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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가톨릭교회, 새 교구장 취임으로 대전환기 맞아
  • 끌로셰
  • 등록 2019-03-07 17:23:58
  • 수정 2019-03-12 12: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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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스 구스타보 카스티요 마타소글리오 주교 (사진출처=archdiocese of Lima)


한 교구 사제가, 주교가 아님에도 교구장으로 선정되어 주교 서품까지 받는 일이 있어 화제다. 페루 가톨릭 리마(Lima) 대교구 소속 사제 카를로스 구스타보 카스티요 마타소글리오(Carlos Gustavo Castillo Mattasoglio)는 올해 1월 말 리마 대교구장으로 임명되어 지난 2일 주교서품을 받고 교구장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1월 말 당시 페루 리마(Lima) 대교구장 후안 루이스 시프리아니(Juan Luis Cipriani) 추기경이 사임서한을 제출했다. 시프리아니 추기경은 75세로 교회법에 따라 사임서한을 제출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수리했다.


“페루 가톨릭교회 사목 스타일의 180도 전환” 


이번 페루 신임 교구장 임명이 주목 받는 이유는 교구 평사제가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주교서임을 받았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신임 교구장이 전임 교구장과 달리 매우 개혁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임명 당시 바티칸 전문지는 “페루 가톨릭교회 사목 스타일의 180도 전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전임 교구장 시프리아니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의 보수파로 알려진 ‘오푸스데이’(Opus Dei) 회원으로 교회가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해방신학(Liberation Theology)과 ‘해방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구스타보 구티에레스(Gustavo Gutierrez) 신부를 비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신은 이들의 관계를 두고 “구티에레스 신부는 오푸스데이의 후안 카를로스 시프리아니 교구장에 의해 리마 교구에서 쫓겨났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푸스데이 회원 중 최초로 추기경이 된 시프리아니 추기경은 신학적으로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며 손 영성체를 금지하고 입 영성체만을 허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 방송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구티에레스 신부의 친구이자 페루 가톨릭교회 개혁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택한 인물”


반면, 신임 교구장 카스티요 주교는 자서전에서 자신을 ‘구티에레스의 제자’라고 말할 정도로 해방신학을 지지해온 성직자였다. 카스티요 주교는 1960년대 후반 페루전국학생연합(La Unión Nacional de Estudiantes Católicos, UNEC)에서 구티에레스 신부를 처음 만났다.


한 스페인어권 언론은 카스티요 주교를 “구티에레스 신부의 친구이자 페루 가톨릭교회 개혁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택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바티칸 전문지 < Vatican Insider >는 시프리아니 추기경의 교구장 사임이 대략 한 달 만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리되고 통상 몇 달이 걸리는 후임 선정 절차 역시 곧바로 처리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페루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위해 카스티요 주교를 발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프리아니 대주교는 카스티요 주교의 교구장 임명 소식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임명을 해방신학 또는 오푸스데이에 대한 폄하로 해석하는 것은 교황의 훌륭한 결정을 깎아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교구장 임명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님께서는 길을 걷다, 버스를 타다 추행을 당하는 이들과 함께 하시며, 학대받고 죽임당하는 여성과 함께 하신다.


교구장 임명 소식을 전해들은 카스티요 대주교는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기적의 주님이 여기 계시니 우리도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는 결심을 전했다. 


페루 후앙까요(Huancayo) 교구장 페드로 바레토(Pedro Barreto) 추기경은 카스티요 주교의 임명을 통해 “페루 주교회의는 우리가 늘 꿈꿔온 교회, 즉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 손을 뻗는 교회, 지금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는 교회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카스티요 주교의 동료 교수였던 페루 가톨릭대학교 신학과 교수 후안 미구엘 에스피노사(Juan Miguel Espinoza)는 카스티요 주교를 두고 “현실에 대한 분석 능력을 갖춘 사제”라고 평가하며 “이것이 바로 페루 가톨릭교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카스티요 주교 주교서품식에는 구티에레스 신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카스티요 대주교의 서품 청원 신부로 나선 구티에레스 신부는 교황대사에게 “리마 교회는 대사님께 카를로스 카스티요 마타소글리오 신부를 주교로 서품해주시기를 청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란다.


이 자리에서 카스티요 대주교는 “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 이들은 신앙 감각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고통 받는 그리스도를 체험한 사람들”이라고 선언했다.


카스티요 주교는 페루 산마르코스 국립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1984년 사제서품을 받고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황청립 페루가톨릭대(PCUP) 교수로 활동해왔다. 사목표어는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루카 7,14)이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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