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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천주교 도서관 하나 지어 주이소
  • 김유철
  • 등록 2019-03-12 14:58:25
  • 수정 2019-03-19 15: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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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어디 있나요?


도서관을 사전적 의미로는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축적하여 일반인 이용에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 등 문화발전 및 평생교육에 이바지하는 시설’이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도서관의 기원 이래로 인류는 숱한 자료를 책으로 만들고 보존 및 전달하였으며 르네상스 시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으로 그 활용의 범위는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아울러 다양한 도서관이 나타났고 거기에 따른 도서관 설계와 함께 비치된 도서와 자료에 대한 목록규칙 코드를 만들어 열람실과 서가의 활용을 높여나갔다. 일반 사회에서는 국립도서관을 필두로 공공도서관, 연구도서관. 전문도서관, 학교도서관, 사립도서관 등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이용객에게 다양한 패턴으로 다가서고 있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종교구를 포함한 천주교회 16개 교구에 ‘도서관다운 도서관’을 찾기는 힘든 일이다. 천주교가 이 땅에 전래된 지 230여년이 흘렀고, 이른바 현대 가톨릭의 기틀이 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린 것이 50여년이 된다. 그 많은 자료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보관되고 자료화 되어 후학들과 관심 있는 이들이 찾아 볼 수 있는가? 데이터베이스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중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실행이 필요하다.


구석진 방이나 특수한 이들만 찾는 자료실이 아니라 당당히 개방된 도서관의 형태로 천주교회에 관한 교회사와 신학을 비롯한 학술과 가톨릭문학과 전례음악, 성미술을 포함한 예술, 순교자와 평신도, 성직자와 수도자, 청년과 어린이 교리교육에 대한 도서와 각종 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열람 및 대출이 원활하고 디지털화된 자료관리는 지금이라도 계획되고 실현해야 할 시대적 요청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돈이 부족하다는 이에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느냐?”(마태16,9)고 예수가 하는 말이다. 그러니 어른들이여, 성당보다 앞서 제대로 된 한국가톨릭 도서관 하나 지어 주이소.


교회에도 ‘문화재’가 있나요?


▲ 한국천주교주소록에서 도서관을 검색하면 무엇이 나올까


천주교회나 개신교회와 달리 불가의 이름난 사찰을 방문하는 사람은 종교적인 예불 참석자보다는 통상 관광객으로 불리는 외부인이 더 많은 법이다. 특히나 다가오는 봄철이 오면 풍광 좋은 사찰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그런 사찰에는 여러 종류의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만을 보기 위한 답사꾼들의 방문도 있다.


문화재란, 한마디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의 유산이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를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민속자료의 네 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화재는 그것이 구현하는 정신적 가치와 시각적, 음향적으로 표현하는 가치가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해당 문화재를 창조해 낸 집단뿐만 아니라 그것을 포용한 사회에도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근래에는 문화재라는 말보다는 ‘문화유산’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된다. 그렇다면 교회안의 문화재는 현재 어떻게 인식되어 지고 있으며,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천주교가 한반도에 전래된 이래로 성당과 성물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만만치 않은 문화유산이 있으리라 추정된다. 그러나 각종 문화재가 꼭 그런 깊은 연륜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라지는 유산들


문제는 지금여기 우리의 발밑에서 묻히고 사라지는 유산들이다. 이른바 ‘문화재급’만을 치장하고 보존하고 귀하게 여기거나 지나간 성직자‧수도자‧평협회장의 빛바랜 증명사진이 유물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당연히 그것도 한 시대의 기록물일 수 있지만, 우리가 보관하고 연구하고 물려줄 유산들은 재건축이니 리모델링 등을 통해 어디론가 사라지는 십자가와 성모상, 감실 등의 성물들, 교회학교(주일학교)와 각 신심단체에서 사용한 각종 기념품과 교재들이다. 그뿐이랴 여러 크기의 성경책, 성가책, 기도서, 연도집이며 해마다 만든 달력들과 신자주소록들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우들이 매일처럼 드나드는 성전이 미래의 문화재라는 사실이다. 어설픈 못질 하나와 페인트 덧칠과 무개념의 정리 속으로 오늘도 우리는 문화재를 버리고 있다. 보관 장소가 부족하다고요? 아니요. 인식이 부족합니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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