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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차별한 이들, ‘탈북민’과 ‘여성’
  • 강재선
  • 등록 2018-11-12 16:22:06
  • 수정 2018-11-14 1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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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재선


지난 10일, ‘교회 안의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주제로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심상태 몬시뇰)와 새천년복음화연구소(소장 조영동)가 공동 주최하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생물학적, 사회적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어떤 대우를 받아왔는지를 조망하고 그 문제점을 논하는 자리였다.


우리신학연구소 황경훈 소장의 사회로 신난희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원)와 이미영 『가톨릭평론』 편집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신난희 교수는 ‘교회 내 계층 간 불평등 - 탈북이주민 영역을 중심으로’, 이미영 편집장은 ‘교회 안 차별과 불평등을 돌아보다 - 가정 사목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토론에는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와 최영균 신부(수원교구 호계동 주임)가 참여했다.


심상태 몬시뇰은 서면으로 대신한 개회사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조하신 것처럼 각 부분의 고유성과 다름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교회 공동체 건설을 좀 더 확산시켜 가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조영동 소장 역시 이번 학술회의가 “교회 안에서의 성차별과 문화적 차별, 그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회, 탈북민에게 하나의 억압을 덧씌운 것


▲ 신난희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원 교수 ⓒ 강재선


신난희 교수는 교회의 탈북이주민 관련 활동을 시기별, 지역별로 구분해 정리하고 교회 내 탈북이주민의 실상을 지적했으며, 평신도 및 탈북이주민단체 실무자들의 실제 발언을 빌려 탈북이주민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태도를 생생히 표현했다.


신난희 교수는 탈북이주민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검토하며 “한국사회가 분단체제의 한 축으로서 부조리하고 비복음적인 상황을 생성하고 고착화해 왔다는 문제의식”을 강조했다. 교회가 탈북민들의 짐을 덜어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억압을 더 덧씌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탈북이주민 지원 활동에 관여하는 다양한 단체와 교회 기관 상호 간 칸막이가 존재해 내부적으로도 복잡한 갈등과 적대전선이 형성되어 불협화음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특히 2010년대부터는 탈북이주민 지원활동의 방향이 주교회의 중심에서 교구 중심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하며 각 지역 상황에 맞추어 “교구별로 독자적인 제도화의 길을 실현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탈북이주민에 대한 한국 천주교의 태도를 재고함으로써 신난희 교수는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로 이행하고자 하는 한국사회의 전진 노력에 있어 북한 복음화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 중요하고 희망적인 비전과 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첫 번째 발표 토론자로 나선 최혜영 수녀는 한반도 평화라는 “역사적 전환기”에 탈북이주민 문제를 논하는 것이 “민족의 화합을 위한 도정에서 구체적이고도 중요한 모색의 하나”라고 평했다.


여성주의 시선에서 보는 교회는 차별과 불평등으로 가득하다 


▲ 이미영 가톨릭평론 편집장 ⓒ 강재선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미영 편집장은 교회 내 여성이 처한 불평등이라는 현실을 가정 사목 차원에서 검토하고 사회적 통념을 고스란히 답습한 교회 활동들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미영 편집장은 여성주의(Feminism)로 인해 촉발된 여성 차별 문제가 한국 천주교 내에서도 여러 현상들을 중심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피임, 낙태와 같은 생명 문제, 현대의 다양한 가족 형태 등을 중심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1900년대 초중반 가톨릭교회는 남성과 여성이 한 쌍을 이루어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피임이나 낙태 등을 반대해왔음을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1960-70년대 국가 차원의 인구 조절 정책이 전개됨에 따라 <인구문제와 산아제한>이나 <모자보건법 제정을 반대한다> 등의 문건 및 가정사목부 설립을 통해 한국천주교회 역시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신자들 역시 낙태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통계를 들어 설명하며 가톨릭교회가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태에 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윤리적 폭력”이며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결과만 막으려는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라는 교회의 주장은 여성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미영 편집장은 여성이 양육과 가사를 전담하고, 남성은 외부 노동을 전담하는 성역할 분담의 문제가 교회 내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자모회와 같은 활동에는 항상 여성만이 참여한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나아가 사회적 고정관념으로 가정 내에서 고통 받는 것은 비단 여성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부만 함께 사는 1인 가정과 2인 이하 가정 비율이 확대되는 통계를 제시하며 가정 형태에 부부끼리만 거주하는 1세대 가정, 한부모 가정을 비롯해 핵가족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가정이 교회의 도움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성주의의 시선에서 보는 오늘의 교회는 차별과 불평등으로 가득하다”고 결론내리면서도 “따뜻한 관계를 맺고 서로 돌보는 인격적 만남”이라는 가정의 “가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해체하고자 하는 시도가 답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 토론자로 나선 최영균 신부는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교회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괴리의 골이 깊다는 사실을 정확히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근대사회 가정의 변화와 여기서 발생하는 여성의 갈등과 문제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만약 가정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자녀와 남편 역시 중요한 행위자”라는 사실을 염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대에 맞는 복음화, 그리고 사목적 배려


▲ ⓒ 강재선


종합토론에서 이미영 편집장은 “여성주의가 교회를 더욱 복음적으로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떻게 가톨릭신자이면서 페미니스트일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젊은 신자들이 많다며 이러한 질문이 나온 이유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주의의 “안 좋은 부분만이 조명되어, 위험스럽게 비춰지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처럼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낙태와 관련해 여성주의에서 생명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내 몸은 내 것이다’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사고방식이야 말로 여성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근대적 사고방식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미영 편집장은 여성주의의 주장이 선택권의 직접적인 요구라기보다는 “남성이, 국가가 여성의 몸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한을 미지의 선교지로 볼 것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지역으로 봐야한다는 제안에 대해, 신난희 교수는 “(북한의) 교계제도 재건을 도와야 할 책무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는 함께 이야기를 해나가야 한다”며 동의했다.


최혜영 수녀는 “북한에 가서 영세자를 배출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맞는 복음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사회주의 체제에서 70년 동안 살아온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가를 예수님의 가치로, 복음의 가치로 접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적합한 복음화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당에서 가정과 여성에 대해 어떤 사목을 펼치겠냐는 질문에 최영균 신부는 “규정은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교회의 질서를 위해 만들어놓은 것일 뿐”이라며 “낙태를 했다는 얘기를 고해소에서 들으면, 엄격한 신부들은 혼내지만 보통 신부들은 그냥 위로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최혜영 수녀와 최영균 신부 ⓒ 강재선


최영균 신부는 낙태가 “자기 몸의 결정권이라고 (여성주의자들은) 말하지만, 실제로 낙태 같은 일은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도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낙태는 “여성들에게 상처가 되기에 설령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단죄하고 비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균 신부는 “‘사목적 배려’라는 것은 법에 없지만 특별히 개별적으로 돌보는 것을 뜻한다”며 “사목적 배려에 대한 사제의 권한을 더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성소수자 등에 대해서도 사목적 배려로 접근하는 경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최근 폐막한 제15차 세계주교대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교회 내 여성 역할을 확대하고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는 이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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