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봄이 온 한반도를 조성만 열사가 본다면
  • 문미정
  • 등록 2018-05-16 19:22:27
  • 수정 2018-05-17 13:25:58

기사수정


▲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조성만 열사 30주기 추모 미사와 ‘통일열사 조성만 30주기 추모사업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 문미정


1988년 5월 15일, 하얀 농민복을 입은 청년이 서울 명동성당 교육관 옥상에 올라 ‘양심수 가둬놓고 올림픽이 웬 말이냐’ ‘공동올림픽 쟁취하여 조국통일 앞당기자’ 등을 외치며 할복 후 투신했다. 


청년이 남긴 유서에는 한반도 통일, 미군 철수, 군사정권 반대,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24세 청년의 이름은 조성만(요셉)이었다. 조성만 열사는 백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저녁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8년 5월 15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에 조성만 열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였다. 천주교의정부교구 상지종 신부 주례로 조성만 열사 30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한 후, ‘통일열사 조성만 30주기 추모사업위원회’ 발족식이 시작됐다. 


이원영 추모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추모’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도 있었지만, 작년만 해도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서 무거운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성만이에게 떳떳한 마음으로 30주기를 준비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차마 떠날 수 없는 길을 떠나고자 하는 순간에 척박한 팔레스티나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인간이 고행 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 조성만 열사 유서 중 


▲ 이원영 집행위원장(좌)과 김지현 공동대표(우) ⓒ 문미정


김지현 공동대표는 “성만이는 하늘의 별이 됐지만 그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면서, “그것은 지금의 삶 속에서 예수를 본받아 살려는 부활 정신과 맞닿아있으며 성만이 역시 우리 가슴 속에서 이미 부활해 지금 이 시간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1987>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이부영 전 의원도 이날 자리에 함께 했다. 그는 “평화, 통일을 염원하고 몸 던졌던 젊은이들의 영혼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면서, “전쟁 불길도 꺼주고 증오하고 적대했던 남북 지도자가 만나서 대화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이부영 전 의원 ⓒ 문미정


수많은 사람들의 ‘적공’(공덕을 쌓음)이 쌓여서 오늘 같은 세월이 진행된 것


이부영 전 의원은 “지난 30년을 기다렸는데 더 인내하고 관용하면서, 30년을 더 기다려서라도 평화롭게, 전쟁 없이 성만이가 바라는 세상을 가져오자”고 말했다. 


조성만 열사의 아버지 조찬배 씨는 먼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30년이 된 오늘 전주에서도 행사가 진행되고 조성만 거리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 조성만 열사의 아버지 조찬배 씨 ⓒ 문미정


또한 조성만 열사 유품은 전주 민간인유품보관소에 기증할 계획이라면서, 조성만 열사가 할복할 때 쓴 칼과 장례식 걸개 그림을 누군가 갖고 있으면 기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봄’이 온 한반도를 조성만 열사가 본다면…


조성만 열사의 죽음은 당시 청년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주었다. 그렇다면 30년 후 지금 청년들에게는 어떤 울림으로 다가와야 할까. 


조성만 열사와 함께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던 김현순 씨는 현재 이 상황을 두고 “하루아침에 물꼬를 튼 게 아니라 많은 열사들과 희생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청년들이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를 위해서, 또 평화가 이뤄진 세상에서 어떻게 잘 살 것인지를 설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 조성만 열사와 함께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던 김현순 씨 ⓒ 문미정


이렇듯 봄이 온 한반도를 조성만 열사가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김현순 씨에게 묻자, 김현순 씨는 조성만 열사 어머니의 꿈 이야기를 전했다. 


조성만 열사가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 꿈에 조성만 열사가 나와, ‘여기가 해방된 세상의 하느님 나라야. 엄마 걱정하지마’라는 말을 하면서 하얀 농민복을 입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김현순 씨는 조성만 열사가 지금 봄이 온 한반도를 본다면, 하얀 농민복을 입고 평소 좋아하던 농부가를 부르면서 덩실덩실 춤을 출 것 같다고 했다. 


▲ ⓒ 문미정


▲ ⓒ 문미정


이날 참석자들은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봄이 온 한반도에서 조성만 열사 30주기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다. 


조성만 열사 30주기 추모위원 모집은 추모사업 기간 동안 계속 진행될 예정이며, 조성만.kr에서 추모위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 


15일 추모미사와 발족식을 시작으로, 오는 19일 광주 순례를 떠난다. 31일 오후7시에는 명동성당에서 ‘조성만 열사 30주기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며, 9월에는 학술 심포지엄을, 10월~11월 중에는 평화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