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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순례길’ 교황청 공식 승인받았지만… - 같은 시각, 서소문공원 역사왜곡 반대 시위도 열려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8-09-15 15:29:14
  • 수정 2018-09-18 16: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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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순례지 선포식 ⓒ 문미정


14일 오전 9시 30분 서소문역사공원·순교성지에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교황청 공식 승인을 받아 국제 순례지가 되는 선포식이 열렸다. 


아시아 최초 국제순례지,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국제 명소 꿈꾼다


아시아 최초로 교황청 승인을 받은 국제순례지가 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세계적인 순례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전부터 제기된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 문제가 남아있어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최로 열린 선포식에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지겔라(Rino Fisichella) 대주교와 주한교황대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 아시아 13개국 가톨릭 지도자들, 천주교신자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 ⓒ 문미정


선포식에 앞서 감사미사가 봉헌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서울대교구는 순례지가 새 복음화의 원동력이 되는 유기적인 순례지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 순례길을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소문역사공원·순교성지가 “단일한 장소에서 최다 성인을 배출했다는 측면에서 한국 최대 순교성지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 후기 해당 장소의 시대적 상황을 총망라한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 천주교 대표 성지 및 세계적 역사 체험 장소가 되어 서울의 새로운 문화 관광 자원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환영 받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감사미사 후 피지겔라 대주교는 천주교 서울순례길이 교황청 승인을 받은 국제순례지가 됐음을 선포했다. 이어 천주교 서울순례길 조성에 힘을 실었던 이들에 대한 축복장 수여식이 열렸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지자체장, 최창식 전 중구청장 등이 축복장을 받았다. 


같은 시각, 입구에선 역사왜곡 항의시위 열려


▲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서소문역사공원 입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쳤다. ⓒ 문미정


한편, 같은 시각 서소문역사공원 입구에서는 서소문역사공원 역사왜곡과 천주교 성지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4년 전부터 민족의 역사가 담긴 서소문역사공원을 천주교 성지로 조성하려는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며 학술토론회, 천막농성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정갑선 범대위 실행위원장은 이곳에서 처형된 사람들 중 천주교 순교자는 22%지만 나머지 78%는 허균, 홍경래, 전봉준 등 사회변혁자와 일반사범이라면서, “이 공간은 천주교 성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가 흐르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갑선 실행위원장은 서소문역사공원의 천주교 성지화를 두고 “문화적 약탈이자 착취”라고 꼬집었다. 천주교가 이곳을 성지로 만들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먼저 동의를 구한 후에 교황청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했는데 로마 교황청 승인을 받았다고 자랑하면서 선포식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 이날 범대위는 서소문역사공원 입구에서 역사왜곡과 천주교 성지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펼쳤다. ⓒ 강재선


서소문역사공원·순교성지 조성 사업은 국가예산 50%, 서울시예산 30%, 구예산 20%을 지원받아 570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아시아 천주교 순례지를 조성해도 된다. ‘한국에는 이런 문화 속에서 천주교가 꽃 피웠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좋지 않겠나. 


또한 “선포식을 명동대성당에서 해도 될 텐데 굳이 서소문공원에서 한다는 것은 언론에 알려서 (천주교 성지로) 굳히기 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갑선 실행위원장은 서울대교구장 앞으로 공문을 두 번이나 보냈으나 한 번도 회신을 받지 못 했다면서 서울대교구의 소통의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로 상생하려면 “먼저 힘 있는 자가 베풀어야 되는 게 맞는 것”이라면서 천주교가 성지화 정책을 즉시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역사는 묻어두고 순교만 강조하면 국민들이 이곳에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 ⓒ 문미정


이미애 범대위 공동대표는 많은 사람들의 피가 있고 정신이 서려있는 이 곳에 천주교만의 성지를 세우는 것을 보고, “세월이 지난 후 우리 후손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우려고 이러한 일을 꾸미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한 조상들의 정신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천주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정신이 살아있는 전시물을 채워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입을 모아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있어 종교 편향적인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면서, 후손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소문역사공원을 민족 역사공원으로 조성 ▲천주교 성지로 몰아가는 서소문역사공원 내부시설계획 전면 중단 ▲사업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구의회는 “서소문공원은 조선후기 역사·문화와 천주교가 어우러진 컨텐츠를 담는 게 당초 사업 목표였는데, 공원 조성 관련 자료 분석 결과 99%가 천주교를 위한 사업으로 파악됐다”면서, 특정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2013년 9월 염수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 성지 순례길로 선포하면서 시작됐으며, ‘말씀의 길’ ‘생명의 길’ ‘일치의 길’ 세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서소문역사공원·순교성지는 생명의 길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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