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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웅배) ‘통째로’ 넘어갔다는 그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
  • 김웅배
  • 등록 2018-06-20 16:12:10
  • 수정 2018-06-20 16: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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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데의 온갖 악행과 부도덕한 행실을 보고 세례자 요한은 그를 향해 가차 없는 비판을 한다. 거침없는 행동으로 권력층에 대해 서슴없이 ‘막말’을 해대는 그를 메시아로 오해한 군중들이 세례를 원하며 요르단 강가로 몰려들었다. 그 무리 중에는 헤로데를 뒤에 두고 호가호위한 사두가이와 교묘한 율법 해석으로 민중을 기만하고 있던 바리사이도 끼어 있었다. 우리의 법조계 현실과 왜 이렇게 닮았는지!


요한은 그들을 향해 “이 독사의 자식들아!”하며 걸쭉한 ‘막말’을 내뱉고 이어서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며 더 독기를 내뿜는다. 


민심은 천심, 하느님 마음이라 했거늘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3일 6·13지방선거 결과에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라고 발언하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사진출처=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중들에게 응징을 당한 자한당의 무리들이, 선거 전날까지도 ‘막말’을 해대던 자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건성으로 넘기며 그저 잘못했다는 현수막만을 걸어놓고 무릎을 꿇고 비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런데 그 퍼포먼스에 참여하러 가는 도중에 자한당 무리 중 한 명이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이렇게 답한다. “자한당이 세월호처럼 완전 침몰했다”, 궁극적 ‘막말’의 극치를 보여줬다. 


앞서 그 망한 당 대표라는 자는 마지못해 대표라는 자리를 거두어들이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 한발 더나가 마지막 ‘막말’을 한답시고 자신의 당 안에 비양심적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 망한 이유라고 둘러대며 지도자로서 결격사유 첫 번째인 휘하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못난이 발언을 했다. 


그가 애써 그런 ‘막말’을 안 해도 그 동료들의 행태를 모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또 나라를 통째로 넘겼다는 그 통 안에는 ‘이명박근혜’가 운영했던 ‘나라’가 있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한당을 응징한 ‘주권자’의 나라가 그 통 속에 있었단 말인가! 도대체 그 나라가 누구의 나라인가! 자유한국당의 나라인가! 아마 종북 빨갱이들에게 정권을 넘겼다는 말을 하기에는 현 상황에 위축되어 좀 부풀려서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비문’이 되고 만 것 같다. 


요한은 계속 말한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그리고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 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들 수 있다. (마태 3, 8-9)



민심은 천심(하느님 마음)이라 했다. 아직도 사태의 ‘세기말적’ 전환(轉換)의 심각성을 모르는 이들이라니. 자신들의 폭망을 ‘세월호 침몰’에 비교를 할 수 있는 그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사고체계가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인지부조화 현상을 그렇게 상쇄시키는 날쌘 변태(變態)가 부럽기 짝이 없다. 


온갖 비방과 모략으로 이순신을 몰아낸 원균(그는 이순신을 쫓아내고 자신이 삼도수군 통제사가 된 것 자체로 치욕을 씻었다고 말했다.)이래, 그와 비슷한 시기질투로 문 정권을 비방한 자가 민중들에게 지탄을 받고 한다는 말이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면서 선거 혁명을 일으킨 민중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아예 제 동료를 비하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다.


70여 년 반공 수구의 왜곡된 정보만 듣고 살다가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국면에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자한당 무리들이 안쓰럽다. 이런 와중에도 몽매한 일부를 다시 자신들의 세력으로 만들려고 대충 넘어가려는 자가 있다. 지난날에 대한 가책이 전혀 없이 낡은 이념을 또다시 내세우며 잔꾀를 부리는 자의 본심을 이 시대 시민들은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 그의 신세가 대명천지에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거나 치부를 내놓고 눈만 가리고 있는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민심은 결국 모든 것을 뒤집는다. 그 견고하고 요지부동했던 바위도 부수어 버렸다. 그들이 부르짖었던 소위 현 정권의 ‘위장평화쇼’가 반공 보수의 종북 빨갱이 프레임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것을 예지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런데 예지 정도가 아니고 지금 바로 현실로 보이는데도 지지율 타령하고 있으니 이런 자가 어찌 십만의 국민을 대표하는 자이며 이 나라가 갈망하는 보수의 비전을 가진 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말로 바라건대 이들 몇몇이 수구 잔당의 전부이기를.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속에 던져진다. (마태 3, 10)


세례자 요한의 ‘막말’로 그들의 패악질에 대해 ‘큰’ 위안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며,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나라를 통째로 넘긴 대단한 자들’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낯짝’은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이 설파했을 법한 ‘독수독과(毒樹毒果)이론’이 우리 한국에서는 고위층들이 법을 어기고도 빠져나가기 위한 법이론으로 전락했지만, 돌들로도 선한 시민(아브라함의 자녀)을 만들 수 있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비록 독수에서라도 ‘독과가 아닌 좋은 열매’를 맺게 하실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계속 바라건대, 그 무리들이 처절한 회개 속에서 정직하고 도덕적이며 유능한 정치 세력으로 환골탈태하여 수구가 아닌 보수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새 시대를 맞이하는 한반도에서 가톨릭은 어느 위치에 있는가?


▲ ⓒ 문미정


이제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영적세계’에 대해서도 교계 지도자에게 묻고 싶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이 한반도에서 가톨릭은 어느 위치에 있는가? 우리는 우리 앞을 가로막고 옴짝달싹도 안할 것 같던 바위가 부수어지고 ‘돌들’이 ‘시민’으로 바뀌는 새 시대의 입구에 서있다. 지독한 이념의 굴레로 세대 간, 계층 간,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불화가 증폭되었던 시대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70년간 이어 온,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톨릭교회는 한반도의 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매 주일미사가 그저 그렇게 ‘예수에 대한 의전행사(?)’로 반복된다면 그처럼 휑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념으로 갈라치는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 구원의 소극적 신앙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천명한 사회교리와의 ‘골짜기를 메울 수 있는’ 김수환 추기경 같은 고명한 성직자의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기다려진다. 다행히도 지금은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울리고 있는 중이다.


마침 오는 주일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의 주인공 성 요한 세례자 탄생대축일이다.




[필진정보]
김웅배 :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금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에디슨 한인 가톨릭 성당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4 복음서를 컬러만화로 만들고 있다. 만화는 ‘미주가톨릭 다이제스트’에 연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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