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며 도덕성마저 붕괴되고 있다. 종교인들의 일그러진 양심을 향하고 의문사 사건의 은폐를 규탄하는 날이다.
지난 5월 29일 충주성심맹아원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이후로 세 달 만에 다시 맹아원 앞에서 사건 은폐를 규탄하는 대회가 열렸다. 충주성심맹아원김주희양의문사사건진상규명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7일, 충북지역의 장애, 여성, 인권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다시 한 번 사건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충북녹색당 안현숙 사무국장은 “맹아원 측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종교시설이라 더 양심적으로 운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큰 배신감과 충격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된 것인지 더 조사할 계획이고 문제가 확인되면 맹아원은 폐쇄해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실수는 사람이 한다. 합리화는 악마가 한다.
대책위 송상호 공동대표는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을 했을 때 반성하고 책임을 지려 하기 때문에 사람을 ‘사람’이라 부른다”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담당교사가 잠을 자는 사이 어린 학생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었다. 명명백백하게 맹아원이 책임을 져야할 문제다”라며, 그동안 보여준 맹아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은폐하려는 자가 범인이다.
송 대표는 “맹아원의 태도는 사회복지시설로써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상처가 나면 즉시 사실과 원인을 기록하고 치료해야 한다”면서 “각종 일지 및 병원기록 등이 남아있어야 하지만 등에 난 상처는 사라졌고 목에 난 상처는 왜인지도 모르고 있다. 맹아원은 지금까지도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권력의 힘은 무소불위였다. 힘없는 개인을 위한 법은 없었다.
고 김주희 양의 아버지 김종필 씨는 “사건 이후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해 6년이 넘도록 자료를 모아봤지만 수천 건을 살펴봐도 명백히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필 씨는 비슷한 상황으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판결이 난 사례를 들었다. 항상 기침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폭력성 있는 노인을 요양보호사가 식사시간에 3분 47초간 자리를 비웠다하여 업무상과실치사로 판결이 난 사건인데 주희 사건은 담당교사가 알람까지 맞춰 3시간 40분이 넘게 자리를 비운 사건이었다고 울분을 통했다.
대책위는 “과실은 있으나 죽음과 연관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우리를 좌절케 한다”며 “1심 유죄 판결, 2심 무죄 전환이 맹아원이 계획한 사법비리이며 의문사를 은폐 축소한 사건임에 우려를 표한다. 전면적이고 철저한 법원 재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맹아원이 검사까지 동원해 화장을 권유한 이유를 밝히고, 왜 상처에 대한 기록을 숨기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맹아원 측에 ▲장애아동을 돌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강교사 파면 ▲당시 원장 수녀와 현 원장 수녀가 함께 진실을 밝히고 사죄 ▲당시 원장 수녀에 대한 씨튼수녀회의 징계 ▲모든 상처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은폐한 모든 관련자의 처벌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지난 7월 26일 맹아원 측에 각종 상처와 상흔에 대한 자료 공개를 공문으로 요청했지만, 맹아원 사무국장으로부터 한 달 뒤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기자회견에서는 충주성심맹아원 원장수녀와 사무국장이 맹아원 밖으로 나와 대책위의 서한을 전달받았지만, 이날은 맹아원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경찰들을 통해 대책위의 면담을 거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결국 경찰이 중재에 나서 고 김주희 양의 부모들만 따로 맹아원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주희양 부모는 원장수녀에게 사건 당시 생활일지와 의료기록 등을 요구했지만 “담당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자료 공개를 거부했고 이날 끝내 관련 자료는 받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