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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새 주교들에 “지배하지 말고 돌보아 달라”
  • 끌로셰
  • 등록 2018-09-11 19:37:02
  • 수정 2018-09-14 16: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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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일 교황청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신임주교들과 만났다. (사진출처=Vatican News)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일 교황청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신임주교들과 만났다. 교황은 74명의 신임주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직자 중심주의를 피하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목자로서 우리(주교)의 정체성을 더욱 잘 깨달을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고 권고하며 “주교는 목자이시며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착한 목자의 모습을 지니고 사제직의 핵심인 ‘삶의 봉헌’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란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양떼들에게, 특히 약하고 위험에 처한 양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황은 이같이 설명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주교는 목동 없는 어린 양과 같은 형제들과 여러 이유로 내쳐진 이들에 대한 진실한 동정을 간직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바람직한 주교의 모습에 대해 ‘기도하는 자’, ‘선포하는 자’, ‘일치하는 자’라고 설명했다. 


먼저 ‘기도하는 자’로서 주교는 기도를 통해 힘과 믿음을 찾는다고 설명하며 “주교에게 있어 기도란 여러 약속들 중 하나가 아니라 전구(intercession)라는 필수적인 직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기도는 솔직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솔직함이 없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교는 기도 가운데 주님의 고통과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는 것


교황은 “가슴에 십자가를 매는 것은 쉬운 일이기에, 주님께서는 훨씬 더 무거운 그분의 십자가를 함께 질 것을 요구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포하는 자에 대해 교황은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마르 16, 15)는 구절 가운데 ’가서‘라는 표현을 통해 “복음은 앉아서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선포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교는 회사 경영인으로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와 같이 사람들 가운데서, 세상 속 길거리에서 생활해야 한다.


안주를 즐기고 조용한 삶을 선호하며 에너지를 아끼고 자신을 왕자라고 느낄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충실하는 일에 헌신하며 다른 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치하는 자’에 대해서는 “모든 은사를 가질 수는 없지만 전체의 은사(charism of the whole), 즉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일치를 다지는 은사를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주교는 신자들에게는 주교이며,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명예를 지키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직접 참여하고 겸손한 태도로 일치를 이루기를 좋아하며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교황은 “주교는 경청하는 일을 지겨워하지 않는다”고 정의하며 “자기 백성들과 하나 되고 특히 사제들과 하나 되어 언제나 사제들을 맞이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제란 명성이나 커리어가 아닌 양떼를 위해 존재하는 목자라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주교들에게 “출세주의자나 야망 가득한 이가 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1베드 5, 3) 하느님 양떼를 돌보아 달라.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교회에서 발생한 성직자 성범죄 추문과 관련해 신임주교들에게 “권력과 양심의 남용 그리고 성범죄가 있었던 공동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직자 중심주의’(clericalism)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성직자 중심주의가 주교 역할의 핵심 중 하나인 일치를 부식시킨다”고 표현했다.


성직자중심주의는, 신부들에 의해 조장되든 평신도에 의해 조장되든, 우리가 오늘 규탄하고 있는 많은 악행을 뒷받침하거나 이러한 악행의 반복을 조장하는 교회 지체의 절단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학대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성직자중심주의에 공감을 담아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⑴


그러면서 주교들에게 “다른 이들이 자신을 무리의 주인으로 느끼거나 지역의 관습이 이런 태도를 조장한다고 하더라도 여러분들은 그렇게 되지 말아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주교) 여러분들이 서품을 받은 이유이자 당신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백성들이 당신을 주인이 아닌 보살핌을 주는 아버지로 느끼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어느 누구도 (주교) 여러분들에게 그 어떤 복종(subjection)의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교황은 이같이 경고하며 “여러분이 강한 사람임을 보이고, 다른 이들과 차이를 두며 다른 이들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편리하고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 모르나 이는 복음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무리에게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고 지적하며 “주교들이 물질적으로는 가난해도 관계 안에서는 부유하고, 가혹하고 심술을 부리는 성격이 아니라 친근하고, 인내심 있으며 단순하고 열린 태도를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외에도 신임주교들에게 가정, 신학생, 청년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강조하며 “초라함과 게으름으로 이어지는 미온적 태도와 희생을 회피하는 평온함을, 그리고 복음을 왜곡시키는 물질적 재산의 풍요를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⑴ 프란치스코 교황,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 2018/08/20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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