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은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5년이 되는 날이었다. 교황은 현실 정치 속에서는 국가수반으로, 가톨릭교회에서는 베드로의 계승자, 로마가톨릭교회 주교,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이라는 ‘다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행보와 국제적 행보는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많은 언론과 신자를 비롯한 사람들은 전임 교황들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혁적’, ‘혁명적’인 교황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지, 교황청 개혁 의지, 환경, 인권 등 인류 보편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 때문만은 아니다. 교황의 모든 행보에는 ‘소외받는 약자’가 중심이 되어왔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민, 난민과 같이 실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부터 교회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약자를 위해 발언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오랫동안 강조해왔지만 실천으로 옮겨지지 못 했던 ‘자비’가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 언론들은 임기 5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업적 내지는 미흡한 점 등을 다루면서 낙태 논쟁, 동성애자 신부 논쟁, 이혼이나 재혼한 신자들의 성체성사 문제, 가톨릭교회 성직자 성범죄 및 교황청 재정 개혁 등을 중심으로 교황의 지난 5년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이슈 가운데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발언들을 했을까, 그의 말을 되짚어보자.
가난한 이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준비한 교서 『신앙의 빛』 이후 2013년 11월 말에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만의 첫 핵심 교서 『복음의 기쁨』에서는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186항-216항)이라는 주제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는지 조명하고 이들 역시 사회 안에 편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귀담아 잘 들어주고 그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187항)
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들은 신앙감각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 속에서, 고통 받으시는 그리스도를 알아뵙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복음화 되도록 해야 합니다. (198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연설에서 자본주의로 인해 사회의 변두리로 쫓겨나거나 ‘처분’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러한 현실은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이 기계의 부속품이기를 바라는 새로운 식민주의 사상의 결과다. (2015년 케냐 순방)
돈의 통치란 사회, 경제, 문화, 군사적 공포, 불평등 그리고 폭력이라는 채찍을 통해 지배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하향 나선식 폭력을 만들어낸다. (2016년 11월 대중운동세계회의 연설)
공공, 민간 차원의 수많은 제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가난에 고통 받고 있으며, 사회로부터 ‘처분’ 당했다. (2017년 2월 4일 포클라레 회의 연설)
이민자와 난민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초 공식 행보는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에 있는 이민자, 난민들과 만나는 일이었다. 그뿐 아니라 2016년에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으로 향해 그곳의 이민자, 난민들과 직접 만났다. 지난해 미얀마, 방글라데시 순방 때는 로힝야족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황은 이민, 난민 문제를 관장하는 전인적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이하 인간발전부)에 두 명의 정무차관을 임명하고 해당 문제를 교황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직접 듣지 않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5년 만에 22회 순방을 통해 30개 국가를 방문할 정도로 ‘만남의 문화’를 중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받은 이들과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왔다.
세계화 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세계화된 무관심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익숙해지면서 ‘내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아’,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2013년 7월 8일 람페두사 순방 중 미사 강론)
우리는 이민자들이 통계수치가 아닌 자기 얼굴, 자기 이름, 자기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장벽은 사람의 발전을 돕기 보다는 분열을 일으키며 분열은 언젠가 대립으로 이어진다. (2016년 4월 16일 레스보스 시민들을 위한 연설)
(이민자, 난민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을 갖는 것이 죄가 아니다. 이러한 두려움이 우리 선택을 좌우하며, 존중과 관용의 원칙을 어기고 증오와 거부를 조장하는 것이 죄다. 타인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것이 죄다. (2018년 1월 14일 세계 이민자의 날 미사 강론)
▶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