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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근원이신 하느님 - [이신부의 세·빛] 법은, 하느님이 심어준 양심으로 완성된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7-17 17:18:22
  • 수정 2019-07-17 17: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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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 수요일 : 탈출 3,1-6.9-12; 마태 11,25-27


오늘은 제헌절입니다. 


1948년 7월 17일에 대한민국 헌법이 처음으로 제정되었습니다. 헌법이란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세우며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하는 최고의 규범을 말합니다. 그래서 헌법은 모든 법률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헌법에 어긋나는 모든 법률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법이란 국가의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하며 올바른 양심에 기초한 사회적 상식의 최소한이기 때문에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실현시키는 규범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문명국가에는 법이 있어서 이 법에 의한 질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법에는 그동안의 인류 역사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정의와 평등을 위해 투쟁하고 노력해 온 흔적이 담겨 있으며, 앞으로 이룩하고자 하는 인류 미래의 목표와 꿈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 제헌헌법은 일제의 식민지배와 함께 멸망한 조선 왕조의 군주제를 폐기하고, 악랄했던 일본 군국주의적 통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제정되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등을 지향하는 서양 여러 나라의 헌법에 담긴 역사적 경험을 반영하여 제정되었습니다. 뒤늦게 제정된 만큼 후발주자의 장점을 살려서 좋은 점들만을 많이 담았습니다. 그래서 대한제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으로 국호를 정하고, 국가의 주권이 왕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했으며, 군주제나 귀족제가 아니라 민주공화제로 정치질서가 수립되어야 함을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상 군주권력에 의해 무시되기 일쑤였던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여러 권리, 자유권, 사회적 기본권, 참정권에 더하여 노동자들이 기업의 이익을 균점할 권리까지 인정하였습니다.



제헌헌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되었습니다. 독재자들이 개악해 놓으면 국민이 들고일어나서 다시 개선해 놓기를 되풀이하였습니다. 


이승만이 발췌 개헌, 사사오입 개헌으로 개악해 놓은 제1공화국 헌법을 4.19 혁명으로 제2공화국 헌법으로 바꾸었고, 5.16군사정변을 일으킨 박정희가 제3공화국 헌법과 유신 헌법으로 개악하거나 전두환이 12.12군사반란으로 제5공화국 헌법으로 개악해 놓은 것을 국민이 6월 민주화 항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지금의 헌법입니다. 독재자들이 고치고 싶어 할 만큼 제헌헌법이 잘 되어 있습니다.


법은 인간 양심과 사회적 상식의 최소한이기 때문에 양심과 의식이 향상되는 데 따라 바뀌어왔고 또 앞으로도 바뀔 것이지만, 법의 출발점이 된 인간 양심을 심어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법은 인간 양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 때라야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담보할 수 있고, 인간은 법 이전에 양심에 따라 하느님의 뜻을 새길 수 있을 때라야 품위를 지닐 수 있습니다.


법은 양심이 완성할 것입니다. 법의 근원이 하느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모세가 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은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품위가 지닌 근원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그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구해내어 해방시키는 파스카 과업이 왜 모세로부터 시작되어 오늘날 교회의 과업이 되었는지도 상기시켜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물과 생명과 인간을 창조하신 분이시며 특히 인류의 역사를 이끄시는 역사의 주재자이십니다. 인류와 인간의 역사적 소명이란 하느님의 뜻을 잘 깨달아서 역사를 하느님의 뜻대로 진보시키고 앞당기는 것입니다. 법은 이 소명 실현에 있어서 딛고 건너가야 할 징검다리 돌과 같고, 다리와도 같으며, 사다리와도 같습니다.


당신의 생활과 사명을 계승시키고자 제자들을 파견하신 예수님께서는 이들로부터 귀환 보고를 들으시고 오늘 복음에서 들으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분은 그 당시의 이스라엘에서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 곧 엘리트로 자부하며 지배적 지위에서 백성 위에 군림하던 사두가이나 바리사이들에게는 복음진리가 거절당했어도 이를 감추셨다고 알아들으셨습니다. 


그리고 철부지들, 곧 권력이든 재산이든 지식이든 가진 것이 없어서 힘없고 가난하며 무식하지만 하느님을 어린이들처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백성들 안에서 복음진리가 받아들여진 데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셨습니다. 이것이 모세로부터 시작된 파스카 과업의 현실입니다. 


세상에는 법을 알면서도 그 허점을 악용하여 사리사욕을 취하는 악인들이 있는가 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권력을 잡고 싶고 누리고 싶은 독재자들도 있지만, 법 없이도 양심에 따라 살아가는 의인들도 많습니다. 법은 양심이 완성할 것입니다. 법의 근원이 하느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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