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너희는 악마의 자식들이다”
  • 신성국
  • 등록 2018-08-14 18:42:22

기사수정



요한복음 8장 39절에서 47절의 말씀이다.


어찌하여 너희는 내 이야기를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가 내 말을 들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너희는 너희 아비인 악마에게서 났고, 너희 아비의 욕망대로 하기를 원한다. 그는 처음부터 살인자로서, 진리 편에 서 본 적이 없다. 그 안에 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거짓을 말할 때에는 본성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가 거짓말쟁이며 거짓의 아비기 때문이다.


예수가 사람들에게 “너희는 악마의 자식들이다”고 힐난한다. 그리고는 누가 악마의 자식들인지 말씀하신다. 


악마의 자식이라는 것은 ‘진리가 없기 때문이며’, ‘거짓말쟁이며’, ‘거짓말의 아비’이기 때문인데 이 모든 것은 ‘하느님에게서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이다. 


교회는 ‘말씀의 선포자’라고 하면서 복음화 운동, 선교운동, 잃은 양 찾기 운동 등을 하고 있지만 말씀의 선포자가 되기 위해서는 진실한 말과 생활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예수님 말씀을 전한다는 자들이 거짓말을 일삼고, 사회 안에서 사람들로부터 종교인들이 ‘이기적이다, 위선적이다, 믿지 않는 일반인들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말씀의 선포는 사기일 수 있다. 예수의 이름을 팔아서 장사하는 종교사업이 된다. 


예수님이 ‘악마의 자식들’이라고 지적하고, 직격탄을 날린 대상은 한국 종교인들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교가 없다. 가까운 예로, 2년 전부터 군인들이 탱크와 총으로 국민들을 향해 쿠데타를 계획한 기무사의 비밀 문건이 나와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한국 종교는 너무나 조용하다. 예수 믿으면 죽어서 천당 가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살아있는 국민들을 돌보아야 할 것인데, 이 세상 생명부터 살리는 일도 못하면서 종교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의 불행과 비극이 종교와 관계없는 것처럼 ‘죽어서 천당’ 얘기만 한다면, 종교는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불필요한 교회에 불과하다. 예수가 천당만 얘기했다면 인간으로 이 땅에 올 필요가 없었다. 이미 구약성서에 천당 얘기가 다 나오는데, 구약만 믿어도 되는 일이다. 그러나 예수가 사람이 되어 오신 이유는 인간이 사는 이 땅의 모든 문제, 사건들,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망이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구원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 진리를 선포하러 오신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기무사 쿠데타 실행 계획에 대한 한국 종교의 무대응을 지켜보면서 한국 종교가 입만 벌리면 사랑을 말했지만 그것이 거짓이고, 기만이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생명운동을 한답시고, 어깨에 띠를 두르고 명동 한복판에서 태아의 생명을 지키자는 종교적 집회를 열었지만 정작 국민들 수천, 수만 명이 죽을 수도 있는 재앙 앞에서는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면서 위선과 거짓 종교임을 확인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힘없고, 선량한 사람들이 군부의 총칼에 죽어가는 일이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아있는데,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생명을 지키고, 사랑해야 할 종교가 이번 기무사 문건에서 군부대를 동원하여 전국에 탱크와 전차를 배치하는 실전 작전 실행 계획까지 수립했다는 보도가 나왔음에도 성직자들이 이토록 무감각하고, 조용할 정도라면 이 땅의 종교는 과연 존재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고, 슬픈 현실이다. 


죄 없는 국민들이 광주 5·18처럼 피를 흘리며 죽어도 상관없단 말일까? 이 땅에서 제주 4·3 사건의 비극이 다시 일어나고, 박정희·전두환 군사 쿠데타가 다시 발생해도 상관없다는 말일까? 우리 교회만 보호받고, 교회 재산만 보장받으면 이 땅에 어떤 비극적인 사태와 불행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말일까? 


오늘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악마의 자식’은 누구를 지칭하고 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지금 한국 종교는 숨이 막히고, 답답하고,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말로는 사랑이니, 희생이니, 봉사니, 정의, 평화니 하고 떠들지만 누가 그것을 믿고 기대하는가? 이미 기대는 접었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종교의 비리와 부패상은 사회비리보다 더 심각할 정도다. 사회보다 더 진실하지도 못하며, 사랑을 실행하지도 못하며, 정의롭지 못하고, 봉사하지도 않는다. 그냥 자기들 밥벌이로, 간판만 걸어놓은 것이지, 누가 그들을 믿을 수 있는가?


이번 기무사 쿠테타 계획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않고 너무도 조용한 종교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종교를 바라보는 민심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예수님 말씀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너희가 하느님에게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부열강]은 ‘소리’로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업로드 됩니다. 


▶ 신부열강 팟캐스트 방송 바로듣기






[필진정보]
신성국 :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으로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파견사제다. 현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