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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니, 대통령이 저토록 고생을 하는데…’
  • 전순란
  • 등록 2018-10-19 1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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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맑음



새 날이 밝아오도록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 ‘아니, 대통령이 저토록 고생을 하는데’, 편히 발 뻗고 잔다는 게 국민의 도리로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빡빡하다. 보스코는 벌써 일어나서 방송에서 대담할 준비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늘 50%만 한다고 내가 놀리지만 이런 일에서는 100%!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열정으로 자기 몫을 해낸다. 그러니 사람은 생긴 대로, 자기할 일을 할 때 아름답다.


어제 문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옆에 앉은 이백만대사 부부를 보며 좋은 때에 좋은 대사를 그 자리에 가 있게 하신 분께 감사했다. 노대통령 시절 홍보수석으로 몸에 익힌 모든 능력을 이번 기회에 충분히 발휘하고 있음에 찬사를 보낸다. 그분이 바티칸 주재 한국대사로 부임하며 모셔간 심순화 화백의 ‘매듭을 푸는 성모님’(교황님께 선물로 드린)이 이 한반도 남북간에 맺힌 매듭을 차근차근 풀어 가게 이끄시는 것 같다.



아들들이 ‘메뚜기 한 철’이라며 아빠를 놀리지만, 여러 방송매체에서 보스코에게 전화인터뷰로 출연대담을 요청한다. 그동안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가 여럿이었지만 교황과도, 문대통령과도 같은 방향을 향해 뜻을 모아가는 사람으로 보였는지 주로 진보적인 매체들이 그를 접촉한다.


제일 발 빠르게, 김어준 총수답게, TBS ‘뉴스 공장’의 인터뷰 신청이 왔었고, 서울 가기 싫어하는 그를 등 떠밀어 출연하게 하는 데는 김어준씨 펜인 내 공이 크다. 아리랑TV는 직접 집으로 와서 취재를 해갔다. 직접 출연을 요청하는 곳들이 더 있지만 JTBC만 내일 아침 7시까지 가겠다고 승락하고 다른 방송은 전화인터뷰만 했다. 손석희 사장은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결정적인 일을 한 인물로 그의 정의로운 행동을 껄끄럽게 보는 이들 때문에 너무 힘들고 외로워 한다기에 우리가 시청자로서 고마워하며 ‘함께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는다.


오늘 아침 7시 30분에 평화방송 전화인터뷰, 2시에 TBS TV에 출연하기로 해서 미리 교통방송 사옥에 와서 방 하나를 빌려 12시 30분 KBS 오태훈의 시사본부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YTN에서는 저녁 7시 출연을 부탁해 왔지만 빵고신부도 올라오고 큰아들 빵기도 왔으니 가족끼리 따스한 자리를 양보할 수 없어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보스코가 열성적으로 매스콤에 응하는 까닭은 오직 한 가지 이유, 민중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다. 문대통령의 교황예방과 김정은의 교황 방북초청이 뉴스로 나가는 날부터 엄청나게 욕설을 해대는 일베와 개신교 꼴보들의 까닭 없는 댓글에 분노해서다.


저녁시간, 빵고신부가 제주에서 먼저 도착하고, 빵기는 회의가 늦어 우리 셋이 저녁을 먹고 난 뒤에나 돌아왔다. 강남에서 집에 오는 길이 제주에서 오는 길보다 더 먼 게 서울의 삶이다. 온 가족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형이 올 시간에 마중 나가서 통닭과 순대를 사들고 함께 낄낄거리며 올라오는 형제, 얼굴만 보아도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형제보다 큰 효성이 있을까! 그 둘을 보는 우리 부부가 참 뿌듯하다.



교황님과 회담한 후 교황이 사실상 방북결정을 했고, 정식 초청장만 보내주면 당장이라도 뛰어가실 태세라는 저녁뉴스는 지난 15년간 보스코가 꿈꾸던 소식이다. 그 동안 공치사 무지무지하게 해대다 최근 최강꼴통들로 대북인사들을 포진시킨 트럼프로서는 서둘러 문제를 풀거나 모조리 깽판내고 말거나 택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만남의 예술가’라는 별명이 붙은 문대통령의 외교가 절묘하다. 


두 아들이 곁에 와 있겠다, 교황방북이 성사될 뉴스에 접했겠다, 오늘은 편히 발 뻗고 자야겠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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