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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에게 모든 관심과 성무가 집중되면
  • 끌로셰
  • 등록 2019-05-02 12:28:17
  • 수정 2019-05-02 16: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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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가톨릭 신학대학교에서는 ‘성직자중심주의의 유혹’(La tentation du cléricalisme)이라는 주제로 성직자중심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짚어보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교회법 전문가와 역사학자들은 오늘날 ‘권력 남용’의 형태로 여겨지는 성직자중심주의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기 위해 논의를 이어갔다. 

 

더 먼 곳을 향해 나아가고 개혁의 단서를 끌어내기 위해 기관으로서의 교회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라스부르그 대교구장 뤽 라벨(Luc Ravel) 대주교는 개회사에서 성범죄와 권력 남용을 “더 먼 곳을 향해 나아가고 개혁의 단서를 끌어내기 위해 기관으로서의 교회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전 세계의 성직자 성범죄 파동 가운데 발표한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설명했듯이, 교회의 ‘학대 문화’를 조장한 것은 일종의 권력체계이며, 그 기원에 성직자중심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직자중심주의…역사적 산물이다

그리스도와 동일시되는, ‘성스러운 사제’라는 환상

조직의 역기능을 처벌·감시·규제할 기관이 없다

교회의 비밀문화도 한몫

신자들의 영적 자유 학습도 필요


학술대회에 참여한 역사학자 니콜 르메트르(Nicole Lemaître) 파리 팡테옹 소르본 대학(Panthéon-Sorbonne) 교수는 현재 성직자중심주의의 많은 부분이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비롯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지적하면서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중심에 두고 사제에게 모든 성무를 몰아주는 일명 “가톨릭 급진화”(radicalisation catholique)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르메트르 교수는 구체적으로 17세기 피에르 드 베륄(Pierre de Berulle, 1575-1629) 추기경과 장 자크 올리에(Jean-Jacques Olier) 신부 등이 세운 프랑스 영성학파를 언급하며, 이들이 ‘사제는 신자들보다 우월하며 그리스도와 동일시되는 성스러운 사제’라는 환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리에주 교구 총대리이자 교회법 전공자인 알퐁스 보라(Alphonse Borras) 신부는 성직자중심주의를 해결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 이를 처벌하는데 있다고 제안했다. 보라 신부는 특히 자비를 강조하다보니 교회법이 가진 처벌의 기능이 잊혀지고, 성범죄 및 권력 남용과 같은 조직의 역기능을 드러낼 수 있는 “규제 기관”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일한 관점에서, 의학 박사이자 신학자로 스트라스부르그 유럽윤리교육연구센터(CEERE) 소장 마리 조 티엘(Marie-Jo Thiel) 역시 교회의 비밀 문화, 절차 및 결정의 투명성 부재를 지적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신임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랭 보포르(Eric De Moulins-Beaufort) 대주교는 성직자중심주의의 해결법으로 ‘신자들의 영적 자유 학습사제들이 가진 영적 권한의 적확한 행사를 제안했다. 보포르 대주교는 “진정한 목자는 단 하나 뿐이며, 이는 바로 그리스도”라면서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와 동일시하는 사제들을 질타했다. 그리고 신자들은 성직자에게 복종하거나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법을 전공한 티보 주베르(Thibaut Joubert) 스트라스부르그 대학교수는 사제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너무 과도하게, 수품에 집중되어 있는 성품성사의 신학을 해왔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성직자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신학과 주교의 관할 하에서 여러 직분들의 유기적인 다원성을 추구하는 신학이 상충하는 모양새에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학술회의는 사제에게 모든 관심과 성무가 집중되는 현상이 가톨릭교회 내 역할 다양성에 해가 되며, 바로 이러한 다양성의 부재가 권력 남용을 야기한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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