다. 『동주열국지』는 정사의 내용을 채록했지만 문학적 배치와 윤색을 통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고사성어의 생성 의미, 외교 전략, 흥망성쇠의 다양한 사례, 인과응보의 역사적 교훈 등이 풍부하게 있다.


덧붙이는 글

김영문 : 경북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에서 국내 최초로 『문선역주』(공역) 완역본을 출간했다. 현재 인문학 연구서재 청청재靑靑齋 주인으로 중국 고전 번역 및 강의와 저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 저역서로 『노신의 문학과 사상』(공저), 『루쉰과 저우쭈어런』(공역), 『루쉰 시를 쓰다』(역주), 『내 사랑 샤에게』(번역), 『문선역주』(전10권, 공역), 『내 정신의 자서전』(번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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