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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길, 잊지 않겠습니다.
  • 김유철
  • 등록 2018-07-27 13:49:26
  • 수정 2018-08-07 11: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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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정의당)


거치른 들판을 누비던 우리들의 전사요

민중의 열혈 투사여 가시나요

노회찬의원님, 정말 이렇게 가시나요


썩은 불판을 갈 때가 되었음을 일깨우고

사람과 돈 중에서 택일하라는 사자후를 남기고

적폐청산은 보복이 아니라

더러운 먼지에 대한 청소라는 벌침을 쏘던

우리들의 대변자여 이렇게 가시나요


당신이 학생으로서 마주한 유신의 심장은 썩었었지요

편안한 길 버리고 용접공이 되어

그때나 이제나 망하면 간다는 인천을 스스로 찾아간 당신

불꽃 핀 기름밥 속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오랜 수배와 감옥살이 

그리고 끝없는 가시밭길을 헤쳐갔지요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예고편이었다고 정치판에 나타나

누구도 덤빌 수 없었던 

삼성 엑스파일과 떡값 검사 명단을 내어놓아

세상은 놀랐지만, 그 댓가로 당신의 의원직은 날아갔지요


우리들의 투사 노회찬의원님

당신은 첼로를 연주하셨다지요

그래서였나요, 당신은 연주자가 첼로와 한 몸을 이루듯

노동자와 농민, 자영업자와 장애인, 여성과 노인을 

한시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의 울타리 안에서 몸부림쳤을 당신을 생각하면

아, 온몸에 전율이 옵니다

아파트 계단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본 넘지 못할 막막한 절벽

얼마나 외로웠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우리들의 투사, 노회찬의원님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우리가 또 이 말을 비명처럼 씁니다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누구보다 부지런했고, 무쇠처럼 단단했고, 모두에게 공손했던 사람

눈부셨지만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아름다웠던 사람

노회찬의 정의는 결코 지지 않으며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길

진보의 길, 잊지않겠습니다


민중들의 대변자인 투사, 노회찬의원님

이제 이렇게 가시나요

정말 이렇게 가시나요

그저 고맙습니다. 편히 쉬소서. 안녕.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삶·예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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