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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75.4%, 낙태죄 개정 필요성 느껴
  • 문미정
  • 등록 2019-02-15 16:23:44
  • 수정 2019-02-15 16: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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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75.4%의 여성이 낙태죄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주제(인공임신중절)의 민감성(불법성 등) 및 특수성으로 인해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하였으며, 사회적 이슈와 관련되어 진행된 일회성 조사로 국가승인통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사에 응답한 여성 중 성경험을 한 여성은 7,320명(73%), 임신경험 여성은 3,792명(38%)이다. 이 중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나이는 17세~43세까지로 다양했으며 평균연령은 28.4세(±5.71)였다. 이들 중 미혼은 46.9%,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였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이유로(2가지 복수응답)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33.4%)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31.2%)이라고 응답했다. 


인공임신중절 수술만 받은 이들은 90.2%(682명)이며, 약물을 사용한 이들은 9.8%(74명)이다. 74명 중 53명은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술 시기는 임신초기(평균 6.4주, 12주 이하 95.3%)이며 평균 횟수 1.43회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적절한 휴식을 취한 여성은 47.7%이며 8.5%가 신체적 증상(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등)을 경험했으나 이 중 43.8%만 치료를 받았다. 정신적 증상(죄책감, 불안, 우울, 두려움, 자살충동 등)을 경험한 여성은 54.6%로 이 가운데 14.8%만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은 4.8%(49,764건)으로, 2005년 조사 이후 감소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감소 원인으로 ▲피임실천율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 및 인공임신중절률 (단위: 건, 천 명당 건) (자료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에 응답한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 1순위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3.4%) 등을 꼽았다. 


낙태죄 폐지 여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들은 낙태죄를 규정하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75.4%였다. 개정 이유(복수응답)로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66.2%)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62.5%) 등으로 나타났다.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에 대해선 48.9%의 여성이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40.4%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개정이 필요없다’고 답한 여성은 10.7%로 나타났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성을 대상으로 사유별 허용정도를 조사한 결과, 모체의 생명 위협, 모체의 신체적 건강보호, 모체의 정신적 건강보호, 태아 이상 또는 기형, 강간 또는 근친상간, 파트너와의 관계 불안(이별, 별거, 이혼 등), 미성년자, 본인 요청에 대해서는 임신주수와 상관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번 조사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여성의 관련 경험 이해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불법으로 인해 과소추정의 가능성이 있으나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만 15∼44세 여성 중 생애에 임신을 경험한 사람의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하여 많은 여성들이 위기임신 상황에 놓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위기상황을 예방하거나 위기상황에 있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성교육과 피임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 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산과 양육에 있어 국가차원에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과 경험하지 않았지만 고려를 한 여성 모두 인공임신중절을 결정하거나 고려했던 이유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배경에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을 법률적 혼인제도 안에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차별을 개선하고 출산과 양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충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헌재의 낙태죄 위헌 여부 심판 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7년 2월 낙태죄를 규정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됐으며 현재 이 헌법소원에 대한 심판을 심리 중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위탁받아 2018년 9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진행했으며 2011년 조사 이후 7년 만에 이뤄졌다. 신뢰도는 표본오차 ±1.0%, 95% 신뢰수준(2011년 조사: ±1.5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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