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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땅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자는 것”
  • 강재선, 문미정
  • 등록 2019-01-28 11:34:31
  • 수정 2019-02-12 17: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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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사제관에서 보이는 왕림성당 ⓒ 문미정


천주교수원교구 3대 교구장 최덕기 주교 때부터 왕림성당 재산 환수가 논의되어 왔지만 새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착좌하고 10년이 지나서야 왕림성당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 해 처음으로 일부나마 왕림성당 옛 토지 환수 작업이 시작됐으나 아직 왕림성당은 완전히 제자리를 찾지는 못했다.


신자들은 왕림성당 재산이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는 사실을 무려 25년 만에 알게 됐고, 제자리로 돌려놓기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또 걸렸지만 그 시간동안 수원교구는 신자들에게 그 어떤 해명도 사과도 없었으니 신자들은 억울함이 쌓였다.


실상 왕림성당 옛터와 같은 재산을 본당으로 환수한다고 해서 신자들이 금전적, 지리적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재산이 환수된다고 해도 이는 특정 개인 명의가 아니라 왕림본당, 즉 ‘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결국 수원교구나 광암학원 모두 수원교구 교구장이 대표로 있는 만큼 왕림성당 재산의 환수는 교구 또는 본당 차원의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제 자리를 찾는 일’이 이렇게 더디게 진행되는 것일까.


돌려주기로 약속했던 땅, 교구장 바뀌니 말 달라져


‘갓등이 본당 재산환수 및 복원위원회’(이하 갓등이 복원위, 위원장 최창환)는 수원교구 3대 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그린 지적도를 근거로 왕림성당의 ‘원상복귀’를 위해 성전들이 자리했던 옛터와 왕림성당 교우들이 기부했던 토지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최덕기 주교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왕림성당 환수 계획. 굵은 선이 환수되어야 할 토지다. 구 232-1번지에 위치한 성당이 왕림성당 세 번째 건물, 구 230번지에 위치한 성당이 왕림성당 두 번째 건물이다. (자료제공=갓등이 복원위)


먼저 왕림성당 옛터들에는 1901년에 구 한옥 사제관 맞은편에 지어진 ‘33칸짜리 기와 성당’터와 1971년에 지어진 ‘적벽돌 성당’(왕림 3번째 성당)터, 그리고 왕림성당이 토지와 재정을 지원한 ‘광성국민학교’터가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왕림성당 교우들이 기부했던 토지 일부에는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의 출입구와 경비실이 자리하고 있다.


갓등이 복원위는 개인 명의로 된 토지를 비롯해 여러 명의로 되어 있던 토지들이 일괄적으로 광암학원으로 명의이전 되었으며, 애초에 이 토지들이 신자들의 명시적 동의 없이 부당하게 이용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중 현재까지 환수된 토지는 광성초등학교 터와, ‘33칸짜리 기와 성당’터, 그리고 현 왕림성당이 자리하고 있는 터다. 돌려받은 왕림성당 옛터들은 226-4번지로 통합되었고, 현 왕림성당 터는 250번지로 통합된 상태다. 수원교구는 토지 문제가 제기된 2008년 다급히 현 본당 건물과 토지를 명의이전 한 후 8년이 지나 2016년 분할안을 제시했다. 일부 토지 환수 자체도 현 왕림성당 토지와 건물을 제외하고는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2018년 처음 이뤄졌다.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는 것은 ‘적벽돌 성당’이 있던 터 왕림리 구232-1번지다. 전임 교구장인 최덕기 주교가 환수되어야 할 재산으로 적시한 내용이 현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내놓은 분할안과 달랐기 때문에 이 땅을 놓고 갓등이 복원위는 수원교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왕림리 구232-1번지는 현재 광암학원 소유의 226번지에 포함되어 있다.


▲ 이용훈 주교가 제안한 왕림성당 토지 환수 계획. 어둡게 칠해져 있는 구역이 환수되어야 할 토지다. 최덕기 주교가 그렸다는 자료와 달리 구 232-1번지가 제외되어 수원가톨릭대학교 226번지에 통합되어 있다. (자료제공=갓등이 복원위)


수원교구 3대 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갓등이 복원위의 요구에 따라 왕림본당의 재산에 해당하는 토지를 구획하여 이들에게 제안했는데, 그 당시에는 왕림리 구 232-1번지가 원상복귀 되어야 할 토지에 포함되어 있었다.


주임신부는 왜 갑자기 떠났을까


2009년 이용훈 주교가 수원교구장으로 착좌한 후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던 중 2012년 이용훈 주교는 갓등이 복원위를 포함한 신자들과 처음으로 대화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용훈 주교는 수원가톨릭대 설립 당시 왕림성당 주임에서 건설본부장으로 인사이동을 한 정해성 신부가 당시 본당 사목회장과 합의하여 왕림성당 토지를 광암학원으로 이전한 것이라 해명하면서 토지를 원하는 대로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이용훈 주교는 2013년 왕림본당 설정 125주년 연합신앙대회에서 왕림본당이 신학교 건설을 위해 문제의 왕림리 구 232-1번지를 기부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후 갓등이 복원위는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교구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토지환수에 진척이 없던 와중 2015년 수원교구 관리국장 신부는, 갓등이 복원위와 논의 없이 원상복귀 시켜야 할 왕림성당 터에 대한 측량을 진행했다. 이렇게 측량한 자료에는 ‘적벽돌 성당’이 있던 왕림리 구232-1번지 터가 수원가톨릭대 소유의 ‘녹지및조경’ 터로 표시되어 있었다.


갓등이 복원위는 측량에 문제를 제기하고 왕림성당 주임신부를 설득해 다시 한 번 측량을 했다. 그 결과, 과거 최덕기 주교가 제시했던 대로 해당 터는 원상복귀 해야 할 구역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수원교구는 이 측량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왕림성당 주임신부를 통해 토지 환수를 제안하며 교구 측 실측을 기준으로 분할안을 만들었다.


▲ 왕림성당 세 번째 건물이 자리했던 왕림리 구 232-1번지 측량성과도. (자료제공=갓등이 복원위)


갓등이 복원위에 따르면, 왕림성당 주임신부가 갓등이 복원위와 협의해 실시한 측량을 두고 이용훈 교구장은 주임신부를 질책했고, 당시 주임신부는 갑작스럽게 본당을 떠나 수도원에서 6개월 간 머물렀다.


실제로 등록된 지적도 등본에는 왕림본당 옛터 226-4번지에는 왕림리 구 232-1번지가 빠져 있었다. 그리고 반환 과정에서도 광암학원은 232-1번지와 수원가톨릭대학교 출입구와 경비실이 위치한 부분을 제외한 2,693평만을 반환했다.


현장 취재결과 232-1번지는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강의동 옆에 위치한 작은 뜰이 있는 자리였다. 갓등이 복원위는 뜰에 세워진 소나무를 기준으로 환수되어야 할 232-1번지를 설명했다.


▲ ⓒ 문미정


‘벽’과 ‘대문’으로 가로막힌 현실, 왕림성당과 수원교구 모습 보는 듯 해


이들은 이외에도 토지 환수가 불가능한 수원가톨릭대학교 출입구와 경비실이 위치한 토지에 대해서도 대토를 통해 해당 토지들에 상응하는 비용 또는 동일한 가치와 크기의 토지 반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광암학원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미 반환받은 토지들은 신자들이 자유로이 출입하거나 관리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의 왕림성당과 왕림성당 옛터 사이에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왕림성당에서 구 한옥 사제관으로 곧바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왕림성당 옛터에 접근하려면 길을 따라 나있는 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문은 항상 열려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림성당 옛터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수원가톨릭대학교 정문을 거쳐 본관 뜰 앞에 위치한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다.


취재 당일에도 기자는 옛 한옥 사제관이 남아있는 왕림성당 옛터에 접근할 때 대문을 거쳐 들어가지 못하고, 갓등이 복원위가 수원가톨릭대학교 경비실에 협조를 구한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 한옥 사제관 ⓒ 문미정


대체 어째서 수원교구와 광암학원은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갓등이 복원위에 따르면, 신자들이 이 같은 복잡한 상황을 알기 전이었던 2003년 왕림성당의 구 한옥 사제관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자는 모임이 있었고 여기에 이용훈 당시 수원가톨릭대 총장이 참여했다.


갓등이 복원위는 당시 이용훈 주교가 왕림성당 토지 문제와 사목실습관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본인이 주교로 착좌한 뒤인 2013년 왕림본당 설립 125주년 기념 연합신앙대회에서 “신자들이 신학교 부지로 봉헌하고 새로운 터전으로 기쁘게 이전했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갓등이 복원위는 교구장의 이러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왕림성당 신자들과 소통하는 일, 과연 ‘무의미한 대응’일까


< 가톨릭프레스 >는 천주교 수원교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원교구청에 해당 사안에 대해 질의했다. 수원교구 측은 “담당부서가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교구청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갓등이 복원위 주장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어차피 수원교구 유지재단과 광암학원 대표가 동일한 교구장이기 때문에 교구장에게 권한이 있는 것인데, 명의이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교구 입장 발표와 같은 대외적 활동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특별히 대응 자체를 안하고 있다. 무의미한 대응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학교법인광암학원 측 관계자는 갓등이 복원위를 비롯한 신자들이 교구 측에 보낸 요구사항에 따른 추가적인 절차를 계속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교구장의) 지시가 내려오면 학교 법인 명의로 되어 있는 업무를 하는 것”이라며 신자들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실무자들이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갓등이 복원위원장 최창환 씨는 얼마 전 왕림성당 주임신부와 만나 토지 환수 문제를 논의했으나, 주임신부는 이야기를 듣고 그저 “알겠다”는 답만을 했다고 답답해 했다.


원상복귀를 바라는 신자들은, 욕심을 부려 왕림성당이 부자가 되어 큰 건물을 짓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그저 한반도에 세워진 네 번째 본당이자 수원교구의 뿌리가 되는 왕림성당의 유산, 즉 옛 교우들의 신앙과 흔적을 잘 관리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갓등이 복원위는 “옛 한옥 사제관에 신자들 접근이 불가능해 제대로 복원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갓등이 복원위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숨길 것이 아니라, 교구 신자들에게 사실대로 알리고 잘못에 대해 신자들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길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의 오해가 없도록 신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면 된다”며 자신들의 요구는 다른 게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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