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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구원계획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 이기우
  • 등록 2019-03-19 14: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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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 2사무 7,4-5ㄴ.12-14ㄱ.16; 로마 4,13.16-18.22; 마태 1,16.18-21.24ㄱ



오늘은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리라는 예고를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받았을 때 그는 요셉의 정혼자였습니다. 요셉은 유다 지파의 유다인으로서 다윗 가문의 후손이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와 있는 대로, 하느님께서는 사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왕국을 다스리게 된 다윗 왕에게 그의 후손이 일으킬 나라를 축복해주셨습니다. 사울은 벤야민 지파 출신이었고 다윗은 유다 지파 출신이었습니다. 


다윗과 그 후대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이러한 축복의 약속이 유다 지파와 다윗 왕국의 정통성에 대한 보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으나, 그리스도 교회는 현세적이고 정치적인 왕조나 나라에 대한 축복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하느님 나라를 예고하신 축복으로 알아듣습니다. 마리아가 요셉의 정혼자 시절에 구세주를 잉태하시게끔 섭리하신 역사적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안배하실 나라는 예수님께서 세우시겠지만 그 나라 역시 일찍이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역사적 정통성 축복의 실현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은 예수님을 다윗의 법적인 후손이 되게 하는 양부이며, 예수님께서 세우실 하느님 나라가 구약시대로부터 약속된 결과임을 보증하는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요셉의 역할은 이러한 법적이며 성서적인 정통성의 보증인에 그치지 않습니다.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는 마리아의 처녀 시절과 구세주로 성장하실 예수님의 아기 시절과 소년 시절의 보호자로서도 요셉의 역할은 탁월했습니다. 


요셉이 아니었다면 혼외임신을 한 마리아로서는 율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베들레헴의 마굿간에서 위험한 출산을 한 마리아와 갓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헤로데 대왕의 학살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 요셉이 있었기에 소년 시절에 예수님은 구약성경을 통해 하느님과 세상살이에 대해 배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리아에게 있어서나 예수님께 있어서나, 요셉은 역사적 정통성의 계승자요 이스라엘과 하느님을 맺어주는 연결고리이며 온갖 위험과 역경에서 안전하게 하느님의 구원을 실현시켜준 빛나는 조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의로운 요셉을 신앙인의 전형으로 제시합니다. 마리아에게 내려진 성령 잉태의 비밀을 아직 몰랐을 무렵에 요셉은 배신의 아픔과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마리아에게 화가 미칠까봐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했을 정도로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내려진 구원의 신비를 천사로부터 전해들은 이후에는 기꺼이 그 협력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이후 태어난 예수님도 아내 마리아도 성심껏 돌보는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마리아의 평생동정은 요셉의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요셉도 평생동정을 실천했기에 마리아의 평생동정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두가 하느님께서 그들 부부에게 허락하신 예수님을 잘 키우고 보호해 드리기 위해 바친 희생이었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섭리를 찾으려고 최선을 다했으며, 일단 그 섭리를 깨닫게 되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던 요셉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는 그에게 허락된 은총이 후대의 신앙인들에게도 역시 절실히 필요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 은총은 몇 가지로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하느님 약속의 역사성입니다. 하느님께서 다윗 왕에게 하신 축복의 약속, 이를 다윗 왕이 살던 시온 언덕의 이름을 따라서 시온 계약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시온 계약은 그 250년 전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시나이 계약을 보완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권세와 재물을 가지지는 못했으나 하느님께 신실한 이들을 해방시키시려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다윗 이후 천 년 후에 요셉과 마리아와 예수님을 통해서 역사에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이후 이천 년이 흐르고 있으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수많은 요셉들을 통해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약속의 공동체성도 중요합니다. 그분의 구원계획은 한 두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협력으로만 실현가능합니다. 예수님의 역할도, 마리아의 역할도 그리고 요셉의 역할도 다 필요했습니다. 우리네 삶에 주어진 하느님 구원계획에 있어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지 숙고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또한 하느님 약속에 대한 철저한 실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요셉과 마리아 부부의 평생동정 실천이 말해주는 바처럼, 자기 자신의 계획보다 하느님의 계획을 앞세울 수 있는 신앙과 그 신앙에 대한 철저한 실천이 그 계획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있어서 꼭 필요한 빛나는 조역이 되시기 바랍니다.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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