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아름이 편지 : 광화문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준비 했습니다.
  • 이아름
  • 등록 2015-06-10 12:35:02
  • 수정 2015-06-10 14:30:12

기사수정

2015년 6월 9일 화요일 107일차.


어느 덧 정말 서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끝난 장소에서 배를 맡길 곳이 여의치 않아 소란아닌 소란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정희 전 의원님도 다녀 가셨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듣기로는 너무 똑똑해서 힘들게 사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한 분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너무 똑똑하지 않아서 그동안 사는 게 너무 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은 똑똑해 진 것도 아닌데 왜 사는 게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너무 모르는 게 많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남으로 오기 전 안산에 있는 우리 집에서 아빠와 얘기 했습니다.

아빠는 말했습니다.

끝나면 많이 허무할 수도 있는데 어쩌냐고.

저는 말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허무해 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아빠에게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승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는 내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마음 껏 하면서 재밌게 살고 싶다고.

못난 딸은 그 말을 하면서 또 웁니다.

가뜩이나 딸에게 미안해하고 있을 아빠의 마음도 모르고 저는 울었습니다.


아빠는 말합니다.

니가 말한대로 살라고, 정말 너는 할만큼 했다고.

아빠도 이제 너와 동현이한테 집중하면서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그렇게 우리 부녀는 광화문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준비 했습니다.


아직도 광화문으로 가는 그 길은 녹록치 않지만 어떻게든 우리는 갈거고, 끝나있을 겁니다.

이제 남은 건 잘 끝내는 것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못난 딸,

못난 누나인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냥 오늘처럼 내일도 하는 것 밖에는.


긴 하루를 보내고 오늘처럼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시간도 언젠가는 소중하게 느껴지겠죠.

너무 힘들어서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도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매일 매일 다짐하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나는 행복하다고.




덧붙이는 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