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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천주교청주교구와 원장수녀는 반드시 사과해야”
  • 곽찬
  • 등록 2018-02-22 17:39:45
  • 수정 2018-02-23 2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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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가슴에 주희 모습이 담긴 그림을 붙였다. ⓒ 곽찬


늦었지만, 천주교청주교구와 사랑의 시튼 수녀회 정00 원장 수녀는 주희 양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 부모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청하고 사과하길 빈다. 누구보다 주희 양의 상처와 상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생활지도교사들의 양심고백도 있길 바란다.


지난해 11월 9일 대법원1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담당교사 강모(44·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순간 법정에서는 깊은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고 끝내 울음을 보인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 


충주성심맹아원에서 발생한 김주희양 의문사 사건 이야기다. 1심에서 담당교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지만, 2심에선 교사의 양심고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을 그대로 적용해 상고가 기각됐다. 


▲ 대법원 판결선고일인 지난해 11월 9일, 주희부모님이 선고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 김은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정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주희 부모가 제출한 증거, 증인, 사실의견조회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채택조차 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희 부모는 재심 신청을 꼭 하겠다는 입장이다.(관련기사)


5년의 싸움에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모인, ‘충주성심맹아원 김주희양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 21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모임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게는 법원의 판결보다 사람과 진실이 우선이었다.


기자회견은 죽은 주희를 추모하기 위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


발언에 나선 김태종 대표는 지난해 대법원에서까지 혐의 없음으로 판결이 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김태종 대표 ⓒ 곽찬


김 대표는 “사법적인 판단이 났더라도 끝내 자식의 죽음에 진상을 밝히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부모님이 계신다. 약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외치고 발버둥 쳐도 진실이 끝내 수면 위로 오르지 못한다면 정의롭고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며 “그저 지켜볼 수 없어 모임을 출범하고 첫발을 내 딛는다”며 모임에 함께하게 된 연유를 전했다. 


또한 사건에 대해 “양심과 지성, 시민의식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이 사회가 억울함을 풀어주는 건강한 사회가 되는 날까지 싸우겠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주희 아빠 김종필 씨는 “누구보다 소중한 딸이었고 앞을 못 보는 1급 시각장애였지만 더 나은 교육을 시키고자 입학을 시켰다”며 “딸이 기숙사에서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았다”고 딸의 억울한 죽음을 다시 한 번 호소했다. 


▲ 주희 아빠 김종필 씨 ⓒ 곽찬


상처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형사재판에 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정당하지 못한 재판과 수사과정을 지켜보며 청와대 앞에서 5년간 매일 1인 시위를 했다.


김종필 씨는 “어떠한 판례를 보더라도, 어떠한 학교라도 사고가 일어나면 담당교사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할 시설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잘못에 대한 죗값을 치르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이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5년간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치지 않고 전했던 그 호소 그대로였다. 


자발적인 개개인이 모인 단체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번 모임의 총무를 맡은 김은순(전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씨에게 모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엔 SNS로 공개적인 모임을 갖자고 공지했고 현재까지 3차 모임이 이루어졌다. 관심 있는 개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가 많고, 천주교 청주교구 측에선 아무런 답변이 없는 반면에 의외로 많은 개인 신자들이 도움을 준다고 한다.


▲ ⓒ 곽찬


대법원 판결 이후 큰 상실감과 무력감이 들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사건에 접근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고, ‘큰 그림’을 생각한다.


김은순 씨는 거리에서 혼자 시작했던 1인 시위가 끝까지 함께 하자는 의미로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졌고 9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김은순 씨의 말처럼, ‘큰 그림’에는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차곡차곡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관련기사)


김은순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모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후원을 통한 유가족 지원으로 가족의 극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족들의 자립을 돕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진상규명을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2시에 회의를 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서명은 청와대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은순 씨는 1인 시위를 하면서부터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사건에 공감을 많이 했고 ‘어떻게 종교시설에서 그럴 수 있나’하는 의문을 많이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명백한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제기도 많았다고 전했다. 


▲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들 ⓒ 곽찬


모임은 SNS와 다음사이트 카페 ‘주희이야기’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카페는 주희 부모님이 ‘적적하고 보고 싶을 때마다 들어와 주희의 이야기와 사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숨은 사연도 함께 갖고 있다.


끊임없는 낙수 물이 돌을 뚫는다


김은순 씨는 “이 사건은 무엇보다 생명의 문제고 인권의 문제”라며 교회 사업장에서 아이가 죽었는데 묵묵부답하는 교구 태도에 신앙을 버릴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희 이야기를 알아갈수록 스스로에게 신앙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김은순 씨는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날까지 긴 싸움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파하는 이웃과 손잡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계속 붙들고 설득하면 사람은 변한다. 교회 내부의 이야기를 하면 같은 신자끼리도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두려울 것 없다. 어쩌면 이 길이 예수님이 가신 길이고 십자가의 길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는 모임 출범식을 마무리하며 “교회 안에 드리워진 악의 평범성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교회는 이런 일을 덮고 은폐할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늦었지만 진실이 드러나 책임자가 마땅한 책임을 지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큰 그림으로 모임 시민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힘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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